교육희망

[희망칼럼]수능성적 공개와 외고폐지 논란

대책 없는 수능성적 공개로 교육계는 벌집을 쑤셔놓은 상태다. 그러더니 외고폐지 논란으로 또 다시 야단법석이다. 겉으로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이 두 사건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맹목적이고 비교육적인 경쟁 이데올로기가 논란의 뿌리에 자리하고 있으며, 좌충우돌하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극명히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그렇다.

 

먼저 수능성적 공개다.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보수언론과 합작하여 강행한 비교육적 처사다. 그의 생각은 이렇다. 학교별 수능성적을 공개하여 순위가 밝혀지면, 좋든 싫든 학교 간에 학업성취도 경쟁이 촉진될 것이다. 서열의 윗자리를 차지하려고 필사적으로 달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 교육 전체의 질이 제고될 것이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국민의 알 권리 보장'으로 포장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진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줄곧 수능성적 공개 반대 입장을 취해온 것이다. 외고나 자사고 등의 부자학교 정책을 고수하는 한 수능성적 공개는 득보다 실이 많다. 점수 따기 경쟁력이 높은 아이들을 한데 모아놓은 자사고나 외고와 여타 학교의 순위 경쟁과 공개가 교육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번에 공개한 내용에서 확인되었듯이 불공정 경쟁을 한다는 사실과 학교정책의 실패가 만천하에 드러날 뿐이다. 100m 달리기 시합에 비유하자면, 자사고나 외고가 일반계고보다 50m 쯤 앞에서 뛰어 1등에서 30등까지 독식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수능성적 공개 파동과 외고 폐지 논란이 만난다. 그것이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떠나 이번과 같은 식의 수능성적 공개가 가능하려면 최소한 점수 경쟁의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자사고나 외고 같이 점수 경쟁의 선수들이 모여 있는 학교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런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공개된 수능성적은 자사고나 외고가 "불공정 경쟁의 주범"이며 잘못된 학교정책의 상징이라는 점만을 확인시켜 줄뿐이다. 수능성적을 공개하여 학교 간 경쟁을 촉진시킬 요량이었다면, 적어도 자사고나 외고 정책 폐지라는 전제조건만큼은 충족시켰어야 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외고 폐지론은 전혀 다른 맥락에서 제기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외고가 "사교육비 유발의 주범"이니 이를 바로 잡아야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국회의원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하는 외고 교장들을 향해 "외고는 마녀가 맞다"고 결기를 세울 정도였다. 이런 논란에 대해 정책 실패를 자인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 교육과학기술부는 물 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외고를 폐지 대신 자율형 사립고나 특성화 고교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부자학교 키워주기"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꼼수인 것이다.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은 영국이나 미국에서 이미 실패로 판명된 가설에 집착하여 불법적으로 수능성적을 공개한 '죄'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대통령 지지율 제고에 목매는 정권의 실세들은 외고가 사교육비 유발의 주범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폐지하자고 하지만 첩첩산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정책 실패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우왕좌왕하면서 혼란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래저래 학생과 학부모만 죽을 지경이다. 이것이 교육정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현 정권의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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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폐지 , 수능성적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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