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결혼 준비도 미루고 비지땀

교사극단 징검다리 '오늘도 보람찬 하루'공연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의 한 상가 건물 지하에 자리한 전교조 문예위원회 연습실. 밤 9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지만 공연 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배우들은 연습을 계속했다. 장면이 바뀌는 중간 중간에도 어색한 대본을 매끄럽게 고치려는 배우와 연출의 교감은 이어졌다.

 

서울지역 교사극단 '징검다리'의 7회 정기 공연인 '오늘도 보람찬 하루'가 다음달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성미산소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출연 배우 연출은 물론 음향, 조명 담당 및 티켓팅까지 극을 올리기 위한 모든 과정은 교사들의 손에서 이루어진다.

 

95년 첫 공연 '김 선생님 지금 뭐하세요?'를 무대에 올린 뒤 2년에 한 번 꼴로 창작극을 세상에 내놨다. 하지만 극단 창립 10주년 기념 공연이기도 했던 6회 공연 '버려?!'가 무대에 올려진 것이 2004년이었으니 이번 공연이 나오기까지 5년이라는 다소 긴 숨고르기 기간을 가진 셈이다. 결혼, 육아 등 소속 교사들의 개인적인 사정도 공백기를 부추겼지만 더 큰 이유는 지쳐버린 교사 자신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일제고사, 방과후학교, 학교 자율화…. 전쟁터 같은 학교현장에서 좌절하고, 교사를 대상화하는 현실에 마지막 남은 자존감을 위협받고 있는 교사. '징검다리'구성원 자신이기도 한 이 시대의 교사를 이야기해야겠다는 절박감은 다시 사람을 모이게 했다.

 

지난 해부터 함께 모여 공연을 염두에 둔 창작을 시작했고 다양한 에피소드를 쓰고, 폐기하기를 반복한 결과 대본이 완성됐다.

 

교육 전문가를 꿈꾸며 전문계고에 발령을 받았지만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에 상처받고 외고 교사를 준비하고 있는 신서현, 전교조 분회장으로 침묵하는 동료를 보며 고민하는 민선주, 관료체제에 순응하며 이리저리 휩쓸리는 삶을 살아가는 노교사 천대성. 극은 세 교사가 데이트 장소에서, 거리에서, 골방에서 문득 자신을 뒤돌아보며 내면과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교사의 치열한 고민을 담아내기 위해 학생이 등장하는 장면은 대부분 들어냈다. 하지만 연습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교사가 가진 고민의 출발은 아이들이라는 사실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떠올렸다. 극 속에서 다시 학생들이 살아났다.

 

"2004년 공연한 '버려?!'에는 아이들을 억누른다면 교사의 권위 의식이라도 버려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어요. 헌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우리는 교사가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으니 자존감을 찾으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네요. 참 씁쓸합니다."

 

조민정 교사의 한 마디가 아프다. 그러나 '오늘도 보람찬 하루'라는 제목은 현실의 절망을 표현하는 반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의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연극을 위해 수원에서 영등포 연습실까지 2시간 거리를 달려오고, '잠시' 웨딩드레스 시침질을 하고 왔다는 교사들의 열정은 여전히 희망이다. 11월 마지막 주부터 극이 올려지는 12월까지는 이곳 연습실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하는 살인적 일정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연출을 맡은 구재연 교사는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아들 조백한 씨와 이번 무대에 함께 참여한다. 어릴 적부터 엄마 연극에 대해 할 말이 많았던 아들과 작업하며 살짝 긴장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동지다. 방황하던 중학교 3학년 시절 학교는 결석해도 금요일 마지막 CA시간만큼은 조민정 교사의 연극반에 꼭 참여했다는 백수현 씨는 97년 무대에 올린 '어린 소나무 산에 옮겨심다'의 지방 공연부터 극단 일을 돕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배우로 써달라"는 요구는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야 현실이 됐다. 그는 이번 연극에서 전문계고 학생으로 출연할 예정이다. 교사가 아닌 이들은 이 둘이 전부다.

 

"교사들의 힘든 상황을 연극에 모두 녹여내고 싶었다"는 연출 담당 구재연 교사는 "극을 보는 선생님들이 자신의 내면을 밑바닥까지 처절하게 돌아본 뒤에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징검다리 www.jingumda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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