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데스크칼럼]문제는 교장 제도이다

교육계를 한방에 '떡실신'시킨 서울교육청의 매관매직. 연이어 봇물 터지듯 드러나는 학교장들의 비리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이런 비리의 중심에 교장이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교장이다.

 

그런데 왜 많은 교사들이 그토록 교장 자리를 원하는가? 교장이 되면 두 가지 혜택이 있다. 교장은 수업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각종 이권에 개입할 여지가 많다. 인사권, 교육과정 편성권, 학사운영권, 예산 수립 및 집행권 등 모든 학교 내의 권한을 학교장이 독점한다.

 

교원의 승진 구조는 '교감-교장'으로 이어지는 경우와 '장학사-교감-교장(장학관)'으로 이어지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 경우 각종 연수, 연구 등의 점수와 근무평정 점수를 합산하여 교감 승진 예정자를 선정한다. 이 때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교원의 근무 평정 점수(근평)'이다. 근평의 결정권은 사실상 학교장에게 있다. 평교사가 교감으로 승진하려면 교장의 절대적 신임을 얻어야 한다. '1등수'를 받지 못하면 승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감에서 교장으로 승진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교장의 신임을 얻기 위한 교사들 간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한다. 교사들의 충성심 경쟁이 제왕적 교장을 만든다는 지적이 많다. 경쟁하는 부장 교사들 간에 충돌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근평을 일선 학교에서는 '근평장사'로 부른다.

 

근평을 둘러싼 비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접대 향응은 기본이고 명절이나 교장의 해외 연수에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 교장의 운전기사 역할을 하는 경우 등 학생 교육과는 거리가 먼 일에 열중한다.

 

전교조가 전국의 교사 59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6.5%가 현행 근평제도가 불합리하다고 답했다.

 

학교장의 충실한 충복이 되어야만 가능한 근평 대신에 장학사-교감-교장으로 승진하는 방법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일단 장학사에 합격하면 '교감-교장'은 완전하게 보장된다. 더욱이 교장으로 부임할 학교를 소위 물 좋은 곳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학사(연구사)가 되기 위해서는 소정의 전문직 채용 시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상존하고 있다. 서울 교육청의 매관매직 비리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일단 교장으로 부임하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다. 무한 권력은 부패를 잉태한다. 납품가 부풀리기를 통한 리베이트는 오래된 관행이다. 최근에는 골프접대가 가장 큰 매력으로 학교장을 유혹하고 있다.

 

오랜 관행이 되어버린 구조적 문제. 유일한 해법은 교장 임용 제도를 과감하게 바꾸는 것이다. 점수 경쟁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적 철학과 열정, 그리고 소통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가진 교원이 학교장이 될 수 있도록 공모제(내부형)를 확대해야 한다.

 

지난해 3월 발표된 '교장공모제 학교의 효과 분석'(연구책임자 나민주 충북대 교수) 보고서의 청렴도 평가에 따르면, 공모제 학교는 86.8점(100점 척도)인 반면 임명제인 일반학교는 78.6점이었다.

 

이렇게 검증된 제도를 축소해야 하는 교과부의 속사정은 무엇일까. 청렴도와 학부모의 교육만족도가 높은 공모 교장이 전교조 출신이어서 그런 것이라면 교과부의 태도는 참으로 치졸하다.

 

교장 임용제도의 개혁과 함께 학교민주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유일한 견제 장치라 할 수 있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회와 학부모회를 법제화하고 인사위원회를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 학교교육에 희망을 놓을 수 없는 교사들에겐 절박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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