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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을 보기 가장 좋은 때라는 지난 10일 경기 남양주시 천마산으로 '들꽃기행'을 떠났다.
며칠은 눈이 내렸다가 또 며칠은 봄볕이 완연했던 3·4월의 이상기온 탓이었을까. 꽃은 위아래도, 전후 상황에도 맞지 않게 제멋대로 피어있다. 당연히 분홍 꽃봉오리를 활짝 열고 반길 것이라 여겼던 얼레지는 피지 못한 꽃이 대부분이었고 노루귀 역시 보송보송 솜털을 가진 잎은 흙 밖으로 삐죽 흔적만 내보일 뿐이었다. 반면 앉은부처(채)는 이미 시들시들 그 생명을 다해가고 있다.
천마산에 오기 전 화려하게 자신을 뽐내는 들꽃 사진을 보며 '실제 이 꽃들을 산에서 발견하면 그 초라함에 실망할 수도 있다'는 주의 사항을 귓등으로 흘린 바 있다. 이곳이 인터넷으로 찾아본 그(형형색색 들꽃으로 가득한) 천마산이 맞나 싶은 마음에 좌절할 무렵 활짝 핀 점현호색을 만났다.
청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꽃, 하얀 점박이의 이파리가 어찌나 반갑던지 사람들은 저절로 몸을 굽히고 꽃을 둘러쌌다. 줄을 지어 사진을 찍고 꽃에 코를 가까이 대보는 등 한참 '꽃님'을 관찰하던 이들은 이때부터 눈을 발 아래로, 허리를 한껏 구부린 채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양이 눈을 닮았다는 괭이눈, 이끼 위 등 습한 곳에서만 자란다는 작은괭이눈, 냉이와 꼭 구별해 보겠다며 벼르던 꽃다지, 꽃만 피웠을 뿐 노루의 귀 모양을 닮았다는 잎은 아직 나기 전인 노루귀까지. 몸을 낮추자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긴 얼레지 군락지인 듯하니 조심해요. 밟지 말고!"
다급한 목소리에 발 아래를 살펴보니 밟혀 꺾인 얼레지의 잔해가 보인다. 첫 해에 잎 하나를, 다음 해에 나머지 잎과 꽃대를 피운다는 얼레지. 2년을 기다린 '만개의 꿈'이 처참히 밟힌 현장을 보며 황급히 까치발을 하고 걸었다. 누군가는 얼룩덜룩한 무늬 때문에, 또 다른 이는 뒤로 말린 꽃잎의 모양이 얼레를 닮아서 얼레지라 부른다고 했다.
여기부터는 얼레지,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을 잘 볼 수 있었다. 맛있어서 '먹고 또 먹게 된다'는 큰괭이밥 잎을 먹을 기회도 덤으로 얻었다. 쌉싸름한 봄나물의 맛을 기대했지만 식사 후 먹는 사탕처럼 새콤·달콤·상큼하다.
산을 오르기 시작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작고 소박한 꽃들이 내려올 즈음에는 그 어떤 꽃보다 화려하고 크게 보였다. 독성이 있어 '먹으면 미친다'는 미치광이 풀, 제비가 올 때 핀다고 해서 제비꽃…….
옛사람들은 들꽃의 이름을 지으면서도 풀을 둘러싼 전체를 보았다고 한다. 오늘 들꽃을 보면서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산과 물 그리고 죽어가고 있는 강을 생각하니 가슴 한 켠이 아려온다.
도움주신분 · 전교조 서울지부 중등남부지회(최병재 서울 문성중 교사, 이정원 서울 오류중 교사 등) 공영순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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