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회를 찾아서 - 2 서울지부 | 사립중서부지회 중등남부지회
본부에 앉아 '서울 중심의 기사를 쓴다'는 질타를 적잖게 들어온 기자에게 지회탐방 특명이 떨어졌다. 실상은 '서울 기사도 제대로 못 쓴다'는 질책도 함께 들어온 터였기에 모든 지회의 특장점을 비교 분석할 역량도 되지 않았음을 미리 고백한다. 하지만 기사를 작성하는 오늘까지 방문을 요구하는 지회도 없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전교조 서울지부 중등남부지회와 사립중서부지회를 찾았다. 이번 기사는 몇 번의 무리한 부탁에도 흔쾌히 <교육희망>의 취재원이 되어준 두 지회에 대한 헌정의 성격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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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는 지난 달 23일부터 '상상의 숲에서 길을 묻다'를 내걸고 교사아카데미를 시작했다. 유영민 기자 youngbittle@gmail.com |
"우리가 같이요?"
사립중서부지회(사중서)와 중등남부지회(남부)가 나란히 '지회탐방'의 주인공이 될 것이란 이야기를 했을 때 두 지회는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한쪽은 공립지회이고 다른 한쪽은 사립지회로 취재를 제안한 기자 역시 한 지면에 두 살림 이야기를 담으려고 고민에 빠져 있을 때였다.
하지만 고민도 잠시 "사실 지난 번 지부 집행위에 갔을 때 남부 잘 돌아가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을 받긴 했어요", "사중서가 유명하긴 하죠. 헌데 다른 지회를 알려도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취재는 시작되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농활대
지난 달 10일 사중서는 학생 120여명과 함께 경기 여주군으로 농활을 떠났다. '10년은 족히 됐을 것'이라는 지회의 농활은 지회가 지역 농민회와 연대해 매년 준비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얻는 것은 봉사활동 확인서를 넘어선 농부의 피와 땀, 밥상의 의미이다. 학교에서 출장비 받아오는 교사부터 학부모 동의서만 겨우 챙길 수 있는 교사까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도 다르고 천방지축 아이들을 인솔한 뒤 찾아오는 '떡실신' 수준의 피로감도 감내해야 하지만 행사를 중단할 수 없는 이유는 '달라지는 아이들'때문이다. 홍기복 충암중 교사는 "한 번 다녀오면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달라지는 게 보이는 사업이기 때문에 그만둘 수가 없다"고 전했다.
애들 밥 좀 먹이자는데
지난 해 9월 서울 남부교육청의 저소득층 학생 무상급식 지원 중단 사태를 바로 잡은 1등 공신은 '남부'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말이다.
남부교육청이 저소득층 학생의 급식 지원을 끊겠다고 나서자 지회는 누리집에 학교별 상황을 공유했고, 심각성을 인식한 교사들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제안했다.
역할 분담을 따로 하지 않아도 언론 제보 및 기고, 학운위에 상황 보고, 취재 협조, 국회의원 방문 등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당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서울시교육청은 급식비 지원 중단 상황에 처한 학생들을 모두 구제하겠다고 밝혔고, 지난 4월 '2010년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내면서 문제가 됐던 담임교사 사실 확인서 지원자를 급식지원대상자의 10%로 제한하는 지침을 폐기했다.
조남규 남부사무국장은 "애들이 당장 밥을 굶게 생겼으니 교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여기에 매달렸다. 당시에는 기사가 나오면 '우리 선생님이 기고도 했다'고 알게 될 만큼 스스로 움직이는 분위기였다"며 웃었다.
문자 '한 방'에 댓글이 '좌르륵'
지난 달 7일 남부 누리집에 '학교 홈페이지에 시험 문제 공개하시나요?'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틀 만에 10개의 댓글이 달렸고 각 학교의 시험문제 공개방식은 물론 방식을 정하는 절차, 교육청의 지침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글을 올린 교사가 '일을 잘 처리했다'는 댓글을 올리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사중서 누리집 역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두 지회의 누리집은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인다. 학교별 상황을 묻는 질문이 올라오면 짤막한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첨부자료가 딸린 덧글이 붙기도 한다. 글을 올린 이의 절박함에 공감하며 해당사항이 없으면 '없다'는 이야기까지도 전한다. 답이 많지 않을 때는 지회집행부에서 '이런 글이 올라왔는데 상황 공유 댓글을 부탁한다'는 전체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이 공간에서 회의자료, 참실자료, 전교조 상황, 분회의 크고 작은 소식들을 접하며 소통했던 경험은 지회 누리집의 접속률을 높였다. 접속률이 높아지면서 누리집을 통해 지회 및 지역 학교의 분위기를 읽는 것도 가능해졌고, 이 역시 조직 운영의 또 다른 힘이 됐다.
조합원 교육으로 지회 일군다
"신규 조합원 수는 다른 지회와 비슷해요. 그분들을 집요하게(?) 챙겨 조직의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사중서는 지난 해 11월 6명의 신입 조합원을 대상으로 2회에 걸친 교육을 했다. 전교조 소개와 교권상식, 교육정세, 참교육실천, 선배 조합원과의 대화 등 4개의 주제로 이루어진 신규 교육은 합법화 이후 조합원이 생길 때마다 꾸준히 진행해왔다. 신규 교육 버금가게 중요한 행사는 1년 살림살이를 고민하는 분회장들을 대상으로 한 '으랏차차 분회장 힘내기'이다. 올해로 5번째 맞는 이 교육은 매년 분회 진단, 분회 1년 계획 잡기, 분회 진단 해결책 찾기 등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신규 교육에서 만난 조합원이 몇 년 뒤 으랏차차에 나타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노년환 사중서 지회장은 "연수에 참여한 분회장들은 주변학교 분회장, 지회 집행부들과 고민을 함께 나누며 자연스레 지회와 가까워진다. 인간적인 교감을 나눴기 때문에 이후에 분회장이 중심이 되는 지구 모임에도 발을 들이는 등 최소한 1년은 지회와 끈을 놓지 않게 된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대의원을 제외하고도 17명의 '빵빵한'지회 집행부를 꾸릴 수 있었다. 올해에는 "조직 사정이 어려울수록 힘을 모아야 한다"며 비합법 시절부터 전교조를 꾸려온 선배 활동가들이 분회장이나 지구장(서울지부 지회산하 분회별묶음 단위)으로 나섰다. 대선배의 지구장 진출에 은평지구는 올해 첫 모임에서 조합원의 3분의 1이 참여하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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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진행한 사중서참실대회 참가자들이 전시물을 함께 보고 있다. 유영민 기자 |
고민 말고 '당장 만나!'
남부 지회는 겨울방학 동안 '당장 만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회 집행부가 활동가부터 분회원까지 더 많은 조합원과 말 그대로 당장 만나 전교조 돌아가는 이야기, 학교가 갈수록 즐겁지 않은 이유 등을 함께 나누며 지회의 역할을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두 달 동안 열 번의 만남을 가지며 차기 분회장을 세우기도 했고 올해 처음 시도하는 문화아카데미 '가치놀자'의 틀을 잡기도 했다. 긴 호흡으로 문화도 나누고 삶의 가치도 나누자는 취지로 시작된 '가치놀자'는 춤명상, 밭농사, 해금, 단소, 인형 만들기 등 문화강좌로 4월부터 조합원들의 참가신청을 받고 있다.
"후배가 지회장을 맡았는데 너무 막막하다고 선배들을 찾아다녔다"는 유성희 남부 지회장은 올해 지회활동 5년차(교직경력 7년)이다. 후배의 읍소는 지회 활동에 뜸했던 선배 교사들을 움직였고 부지회장 3명과 12명의 집행부가 꾸려졌다.
지회장이 어려지니 비슷한 연배의 젊은 교사들이 지구장, 지회총무 등 집행부에 결합했다. 선배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 지회장은 “도처에 시어머니다. 일이 있을 때마다 휴대폰에 불이 난다”며 앓는 소리를 했지만 깊은 신뢰가 느껴졌다.
비결은 충실한 기본기
남부와 사중서의 1년 지회활동 계획을 살펴보면 행사가 없는 달을 찾기 어렵다. 시기만 다를 뿐 교사아카데미, 체육대회, 지회 참실대회, 지회보 발간, 지회 나들이 등 일상 사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것. 자연스레 만남도 잦아졌다.
사중서 누리집 게시판에는 지회집행부 회의, 지구모임, 찾아가는 분회연수 등 모임 계획이 빼곡하다. 남부 역시 2주 동안 지회집행부 회의, 교사 아카데미,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한 2010년 교육과정 제출 관련 간담회, 전교조 탄압 관련 긴급 분회장 총회 등의 일정을 소화해 냈다.
유성희 남부 지회장은 "분회가 살아있는 것이 지회의 힘"이라고 했다. 노년환 사중서 지회장도 "조합원 교육과 분회장 연수 등 분회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서로가 '참 다르다'고 인정했던 두 지회였다. 기자가 방문한 지회집행부 회의 분위기부터 가족 모임(사중서)과 거침없는 친구들의 수다(남부)를 보는 것처럼 달랐지만 다른 것은 분위기와 사업 방식이었을 뿐 사람을 우선에 두고 서로를 독려하는 것은 어디나 같았다.



남부는 지난 달 23일부터 '상상의 숲에서 길을 묻다'를 내걸고 교사아카데미를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