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지회탐방]"햇살나무도서관으로 놀러오세요"

지회를 찾아서 - 1
지회 사무실을 도서관으로 운영하는 부산지부 초등북부지회

전교조 지회를 아십니까? 300여곳 전국 각 지에 퍼져 있는 전교조 중추 기관이지요. 학교 현장의 조합원들을 가장 먼저 만나고 희망을 나누며 참교육 활동을 풀뿌리에서 집행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런 지회의 현재 활동상을 엿보고자 <교육희망>이 찾아갑니다. 취재를 원하는 지회는 '아우성'전화 부탁합니다. 어느 지회를 가야 하나 행복한 고민에 빠지고 싶습니다.



부산 북구 모라동 일대 아이들은 전교조 부산지부 초등북부지회가 꾸민 '햇살나무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고 북아트 등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지난 달 24일 김경옥 교사가 아이들과 함께 북아트를 하고 있다. 자연스레 터져나오는 아이의 하품이 도서관의 편안함을 보여주는 듯 하다. 최대현 기자




"3층 창문에 쓰인 햇살나무 도서관을 찾으세요. 지회 이름보다 더 크니까 찾기 쉬워요."

 

꼭 그랬다. '부산지부 초등북부지회'보다 도서관 이름이 더 눈에 들어왔다. 사실 부산 북부 모라동에 와서도, 지난 달 13일 진행한 동화작가와 만남의 날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고서야 지회사무실에 다 왔다는 확신을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선 곳은 말 그대로 도서관이었다. 책꽂이에는 유아와 아동, 성인, 청소년 등 연령대에 맞는 책들이 꽂혀 있다. 외국 동화와 우리 동화, 사회 과학 등 주제별로 마련된 책도 보인다. 긴 책상에서는 아이들 4~5명이 모여 책을 읽고 있었다. 지회 조합원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하긴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20분이니 학교 업무를 마치고 오기엔 이른 시간이었다.

 

김선희 도서관장은 "주인은 없고 객들이 이렇게 차지하고 있네요. 하하하"라며 활짝 웃었다. 도서관은 자발적인 봉사로 지역주민들이 상근활동으로 운영한다.

 

이 도서관이 바로 지회 사무실이다. 초등북부지회는 1년에 걸친 준비 끝에 지난해 10월 지회 사무실을 통째로 어린이 도서관으로 탈바꿈시켰다.

 

처음부터 지회 사무실을 도서관으로 만들려던 건 아니었다. 김성관 부지회장은 "구남역 쪽에 있던 옛 사무실이 사실상 창고 형태로 몇 년간 방치돼 왔다. 그러던 중에 어떻게든 지회 사무실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2008년 지역단체에 공동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한 것이 도서관 개관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답은 빨리 왔다. 당시 쌈지도서관과 지역 공부방을 운영하던 부산여성회아동센터가 어린이 도서관 사업을 해보자고 했다. 전교조 정체성과 어울린다는 판단에 사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지난해 첫 지부집행위에서 지회 사무실의 도서관화를 승인했다. 이어 옛 사무실 자본금에 사회적 기금을 더한 8000여만 원의 재원으로 현재의 사무실 겸 도서관을 마련했다.

 

도서관 인테리어 비용과 각종 사무 비품은 지회 조합원들의 도움이 컸다. 1일호프에 함께 하는 한편 흔쾌히 100만 원을 내놓은 교사 등 알음알음 모금활동으로 1300만 원을 모았다. 그리고 지난 해 여름방학을 이용해 지회 집행부가 지역주민과 직접 공사를 한 끝에 10월 23일 개관했다.

 

이 때문에 지회 조합원들이 도서관에 느끼는 애정은 각별하다. 매주 한 번 아이들과 함께 북아트를 진행하는 김경옥 교사(양천초)는 "지회에서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다"며 "그림보다 글쓰기에 더 중점을 뒀다. 책을 만들면서 재미있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관 부지회장도 매주 첫째주 목요일 1~3학년을 대상으로 '생활과학교실'을 진행한다.

 

쌈지도서관을 흡수·통합하면서 더욱 넓고 커진 도서관은 일주일에 10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찾는다. 쌈지도서관 때보다 이용률이 2배나 높아졌다. 소장 도서는 모두 2000여권, 지역주민과 출판사, 기업들의 지원으로 확보했다.

 

둘째 아들 시우(5세)와 함께 책을 있던 주부 양경미 씨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을 공간이 부족했는데 이제는 매주 한 번씩 와서 책을 읽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진행한 북아트 프로그램에는 13명의 초등학생들이 참여해 책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정미래 어린이(모덕초 6학년)는 "내가 직접 책을 꾸미는 게 새로워서 북아트가 정말 재밌다"며 "놀이터 같은 도서관이 집 가까이에 있어 정말 좋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도서관으로 지회 방을 내줬다고 지회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초등북부지회는 '도서관'에서 지회집행위원회 등 회의와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지회 참교육실천대회 역시 이곳에서 열어 조합원들에게 "우리 지회가 이걸 해냈다니 뿌듯하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초등북부지회의 또 하나의 자랑은 참실직무연수. 감동을 주는 학급운영 연수 등 알토란 같은 내용으로 연수 개설을 할 때마다 이틀 안에 마감이다. 멀리 양산과 김해지역 교사들도 지회 연수를 듣기 위해 온단다. "대기라도 신청해야 한다"는 게 지회 집행부의 설명이다.

 

특히 '아이들 글로 노래 만들기'는 초등북부지회에서만 볼 수 있는 특화된 연수다. 아이들이 쓴 글에 곡을 씌워 창작동요를 만드는 것이다. 연수가 끝난 뒤에는 발표회를 열기도 한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글에 곡을 붙인 '교사는 노동자다'로 전국에 이름을 알린 이호재 사무국장이 있어 가능했다.

 

이 사무국장은 "별 거 아니예요. 취미로 하고 있어요"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지회 집행부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성관 부지회장은 "선생님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아이들의 글이 노래가 된다는 것에 뭉클해 하고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올해 초등북부지회가 주안점을 준 것 가운데 하나는 조합원 가족들을 위한 행사다. 그래서 오는 6월 조합원 가족과 함께 하는 1박2일 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집행부는 누가, 어디로 답사를 다녀올 지를 두고 갑론을박 중이다.

 

조합원 가입 1년 만인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총무부장을 맡은 방형용 교사(대상초)는 "몰랐는데 전교조는 물론 우리 지회가 하는 일이 정말 많더라구요. 이게 다 훌륭하신 선배님들과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지회활동을 하기 때문이예요. 북부지회 최곱니다"라고 은근슬쩍 자랑을 했다.

 

오종렬 지회장은 "꼭 도서관이 아니어도 될 것 같다.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각 지역에 맞는 여러 방안이 나올 수 있다"면서 "조합원과 함께 지역에서 더욱 연대하고 전교조의 교육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지회가 되겠다"고 말했다.



부산 모라 햇살나무 도서관

후원회원(자원봉사·후원금)을 찾습니다.

문의 : 051)312-1391

부산은행 293-12-02453-0

(모라어린이도서관 김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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