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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40주기 행사가 준비중인 가운데 서울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 세워진 전태일 열사의 동상. 유영민 기자 youngbittle@gmail.com |
다리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다리 양쪽이 완전히 오토바이에 점거(?)돼 있었다. 전태일 열사 흉상이 없었다면 이곳이 역사적인 장소인지도 모를 뻔했다.
"외국인도 많이 다니고 해서 다리가 예쁠 줄 알았어요. 헌데 오토바이 주차장이네요(웃음). 너무 번잡하고 누추하더라고요. 좀 더 깨끗해졌으면 좋겠어요."
서울여고 2학년인 김소영·최다안 학생은 지난 9월18일 전태일 다리 이름 짓기 범국민캠페인 '808행동'에 참여했다. 808행동은 전태일 열사 40주기를 기념해 전 열사 생일인 8월26일부터 기일인 11월13일까지 80일 동안 하루 8명이 참여해 현재의 버들다리를 전태일 다리로 바꾸자는 범국민캠페인이다.
소영과 다안 학생은 자신이 활동하는 동아리 역사문화여행반 26명의 선후배, 이웃동아리인 사회탐구반 11명 등 모두 39명과 캠페인에 함께 했다. 학교 계발활동날인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정오까지 번갈아가면서 전태일 흉상 옆에서 1인 시위를 했다.
다안 학생 손에는 '비정규직 철폐! 우리도 인권이 있다! 40년 전과 다른 모습을!'이라고 쓰인 손팻말이 들려있었다. 하루 전 동아리방에서 직접 만들었다.
"우리 어머니도 비정규직으로 일하세요. 어떤 날은 새벽 4시까지 일하고 오시는 데 야근 수당도 없어요. 정말 싫거든요"라며 "분신을 하면서 노동자의 현실을 세상에 알렸는데 변한 게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전태일 열사가 제기한 문제는 교과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청소년 알바생도 노동자! 최저임금 지켜줘!'라는 손 팻말을 만든 소영 학생은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청소년들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말하고 싶었어요"라고 했다. 동아리 담당선생님이 이런 캠페인이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지만 앞으로 우리 모두 노동자가 될거란 현실이 이들을 전태일 다리로 이끈 것이다. 지은 학생(1학년)은 "얼마 전 용광로에 노동자가 빠져죽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어요"라고 808행동 참여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4시간 남짓 전태일 다리에 있으니 행동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전태일 열사의 삶이 느껴졌다. 다안 학생은 "평화시장 2~3층에 있는 열악한 공장 환경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전태일 열사께서 분신을 하는 것도 상상해 봤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현실이 슬픔으로 다가왔다"고 심정을 표현했다. 유연정 학생(1학년)은 "전태일 열사가 억울한 것 같고 자기희생을 한 것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작은 일도 무시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고 말했다.
전태일 열사의 삶에 대한 생각은 노동자에 대한 생각으로 옮아갔다. 소영 학생은 "솔직히 그 전에는 노동조합에서 파업을 하면 나도 불편해지니까 왜 또 저러나 했는데 이제는 노동자들도 자신들이 권리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노동자들이 다른 사람들 괴롭히려고 그런 건 아닐 것이다. 왜 파업을 하는지, 얼마나 절박해서 그러는지 나부터 알아보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여고 학생들 참여가 한 몫을 했을까. 서울시는 이달부터 기존 버들다리에 '전태일 다리' 이름을 함께 표기한다는 계획 밝혔다. 다리 이름에 개인 이름이 붙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여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참여로 제도를 바꿨다는 사실에 흥이 났다.
김경화 학생(1학년)은 "현재의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는 노력으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차별받지 않고 인권이 향상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 같아 뿌듯하고 계속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온전한 전태일 다리로 바뀌지 않은 것을 아쉬워했다. 다안 학생은 "병행을 하더라도 지금처럼 전태일 다리라는 설명도 없고, 안내판도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전태일 다리로 바꾸는 게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808행동'은 지난 달 31일 현재 67일째로 현재 진행형이다.



전태일 40주기 행사가 준비중인 가운데 서울 청계천 전태일 다리에 세워진 전태일 열사의 동상. 유영민 기자 youngbittl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