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새가슴'에서 벗어나자

어느 초등학교에서 여선생님이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치료는 잘 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선생님이 연금관리공단에 공무상 재해로 인한 요양신청을 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보통 '공상처리'라고 하는 것이지요.
 
당사자는 병원에 누워 있으므로 남편이 '업무의 과중함'을 입증하기 위해서 작년과 올해 업무분담에 대한 서류를 받으려고 학교로 갔습니다. 그런데 교장과 교감선생님이 서류를 주지 않으려 합니다. 혹시라도 자신에게 책임이 돌아올까 걱정하면서 전전긍긍합니다. '왜 교사에게 과중한 업무를 부여하였느냐?'라는 식의 질책을 받을까봐 서류를 주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지요. 남편은 교장실에서 한 시간 동안 설득을 하고, 큰 소리로 항의를 하기도 해서 간신히 받아오기는 했습니다.
 
참 황당한 일이지요. 연금관리공단에 '업무의 과중함'을 주장한다고 해서 교장이나 교감에게 무슨 불이익이 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다. 교사가 과로로 사망할 경우 유족보상금 신청을 하고, 그것을 토대로 순직처리를 하려고 합니다. 이때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는 분들도 있습니다. 동료교사들의 확인서를 직접 받아서 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떤 교장이나 교감선생님들은 자신에 대한 불이익이 있을까봐 되도록 협조를 하지 않으려 합니다. 혹시라도 자신들이 과로를 시켜서 그렇게 되었다고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합니다.
 
이런 것을 보통 '새가슴'이라고 하지요.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학교' 밖에는 나가본 적이 없으므로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작은 일에도 겁을 많이 냅니다.
 
물론 이렇게 된 것에는 어떤 이유도 있습니다. 학생이 학교에서 다쳤을 때, 학생이 다친 것에 대한 관심보다는 '이 일을 누가 책임질까?'라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 것처럼 뭔가가 교사들을 옥죄는 풍토가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기보다는 꼭 누구에게든 책임을 뒤집어 씌워서 문책하는 것으로 끝내려는 교육청의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학교에 교권강의를 하러 가서 이런 상황들을 많이 듣게 됩니다. '방학중에 학생이 저수지에 빠져도 담임이 책임져야 한다'거나 '학생이 등교를 할 때 사고나는 것은 몰라도, 하교를 해서 집에 돌아가는 도중에 사고가 나면 학교에 책임이 있다', '학생들하고 어디 놀러갔다가 사고 나면 모두 교사책임이다'는 등의 비상식적인 '책임론'이 학교현장에 널리 펴져있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혹시 그 책임이 나에게 오지는 않을까 하면서 걱정합니다. 서로 눈치를 보고 '지지 않아도 되는 책임'을 서로에게 떠미는 희극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자, 지금부터 가슴을 쭉 펴고 사십시오.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뭐 그리 책임질 일이 있겠습니까?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일어나면 해결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그리고 져야 할 책임이라면 책임지면 됩니다. 변상이 필요하면 변상하면 됩니다. 징계 받을 일이 있으면 징계 받으면 됩니다. 잘못을 해서 받는 징계라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고, 부당한 징계라면 이후 소청심사나 소송을 통해서 풀어가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가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래봐야 별거 없습니다. 오히려 전전긍긍 우왕좌왕하면서 소비하는 에너지가 더 큽니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날 것이고, 그것을 경험이라 생각하면 마음 편합니다.
 
긴장하고 걱정하면 오히려 일이 꼬입니다. 일단 합리적인 생각이 잘 나지 않습니다. 자꾸 비관적으로만 생각하게 됩니다. 일을 풀어나갈 때에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 많습니다. 기다려야 하는 일들이 있지요. 그런데 초조하면 이것을 기다리지 못해서 일을 망치거나 불리하게 끌고 갑니다.
 
속된 말로 '배째라'는 방식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정당모금 관련 피징계자들이 교육청앞에 농성을 하러 갑니다. 학교에는 연가를 신청해놓고 가지요.
 
그런데 가면서 연가 허가 문제로 좀 찝찝합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선생님들의 심정입니다. 하지만 내가 죽게 생겼는데 뭔 일을 못합니까? 당장 징계하겠다는데 결근처리 되면 어떻고 연가 불허되면 어떻습니까?
 
참고로 제 사건(1985년 민중교육지 관련 파면사건) 판례를 보면 '징계를 받을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수에 불참하고 징계대책회의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새가슴'에서 탈출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안은 '전교조 상담실에 물어 본다'는 것입니다. 길을 몰라서 걱정될 때, 지도를 보면 안심이 되듯이 전체의 구도나 방향, 사례 등을 잘 알고 있는 전교조 상담실에 물어보면 당장 보이는 발끝이 아니라 저쪽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길을 안내해줄 것입니다.
 
주눅 들지 마십시오. 가슴을 펴고 삽시다. 뭐 그리 길지 않은 인생입니다. 내년 이맘때면 웃으면서 오늘을 회상할 것입니다. 전국의 조합원동지들! 전교조는 당신의 든든한 '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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