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이런 꿈을 꿉니다

임기를 마치며

병이 났습니다. 일주일쯤 되었네요. 잘 웃어지지도 않고,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엔 가기가 싫고, 밤늦은 시간 혼자 멍하니 앉아 있다가 울컥 눈물이 나기도하며, 무엇보다 안절부절 어디 마음 둘 곳이 없습니다. 얼마 전 만 해도 임기가 끝나가니 그 무겁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 마음이 가뿐하고 즐겁기만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교사에게 학교가 어떤 곳인지 아이들이 어떤 존재인지 내가 거길 떠나봐야 제대로 알게 되려나봅니다. 그동안 해직선생님들의 아픔을 가슴 절절히 느끼진 못했나보네요. 임기가 끝나고 돌아갈 학교가 없는 상황이 되어보니 그 분들이 얼마나 많이 힘들었을지 알 것 같습니다.

 

지나간 2년을 돌아보면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정권의 전교조 죽이기는 유래 없이 날카롭고도 치밀했으며 또한 비겁했습니다. 일제고사, 시국선언, 자사고, 조합원명단공개, 규약시정 명령, 단협시정 명령, 교육과정 개정, 정당후원금 수사, 사무실 압수수색, 그리고 이어진 조합원들의 해직 사태 등 이루 헤아리기조차 힘든 온갖 음해와 악랄한 탄압이 계속되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전직 대통령들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무참하게 파헤쳐지는 강을 지키기 위해 포크레인에 맨몸으로 맞서야 했고, 노동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길거리에서 살다시피 했으며, MBC를 지키기 위해 연대하고, 인권의 소중한 가치를 위해 공권력의 비열함을 폭로하였습니다. 정권은 자연재해보다 더한 재앙이었으며 우리는 피땀 흘려 쌓아왔던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아닌 정권과 싸워야 했습니다.

 

더욱이 지방 선거를 앞두고 '전교조 심판'을 선거 전략으로 제시한 정권의 전교조 탄압은 극에 달했습니다. 색깔을 덧칠한 이념 공세도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자랑스러운 조합원 동지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전교조를 지켜주셨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의 소중함을 잃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탄압이 거세질수록 전교조를 지키려는 수많은 단체들의 연대투쟁은 눈물겨웠습니다. 그들은 단지 전교조만 지켜준 게 아니라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 진보교육감을 지지하는 거대한 물결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제안했던 ‘친환경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운동이 핵심의제로 부각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경쟁교육은 국민적 심판을 받았습니다. 6개 지역에서 진보교육감이 탄생하고, 이를 토대로 진보적 교육의제들이 조금씩 세상에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소수의 고립된 투쟁이 아닌, 대안과 연대가 정권에 맞서는 가장 현실적인 투쟁이었음을 우리는 함께 확인하였습니다. 전교조를 떠났던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되돌려 놓은 것은 가장 큰 보람이었으며 그나마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제2참교육운동 실천을 통해 학교 현장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였습니다.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새로운 학교운동은 전국으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습니다. 혁신학교 연수에 구름처럼 몰려드는 조합원 동지들의 열정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작은 변화의 시작이 곧 거대한 물결이 되어 공교육의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고, 학교 현장에 활력을 일으킬 것입니다.

 

저는 이런 꿈을 꿉니다. 우리 조합원들의 수업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고 그들의 숨겨진 잠재력을 키우는 최상의 수업으로 모두가 인정합니다. 입시가 사라지고 모든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전교조의 요구가 교육정책으로 만들어집니다. 전교조가 제시한 학교모델은 우리나라 교육의 비전이 됩니다. 전교조 가입이 교육혁신의 동의어가 됩니다. 이것이 꿈이기만 하겠습니까? 머지않아 우리가 보게 될 현실입니다. 전교조에게서 교육의 미래를 발견하고, 전교조 교사들의 실천 속에서 새로운 교육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우리 교육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 시간들이 이제 희망을 만드는 전교조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부족한 것이 많았던 집행부의 지난 2년도 조합원 선생님들의 열정과 애정에 섞여 그 허물이 덮여지리라 안도합니다. 새롭게 출범하는 집행부 동지들의 건승을 기원하며 그동안 보내주신 여러분들의 격려와 염려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조합원 종지와 가족 모두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2010년 12월 13일

 

수석부위원장 김현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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