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시 ㅇ초 학생들의 등교 모습. |
이날 아침 20여 명의 학생들을 무작위로 만났다.
"우리 반이 29명인데 2명 빼고 모두 0교시 보충수업 참가해요."
"아침 안 먹었어요."
"8시 10분부터 수학 문제를 쭉 풀어야 해요."
이날은 아침 조회 때문에 0교시 수업은 독서였다. 하지만 "화수목금 4일은 0교시를 하고 있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오는 7월 12일 치르는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을 배우는 듯하다.
이 학교는 0교시 수업과 7, 8교시 보충수업을 지난 3월 28일부터 시작했다. 그 날 6학년 학부모들에게 보낸 가정통신문 '특별보충수업 운영 안내문'을 보면 일제고사 하루 전인 7월 11일까지 한다고 되어 있다. 이 통신문에 대해 김 아무개 교감은 "가정통신문 내용은 담당자가 잘못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충북 제천단양지회(지회장 김창훈)는 지난 3일 오후 5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는 0교시 또는 7, 8교시 보충수업을 하는 제천지역 초등학교가 6곳, 중학교는 5곳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교육희망>이 지난 달 25일자에서 초등학생 대상 야간 보충수업 현장을 첫 보도한 뒤 '아동 인권침해'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구나 이 보충수업이 교과부의 창의경영학교 지원금으로 진행한 사실이 드러나자 파문이 커졌다.
전교조 충남지부(지부장 이병도)는 지난 달 26일 "도교육감을 국가인권위에 고발하겠다"는 내용의 규탄 성명을 냈다. 교과부와 충남교육청 등도 해당 학교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밤 8시까지 보충수업은 돌봄 학교 형태로 바꿔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고 이 학교 정 아무개 교장은 지난 3일 말했다.
이처럼 7월 12일 초6, 중3, 고2 학생 대상 일제고사를 앞두고 벌써부터 교육과정 파행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일제고사 성적 향상도를 학교 성과상여금(성과금) 기준 항목으로 넣고 '방과후학교' 참여도를 학교 평가 항목에 넣기로 하면서 학교 등급을 높게 받기 위해 일부 관리자들이 무한 경쟁에 뛰어든 결과이다.
이 같은 현상은 충북, 충남, 인천, 대전 지역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모두 보수교육감이 당선된 지역이다. 지난 해 일제고사 하위권이었던 대전시교육청은 일제고사 대상학년인 고교 2학년생이 문제풀이를 할 수 있도록 국·영·수 문제지를 4월 15일부터 7월 1일까지 8차례에 걸쳐 이 지역 61개 고교에 일제히 내려 보내기로 해 '교육과정 파행 조장'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달 18일 오후 5시 일제고사 표집학교인 논산지역 ㅂ초 6학년 교실에 가보니 담임교사들이 9교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날부터 7월 9일까지 일제고사 과목인 국·영·수·사·과에 대해 보충수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보충수업을 받다가 '밖으로 도망 나왔다'는 이 학교 여학생 4명 가운데 한 명은 "7월에 보는 시험이 얼마나 중요하기에 학교 수업 다 받고 또 3시간이나 죽도록 문제풀이만 시키는 것인지 화가 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어른들의 1등 욕심이 어린 학생들을 잡고 있는 것이다.


충북 제천시 ㅇ초 학생들의 등교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