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만난 경기 남양주시 호평중 강범식 교장은 "수업 중심으로 학교 업무를 바꾸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교조 소속 평교사로 근무하다 지난 3월 1일 이 학교에 공모 교장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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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7교시를 수업공개 시간으로 정한 뒤 모든 교사들이 번갈아가며 공개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다른 교사들은 수업을 관찰하고 배운 내용을 중심으로 협의회를 연다. 잡무에 쓸 시간을 수업공개와 수업협의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안옥수 기자 |
평교사 출신 강 교장이 제일 먼저 한 일
경기도교육청 지정 혁신학교인 호평중에 오자마자 강 교장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무엇일까? 바로 '수업중심 학교'를 가로막는 업무, 이른바 잡무를 조사하는 일이었다. 전체 교사들에게 의견서를 일일이 받았다. 그리고 없앨 것은 없애고, 바꿀 것은 바꿨다. 이렇게 해서 강 교장과 교사들이 함께 만든 첫 작품이 바로 '호평중 업무개선 부서별 제안서'다. 발령 첫 달인 3월에 일어난 일이다.
'학교는 행정기관이고 학원은 교육기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지만 25개 학급에서 학생 717명이 공부하고 교직원 67명(교사 42명)이 근무하는 호평중에서는 '씨알이 먹히지 않는 소리'다.
정현숙 혁신부장은 "학교의 변화를 시도할 때는 교사의 수업활동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 속에서 올해 3월부터 이 학교는 ▲학년 중심 체제와 ▲교육지원 체제를 우뚝 세웠다.
이 학교가 부서별 체제가 아닌 학년 중심 체제로 바꾼 까닭은 수업 중심 학교운영을 위해서다. '호평중 운영 혁신 시스템 제안서'에서는 이를 두고 "관리에서 돌봄으로 구조전환을 통한 학교 운영의 혁신 목적"이라고 표현했다.
이 학교 학년부 교무실은 1학년부 5층, 2학년부 4층, 3학년부 3층에 각각 펴져 있다. 해당 학년 학생들 곁으로 교무실을 옮겨놓은 것이다. 담임교사들은 모두 학년부에서 근무한다.
정 부장은 "담임들의 교무실이 교실 앞에 있으니까 학생들과 쉽게 만나고 생활지도도 편리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교무실이란 공간만 '학년부'로 만들어놓은 것은 아니다. 기존 부서협의 체제가 학년 협의체제로 바뀌었다. 학년부장은 해당 학년의 학급운영 지원을 총괄하는 한편, 학년에서 결정한 내용에 대해 교장과 직접 협의한다.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교육지원 체제도 수업 중심으로 확 바꿨다. 복지지원팀(팀장: 사회복지사), 교육지원팀(팀장: 교무부장), 학생지원팀(팀장: 학생부장) 등 3개 지원팀으로 나눈 것이다. 강 교장은 이 지원팀들을 총괄하며 교장, 교감, 행정실장, 3개 지원팀장 등 모두 6명이 참석하는 지원회의를 주재한다.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은 지원인력 증원이다. 전문 상담교사와 사무인력, 혁신요원, 학부모코디네이터 등 9명이나 된다. 올해 따로 받은 혁신학교 운영지원비 1억 6000만원 가운데 46%인 7400만원이 이들에게 주는 봉급이다.
지원인력 가운데 사무인력은 모두 2명인데 한 명은 공문을 전담하고 다른 한 명은 회계를 도맡았다. 교사들에게까지 전달될 필요가 없는 공문은 교감이 1차로 거르지만, 보고 공문의 경우도 상당수는 이들이 처리한다고 한다. 학부모코디네이터는 방과후학교 업무와 학부모 참여사업을 보조한다. 담당 교사의 일손을 덜게 된 것이다.
수업공개와 협의에 집중
정 부장은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는 돈 때문에라도 이런 지원인력을 쓰기는 어렵지만 결국 우리학교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니 '공문 처리하다 틈나는 대로 학생 가르치던 교사들'은 당연히 사라졌다. 그렇다면 교사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화요일인 20일 오후 3시 10분 7교시, 이 학교 4층 세미나실. 전정선 교사가 1학년 9반 학생 30명 앞에 섰다. '기술·가정' 과목 공개수업을 하기 위해서다. 이 학교 교사 30여 명과 다른 학교에서 구경 온 교사 20여 명이 '배움의 공동체' 모형에 따른 수업을 지켜봤다. 이 학교는 매주 화요일 7교시를 수업공개 시간으로 정한 뒤 모든 교사들이 번갈아가며 공개수업을 진행한다. 나머지 교사들은 수업을 관찰하고 배운 내용을 중심으로 협의회를 연다. 끝나는 시간은 밤 6∼7시를 넘기기 십상이라고 한다.
이처럼 이 학교는 공문처리와 잡무에 쓸 시간을 수업공개와 수업협의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공문처리 잘하는 교사 NO, 수업 잘하는 교사 OK'인 학교가 또 하나 탄생한 셈이다.



매주 화요일 7교시를 수업공개 시간으로 정한 뒤 모든 교사들이 번갈아가며 공개수업을 진행한다. 그리고 다른 교사들은 수업을 관찰하고 배운 내용을 중심으로 협의회를 연다. 잡무에 쓸 시간을 수업공개와 수업협의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안옥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