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문제아에게 기회라니, 낙인이 먼저지!?"/ [영화평] 사고뭉치들의 천국 도전기 <천국의 아이들>

서울시교육청이 제작비 지원한 <천국의 아이들> 24일 개봉

이른바 '골 때리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꼴통 중딩들의 개과천선 프로젝트'란 어깨 제목을 달고 오는 24일 극장에 걸리는 <천국의 아이들>이 바로 그것이다. 학교폭력으로 뒤숭숭한 교육계에서는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꼴통 영화'에 사상 첫 투자한 서울시교육청

이 영화 총제작비 3억 원을 대준 곳은 다름 아닌 서울시교육청. 그 동안 교육청과 교과부가 자신들의 치적을 자랑하는 라디오광고나 무가지 매수 광고를 한 적은 있어도 이처럼 영화제작에 투자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독립영화 제작비와 비슷한 3억 원의 투자 유치, 평범해 보이는 영화제목, '청소년 성장영화' 틀에 갇힌 뻔해 보이는 시나리오. 이런 것 때문에 이 영화는 스티브 잡스 말마따나 '도착 즉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결과는 딴판!
 
지난 11일 밤 시사회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300여 명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기자들은 "3억 원으로 이런 영화가 나온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저예산 영화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빵빵한 감독과 배우들. 특히 청소년 배우들의 연기는 '배우 자체가 이른바 일진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실감났다.
 
감독은 <인어공주>, <사랑해 말순씨> 등을 만들었던 박흥식 씨가 맡았다. 박 감독은 "우등생이든 열등생이든 다 행복한 학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천국의 아이들>에 나오는 중학교 2학년 꼴통들은 천국이 아닌 지옥의 아이들이다. 사고치고 축구부에서 쫓겨난 남짱 정훈(박지빈), 길에서 담배 삥을 뜯는 성아(김보라), 교실에서 잠만 자는 미친 무존재감 병민, 형들한테 매만 맞는 형주….

 

이 영화의 배경은 가난한 이들이 뜨내기로 살다 떠나는 서울의 한 중학교. 어느 한가한 날 이들은 방과후에 한 곳에 모인다. 새로 온 교장(이대연)이 문제아들만 모아놓은 '방과후학교'를 만들고 기간제 교사인 유진(유다인)에게 지도를 맡겼기 때문이다.
 
교장이 바라는 수업의 목적은 문제아들이 학교 밖에서 사고 치지 말고 학교에 얌전히 남아 있도록 하는 것.
 
낙인시스템 향한 항변, "기회 주자고요"

막막한 상황에 한숨짓는 교사 유진. 하지만 그는 "아무 것도 하지 말기를 하고 싶은 데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을 방치할 수는 없었다. 유진은 뮤지컬로 '서울학생동아리한마당'에 나가기로 한다. 학생들도 100만 원이란 상금에 끌려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들은 뮤지컬을 세상의 무대에 올릴 수 있을까? 아니 이들의 뮤지컬을 봐줄 세상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기간제 교사 유진은 교장에게 처절하게 외친다.
 
"기회라는 거요. 아이들한텐 무한정 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잘못에 따른 처벌 내용도 빠짐없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해 5년 또는 10년간 보관하는 낙인시스템을 새로 만든 정부. 그래서 대학입시와 취업에서 인과응보의 정신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그들의 꼼꼼함이 무서운 요즘, '기회'란 더 이상 없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놓고 한 보수신문은 11일자 보도에서 "교장 악역 영화로 곽노현 홍보?"란 제목을 달고 서울시교육청 때리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 나오는 교장은 나이가 쉰세대(53세)지만 태블릿피시를 활용하는 신세대 교장. 교육계 말단 관리로서 원칙을 내세우지 않을 수 없는 위치다. 이 때문에 유진과 다툼을 벌이기도 하는 그런 평범한 여느 학교 교장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를 놓고 '악역'이라면 한국 교장 모두에 대한 모독이 될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 영화 속 교장은 아이들이 바다여행을 갈 수 있도록 남모르게 돕는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한다.
 
이 영화를 본 교장 출신 한 서울시의원은 "이런 것이 무슨 교장 모독이냐"고 말했고, 김종현 KAC 한국예술원 영화과 교수는 "영화를 영화로 봐야하는 데 색안경을 끼고 보니 문제"라고 평하기도 했다.
 
24일 개봉, 감동 물결 기대

"현실에서 지옥의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이 만들었다. 모든 아이들은 천국의 아이들이 될 준비가 되어 있다. 오늘 영화를 보니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사회가 끝나고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영화에 대한 기대를 솔직히 드러냈다.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인 이 영화는 오는 24일 우선 서울지역 5개 개봉관에 걸린다. 서울 외 지역으로도 확대 개봉할 계획.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많은 관객이 들고 학생과 교사에게 감동을 주어 본전 이상의 소득을 얻어야 하는 게 투자자인 우리들의 목표"라고 유쾌한 목표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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