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누기

다시 태어난 미디액트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 2010년 19호 특집기사 3

 

다시 태어난 미디액트

 

최은정
(미디액트 정책연구실)

 

경과보고, 눈물이 그렁그렁

 

5월 14일 상암 미디액트 개관식. 경과를 보고하던 오정훈 미디액트 교육실장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1월부터 시작한 경과보고가 겨우 3월에 다다랐을 때였다. 그리고 잠시 침묵. 오정훈 실장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절대 눈물 따위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몇몇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침묵을 깬 건 누군가의 박수였고, 경과보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마무리됐다. 영화진흥위원회와의 싸움과 새로운 영상미디어센터 설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미디액트. 잠깐의 침묵 동안, 공모를 준비하던 지난 가을부터 재개관까지의 순간순간이 머릿속을 스쳐간 건, 분명 나만은 아니었으리라.

 

정당성을 상실한 영진위 공모 심사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영상미디어센터 운영 사업자 공모는 시작부터 말이 많았다.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에 대한 합리적 평가나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으며, 공모 과정은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것은 전채요리에 불과했다.


2010년 영진위 영상미디어센터 운영 사업자가 선정된 지 채 2주도 안 된 2월 3일, 공모 심사 과정의 문제점이 각종 언론과 국회를 통해 드러났다. 2009년 12월 진행한 1차 공모에서 꼴찌로 탈락한 문화미래포럼을 포함한 3개 단체 컨소시엄 사업계획서가 신청 단체만 시민영상문화기구로 바뀐 채 올해 1월 진행된 2차 공모에서 1등이 된 것. 이 과정에서 꼴찌로 탈락한 단체의 관계자가 2차 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또한 선정된 사업계획서의 부실함도 지적됐다. 해당 계획서는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의 기본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디액트 스탭이 포함된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가 제출한 300페이지 가까운 사업계획서와 비교조차 안됐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일련의 과정을 요약하자면, “정당성을 상실한 영진위 공모 심사”랄까. 현재 영진위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 2010년 1월 29일 문화체육관광부 앞 기자회견 “심사를 발로 했습니다”


놀면서 싸운다, 돌아와 미디액트

 

영진위 영상미디어센터 운영 사업자 발표 이틀 후인 2010년 1월 27일. 영진위 앞에서는 사업자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미디액트 수강생과 강사, 독립영화 제작자, 미디어교육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영상미디어센터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모임 ‘돌아와 미디액트’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틀 후, 기자회견 “심사를 발로 했습니다.”를 시작으로 돌아와 미디액트는 ‘놀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광화문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공개질의 기자회견 “시민영상문화기구, 질문 있습니다!”, See you soon MEDIACT 영상 제작, “영진위 빵꾸똥꾸”를 노래한 1인 시위 음악회, 시간될 때 하는 틈틈이 1인 시위, ‘영’진위는 0점이란 의미의 온라인 항의 0Day, 센터를 말아 먹고 있다는 뜻의 퍼포먼스 우동 말아 먹기, 시민들에게 미디액트 사태를 알리기 위해 열린 미디액트 사진관, 공모 발표 100일을 맞아 영진위에 쑥과 마늘을 보낸 기자회견 “영진아, 우리 뒤끝 있다!”, 강사료 없이 진행한 강사특강, 상암 미디액트 환경미화, 돌미(돌아와 미디액트)밴드의 재개관 축하공연 등.


다양한 끼와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반짝반짝한 아이디어와 에너지를 모았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영진위 규탄과 미디액트 지지를 위한 행동에 참여했다. 돌아와 미디액트의 경쾌하고 발랄한 연대와 응원은 발 디딜 곳을 잃은 미디액트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또한 상암 미디액트 개관의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했다.

 


▲ 2010년 5월 14일 상암 미디액트 개관식 축하공연 ‘돌미밴드’

 

Re:Born MEDIACT

 

상암 미디액트 개관 준비는 2월부터 시작됐다. 처음부터 대단한 결의를 한 건 아니었다. 공모 발표 직후, 대안 센터에 대한 의견이 나왔고, 실현 가능성을 점쳤고, 장소를 찾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공사를 시작했고, 강좌를 기획했고, 새로운 운영 모델을 모색했다. 온갖 공사 자재와 먼지 구덩이 속에서 마스크를 쓰고 사업을 시작했고, 8년 전 개관일 즈음으로 재개관 날짜를 잡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재개관을 준비한 지난 몇 달간 모두 미쳐있었거나 뭔가에 단단히 홀렸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새로운 실험과 도전은 재정난이라는 현실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영상미디어센터로서의 기본 시설과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했고 그 규모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5월 14일 재개관식 슬로건이 “빚 갚고 빛나자”로 된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 재정난을 돌파하기 위한 가능성이 확실히 손에 잡힌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몇 달간 돌아와 미디액트가 보낸 에너지와 두 손 무겁게 상암동을 찾은 회원들의 지지와 격려, 센터를 위해 기꺼이 팔을 걷어 부치고 재능을 나눠준 수강생, 강사, 미디어교육 참여자들을 통해 미디액트는 그 가능성을 보았다.


다시 태어난 미디액트는 이용자층의 자발적 참여와 지지를 기반으로 미디어 융합 상황에 부합하는 최적화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비전과 계획의 실현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손과 손이 하나로 엮여 커다란 원을 만들고 그 원으로 힘겹게 죄어 오는 세상에 대해 높고 넓게 다가설 수 있길 미디액트는 희망하고 있다. 미디어 공공성을 실현을 위한 미디액트의 걸음에 많은 이들이 함께 해주길 바란다.

 


▲ 상암 미디액트 대강의실

 

 

▲ 상암 미디액트 디지털교육실

 

[인용 및 관련 글]

 

미디액트 핑계대고 잘 놀고 있는 우리들 - 돌아와 미디액트
http://www.mediact.org/web/media/play_view.php?code=Media&mode=View&bbid=MEDIA_PLAY&type=&page=1&part=&nums=457&numC=&grp=&sfl=&stx

 

더 큰 원을 그리기 위한 새로운 출발 - 상암 미디액트 개관을 맞아
http://www.mediact.org/web/board/news_view.php?code=Guide&mode=View&bbid=GUIDE_NEWS&page=1&nums=656&grp=&sfl=&stx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 2002년 개관한 미디액트는 모든 이를 위한 미디어교육, 시민들의 자율적 영상제작, 독립영화 활성화를 위해 창작지원, 교육, 장비대여, 정책연구 등의 활동을 하는 곳으로 시민들의 후원과 참여로 운영되는 국내 최초로 설립된 공공영상미디어센터이다.


Web. www.mediact.org  Tel. 02-6323-6300 

후원계좌. 우리은행 1005-301-656973
후원회원 미디액트앤& 가입  http://www.mediact.org/web/etc/pop_sponinfo.php

 

[돌아와 미디액트]
- 돌아와 미디액트'는 미디액트 공모 탈락의 부당성을 알리고 선정 결과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자발적 연대체로 미디액트 수강생, 회원, 독립영화제작자, 교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Web. http://cafe.naver.com/comebackmedi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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