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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호-가난한 이들을 위한 페다고지] 홈리스 대중의 조직화: 두 번째 이야기

윌리 뱁티스트의 저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페다고지]의 주요 내용을 대담형식으로 각색해 담은 꼭지

이후에 네트워크의 확대는 종말을 고하고, 1990년대 초반 전국홈리스연합이 붕괴하면서 해산하게 됩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그 당시, 가난한 이들의 공동체에 코카인이라는 새로운 마약이 만연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약이라는 전염병이 공동체 내부를 전쟁 상태로 몰고 갔습니다. 또한 <존엄한 주거>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파견된 사람들이 홈리스연합보다는 주택청과 같은 국가기관과 더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주택청에서는 홈리스연합과 프로그램의 관계를 약화시키는 요구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홈리스 당사자들의 헌신과 노력을 통해 주택을 확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확신했는데, 주택청은 그러한 과정을 단절시켰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존엄한 주거>라는 하나의 포괄적인 프로그램은 자산관리, 사회복지, 동료상담 등의 개별적인 프로그램으로 분할되었습니다. 사실 동료상담은 조직화를 위한 과정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동료상담을 홈리스 당사자들이 담당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주택청은 이러한 부분을 제거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홈리스연합의 역할은 보조적인 수준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이처럼 운동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조직의 목적이 온건해지고 심지어는 조직이 몰락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제도화 과정이 근본적인 개혁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운동을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얻게 된 주요한 교훈 중 한 가지는 초기 단계에서 역량과 명확함을 갖춘 헌신적인 지도력을 발견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경험도 부족했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습니다. 국가권력의 술책과 기만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전국홈리스연합이 국가권력에 의해 포섭된 이후 결국 해산의 길을 걷게 된 것은 빈곤 당사자를 중심으로 한 대중조직에 반대했던 피븐과 클라워드의 주장을 입증하는 게 아닌가요? 빈민 중심의 대중조직 대신 그들은 빈곤층을 동원하는 성직자, 학생,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전국 네트워크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피븐과 클라워드는 1966년에 설립된 전국복지권기구(NWRO)의 영향력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전국복지권기구의 한 축은 복지수혜자였습니다. 전국복지권기구의 초대 대표는 조니 틸먼이라는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가난한 여성들로 구성된 복지수혜자 집단의 일원이었습니다. 이는 자원・목표・전략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것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당사자가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기반한 것입니다.

  1968년 전국복지권기구의 행진 모습 [출처: the Jack Rottier Collection]
반면, 피븐과 클라워드는 빈민들이 스스로 조직화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상태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그들은 빈민들로 구성된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필수적인 영향력을 결코 확보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조직화를 위해 그들의 에너지와 빈약한 자원을 투여하는 것은 결국 에너지의 소진과 함께 조직의 붕괴를 가져올 것이며, 결과적으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상층부의 이해관계에 지배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보았던 것입니다.

저는 1987년에 만들어진 (전국복지권기구와 거의 동일한 이름인) 전국복지권연합(NWRU)에 소속된, 당사자(복지수혜자)이면서도 동시에 지도자였던 수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피븐과 클라워드의 입장에 분명하게 반대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역사적으로 살펴봐도 피븐과 클라워드의 주장은 지나치게 단순한 것 같습니다. 과거 노예 해방 투쟁에서도 노예들은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한 조직화 과정을 거치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확실히 그 당시의 노예들보다 현재의 빈곤층의 상황이 더 열악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피븐과 클라워드는 동원과 조직화를 이분법적이고 추상적으로 해석하면서 조직화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창조적인 운동을 지원할 수 있다는 현실을 간과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공부해온 역사와 제 자신의 경험들은 가난한 빈곤층이 운동의 주체가 되기 어렵다거나 또는 지도력을 드러내거나 운동을 지속시키기 어렵다는 주장들을 반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들이 어떤 조직을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피븐과 클라워드는 광범위한 반빈곤운동에 있어서 빈곤층이 주도적인 사회세력으로 형성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궁극적으로 모든 사회적인 관계에서 빈곤층이 주도적인 세력이 될 수 없다는 기본적인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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