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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호-요세바 통신] 일본의 청년 주거 문제

① 청년 기생충론과 그 비판

[요세바 통신]은 일본의 홈리스 소식을 전하는 꼭지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고,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집을 사고, 나이들면 아이들이 보내오는 용돈으로 소일꺼리 하고…. 처음 직장을 잡을 때는 단칸방에서 시작하였지만, 올라가는 월급을 조금씩 저축하여 돈이 모이면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고, 집값이 오르고….

모든 사람이 이러한 사이클로 삶을 보내지는 않았을 테지요. 하지만 우리들의 머릿속에는 왠지 이렇게 사는 것이 평범해 보였고, 당연해 보였고, 또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가족’을 만드는 것, ‘취업’을 하고 월급이 오르는 것, ‘집’을 넓혀 가면서 자기 집을 구입하는 것, 게다가 그 집값이 오르는 것…. 이 세 가지가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을 우리는 늘 머릿속 한 구석에 간직하면서 인생을 설계해 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요? 어디부터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세 가지가 잘 맞아떨어져 가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첫 단추인 취직하고 단칸방에서 가족 만들기의 시작인 결혼을 한다는 게, 요즘 세상에서는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일본도 한국보다 그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일본의 청년 주거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데요. 한국의 청년 주거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청년 기생충론의 등장
이번 호에서는 청년 주거문제의 실태 중 청년 기생충(parasite)론의 변화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청년이 기생충이라? 좀 가혹한 표현일 수 있는데요. 잘 아시겠지만 기생충은 무엇인가에 착 달라붙어서 쪽쪽 빨아먹는 생물입니다. 일본에서 ‘기생충 싱글’이라는 단어가 90년대 말부터 꽤 유행했는데요. 그 말의 뜻은 이렇습니다.

야마다 마사히로, 『기생충 싱글의 시대』

“학교를 졸업하고도 부모와 같이 살고 기초적인 생활 조건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미혼자”


‘부모들은 젊을 때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꾸리고 집을 구입하였는데, 자식들은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부모의 돈으로 괜찮은 생활을 한다.’ 이런 뉘앙스에서 나타난 단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인구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데, 집에서 부모가 주는 밥을 먹고 독립할 생각은 안하는 ‘나약한 청년층’이 늘어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세대내 단신자 비율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단신자들의 비율) [출처: 일본 빅이슈 홈페이지]
청년 기생충론에 대한 반론 : 자립심 결여 아닌 경제력의 결여가 문제!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곧 생겨나게 되죠. 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게 되는데요. 이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취직을 하기 어렵고 하더라도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성인 미혼자 대부분이 독립하는 데 필요한 소득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 연구들은 부모 슬하에 머물러 있는 청년층이 ‘자립심’을 결여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며, 불안정해지는 노동시장 속에서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죠.

먼저 청년층이 ‘결혼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는 그 경제력이 크게 좌우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02년 자료이긴 한데요. 일본의 30-34세 남성 중 정규직 중 결혼한 비율은 59%인데, 비정규직은 30%, 아르바이트 취업자는 19%였습니다(일본 총무성 통계국, 취업구조 기본조사, 2002년). ‘꼭 결혼을 해야 행복하냐’ 이런 문제제기도 가능할 법한데, 취업 형태와 결혼 비율이 긴밀한 상관관계를 가지며, 결혼을 하고 싶어도 경제력이 안 되어 포기하는 청년층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왼쪽의 그림은, ‘세대내 단신자(미혼자) 비율’을 나타내는 그래프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해가 갈수록 부모 등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아직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층의 비율이 갈수록 증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모와 함께 거처하는 청년층이 증가하는 반면, 부모에 의지하지 못하는 청년층도 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호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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