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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홈리스야학 이야기]홈리스야학 <영어 실전반> 수업

[홈리스야학 이야기]는 야학 교사들이 만난 학생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꼭지

저는 매주 금요일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다 처음으로 야학 교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첫 수업 전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누구와 처음 만나게 되면 긴장을 정말 많이 합니다. 상황마다 다르지만 심하게 낯가림을 하기도 하고, 정말 친화력이 좋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아 ‘영어수업을 제대로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과 함께 교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제 성격을 잘 모르고 이상할 때가 많아서 제 친구들과 동생, 오빠들은 저를 힘들어하고 귀찮아합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제 수업을 들으셨던 핸썸님과 림보님은 저를 너무 잘 따라와 주시고 즐거워해 주셨습니다. 특히 림보님은 오래 알고 지냈던 분이어서 수업 시간 때 정말 편하였습니다.

  홈리스야학 봄학기 영어 실전반 수업사진
영어 실전반의 두 학생: 핸썸님과 림보님~
수업은 정해진 교재를 사용했는데 영어 읽기와 일상대화, 단어들을 배웠습니다. 핸썸님과 림보님은 영어실력이 좋으셔서 수업 내용을 금방 이해하셨습니다. 두 학생 분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서로 알려주시고 도와주셨습니다. 제 설명을 잘 못알아 드셨을 때도 열심히 몸으로 표현하거나 사전을 찾아 이해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이 과정에서 핸썸님과 림보님이 갑자기 싸우시기 시작할 때가 있어 당황스러울 때도 있었고 긴장 모드였지만, 정말 재밌었습니다. 저는 웃었습니다. 수업 때마다 노력하시는 모습이 정말 좋았습니다.

저 또한 야학에 오는 데 의미가 있었습니다. 핸썸님은 저를 볼 때마다 반갑게 인사해 주셨고 매 수업마다 커피를 챙겨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커피를 잘 못마셔서 “핸썸님~ 저 커피 못 마셔요~” 라고 말씀을 드렸지만, 열심히 타 주셨습니다. 림보님이 “커피 안마신다고!! 왜 자꾸 커피를 타와!!”라고 하셔도 핸썸님은 굴하지 않고 커피를 타오셨습니다. 제가 받쳐주질 못해서 죄송스럽지만, 저는 제 몸에 해로운 음식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습니다.

핸썸님과 림보님은 수업에 절대 빠지지 않으셨습니다. 저도 빠지지 않았지만, 지각은 3번 했습니다. 한번은 수업에 늦어 미친 듯이 뛰어가다가 핸드폰을 부셔버렸습니다. 왜 제 손에 거치는 모든 것들은 다 부셔지는지…. ‘망손’(망할 손이라는 뜻) 인증이 되었습니다. 스크린이 박살 난 핸드폰을 다시 줍고 뛰었습니다. 림보님과 핸썸님은 교재를 읽으시면서 저를 기다려 주셨고, 지각을 한 저와 저의 핸드폰을 정말 열심히 위로해주셨습니다. 이때 서로의 마음이 잘 통했습니다.

수업 시작 전 항상 서로의 근황을 말하는 시간을 먼저 가졌습니다. 핸썸님과 달리 림보님은 “일 없어. 그냥 여기만 오고, 나 혼잔데 뭐. 그냥 늘 똑같애”라고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혼자’라는 말에 제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영어만 가르칠 것이 아니라 마음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는데, 오히려 제가 늘 토닥토닥 위로를 받았습니다. 항상 제 나이 또래들과만 얘기하고 생활하다가 야학과 인권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보고, 대화 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인생 공부가 되었습니다. 야학을 하면서 몇 년 동안 쓰지 않았던 영어를 다시 쓰게 되어서 좋았고, 영어를 가르쳐 드릴 수 있어서 보람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사정이 있어 가을 학기는 참여를 못하게 되었지만, 짧은 시간동안 핸썸님, 림보님과 함께한 야학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활동하시고, 저는 늘 존경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