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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특집] 서울시 ‘노숙인 지원주택 시범사업 운영 지원계획’을 보며...

[특집]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햇수로 5년이다. 동 법에는 노숙인 등에 대한 주거지원, 급식지원, 의료지원, 고용지원 등 복지조치가 명시되어 있다. 특히 법 10조인 주거지원 조항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숙인 등의 ‘적절한 주거생활을 위하여’ ①노숙인복지시설, ②기타 사회복지시설의 제공, ③임대주택 공급, ④임시주거비지원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으며, 시행령에 의해 임시주거비지원의 경우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법은 주거지원을 명시하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노숙인 재활시설인 대구시립희망원의 인권유린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 조사 중에 있고, 여전히 적절한 서비스를 찾을 수 없는 노숙인 등은 요양병원을 전전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복지시설’이라 일컬어지지만, 시설, 그것도 대형시설이라는 것(형태와 운영방식)이 홈리스의 욕구와 상태를 고려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당사자가 권리를 보장받으며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를 갖는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래서 지난 10월 발표된 서울시의 ‘노숙인 지원주택 시범사업 운영계획’의 내용을 접하니 우선은 환영의 마음이 든다.

홈리스 주거지원 정책의 두 가지 기조: ‘주거우선’과 ‘주거준비’
  지원주택(suppotive housing) 개념도
지원주택(supportive housing: 서포티브 하우징)은 주거확보와 유지가 취약한 홈리스에게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위한 주택제공과 더불어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형태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다.

홈리스 상태는 ‘빈곤의 극단상황에서 주거의 부재(안정적인 주거가 없는 상태)’로 드러나다 보니, 해당 복지 분야에서 논쟁 중 하나는, ‘독립된 주거를 우선’ 제공할 것인지(housing first: 하우징 퍼스트. ‘주거우선’이라는 의미), ‘시설에서 독립된 주택으로 갈 준비’를 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였다. 전자는 지역사회 속에서 독립이 보장되는 주거를 제공하고 거주자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후자는 시설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에서의 독립된 생활이 준비되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주거를 연결하는 방식을 말한다. 미국에서 정신질환과 약물중독자인 노숙인에게 ‘주거우선’인지, ‘주거준비’인지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초기 시행된 ‘시설에서 주거준비’를 강조하는 프로그램이 재노숙 혹은 시설에서의 생활이 장기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면서, 1990년대 들어 ‘주거우선’ 전략이 제안되었다고 한다.

선진 경험을 통해 본 서울시의 ‘노숙인 지원주택 시범사업’
그렇다면 지원주택의 효율성, 즉 적절한 사람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선진 경험을 통해 제안되는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원주택은 주거와 함께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이므로, 지원주택에 적합한 대상(입주자)은 특히 거리노숙의 위험이 현저하고 주거안정성과 고용 등에서 복잡한 어려움과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며, 둘째 입주자가 지역사회 속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적절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고, 셋째 제공되는 주택은 주거비(보증금과 임대료 등)가 지불가능한 수준이면서 동시에 안정적으로 장기간 거주가 가능한 주택이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홈리스 정책에서 ‘주거우선’ 정책의 기조가 흔들림이 없어야 하고 당사자의 서비스 참여와 이용이 주거유지를 위한 조건이 되면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발표된 서울시의 ‘노숙인 지원주택 시범사업’ 관련 공고 계획을 살펴보면(2페이지 표 참조), ①지원주택을 집이 없거나 거처유지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독립적이며 저렴한 주거비로 공급되는 적절한 지원서비스가 함께 제공되는 주택으로 ②주택의 보증금은 200만원∼300만원, 월임대료는 10만원∼20만원 사이, ③입주대상을 남성은 알콜중독, 여성은 정신질환으로 한정하고 ④전문 사례관리자를 배치해 입주자에 대한 투약과 재활 등을 수행한다는 것이 골자이다.선진 경험에서 제안되는 내용을 통해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우선 지불가능한 주택의 문제다. 서울시와 SH(서울주택도시공사)는 입주신청자의 경제적 취약성을 고려해 초기정착을 위한 보증금과 임대료는 민간자원을 연계하거나 임시주거비지원을 사용한다고 한다. 초기 6개월간의 임대료는 이런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이후 주거유지를 위한 소득확보 방식에 대해서는 반드시 가구별 상황을 고려한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주거비(보증금과 임대료)수준이 적정한지, 입주자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임대료 체납이 발생할 경우에 대한 어떻게 대처할 지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지불가능한 사람만 걸러 입주하게 하는 현상(크리밍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둘째 안정된 주택인가 하는 것이다. 현재 공고문에는 입주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지원주택 운영기관에 대한 공고인 점-을 감안한다 해도 입주자 거주기간은 있어야 하며, 입주자 특성을 감안해 적어도 장기거주가 가능한 주택이어야 한다.

셋째 사례관리 노하우의 활용과 축적이다. 그간 주거취약계층 매입임대주택의 경험을 가진 민간의 경험을 시범사업에 활용할 것이다. 지원대상자의 특성별 사례관리방식의 정리가 그간 민간이 수행한 주거지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원주택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합의가 있어야 한다. 시범사업의 한계로 논의 단위가 종전 노숙인쉼터로 규정된 시설에 국한되었던 듯하다. 이미 선진 경험을 통해 효율성을 확인한 만큼, 적어도 ‘노숙인 등’으로 규정된 단위와의 논의, 소통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향후 지원서비스나 사례관리 밀착도의 강약을 고려해 다양한 지원주택이 공급될 수 있기를, 주택제공에서 주거복지로, 지역사회복지의 개념에 주거복지가 확립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