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트119 칼럼] 활동가 정신건강 - 분노조절장애와 트라우마

활동가들이 척박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은 일반인들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종종 ‘분노’로 표출되는데, 이는 일상 외에도 운동에 있어 이념적 노선이나 활동가들 사이에서 빚어지는 관계들이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분노’를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될 때 우리는 일단 ‘분노조절장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활동가들은 통상 현장에서 싸우거나 비난하거나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등의 양태로 나타나는데, 자신의 상황에 대해 불평이나 한탄을 늘어놓는 일 혹은 상대에 대해 못된 사람이나 사기꾼 혹은 거짓말쟁이로 매도하는 등의 행동이 반복되는 것이 그런 증상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러한 증상이 지속될 경우, 그는 자존감과 자기정체성이 붕괴됨으로써 현재 자신이 처한 역경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하게 된다. 또한 억압된 상처가 무감각한 감정으로 이어져 사회적 제반 인간관계까지 포기하게 되는 불행을 가져오기도 한다.

분노조절장애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조건에 영향을 받지만 때로는 개인의 기질이나 가족사 측면에서도 유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 정신병 의사이자 행동생물학자인 보리스 시륄닉 (Boris Cyrulnik)은 “트라우마를 경험한 피해자의 기억 속에 새겨진 트라우마는 마치 그를 따라다니는 유령처럼 그때부터 그의 역사의 일부가 된다”고 말한다.

즉, 이러한 트라우마는 사회적 관계에서 믿음과 신뢰를 잃게 하고, 자신과 타인 사이의 연결을 단절케 한다. 그리하여 자신이 지향하는 삶을 선택하는 능력까지 상실케 한다. 결국 트라우마는 피해자에게 당시 문제의 시점에만 고통을 주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분노조절장애에서 ‘충동적 분노 폭발형’은 강한 생리적 반응이 동반되어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어 분노가 폭발하는 다혈질 기질에서 종종 발견된다. 양극성 장애(조울증)가 동반된 이 증상의 치료에는 감정을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하면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하나는 ‘습관적 분노 폭발형’인데 이는 통상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분노 표현 자체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학습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이는 흔히 '목소리 크면 이긴다'는 식의 경험을 통해 분노의 감정을 키워 온 사람이 많으며 치료에는 약물보다는 ‘분노 조절 훈련’이 효과적이다.

‘분노 조절 훈련’은 첫째, 분노 폭발을 ‘폭력’으로 인정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즉 신체 폭력뿐 아니라 정신적 폭력 역시 폭력이라는 인식으로 "나는 화를 조절할 수 있으며 이를 표현할 줄 아는 강한 사람"이라는 자기 격려를 수시로 한다. 둘째, 분노 폭발은 어떤 자극에 대해 통상 30초 안에 이루어지므로 이 순간을 넘겨 대화하는 인내가 필요하다. 셋째,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문제해결의 담지자가 됨으로서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모색하게 한다.


*글= 레드크라우드 (레프트119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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