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록 에세이] 21세기 내선일체 그리고 일선동조(日鮮同祖, 同調?)

최형록(인문학자)

식민지 조선의 노동자 투쟁, 농민투쟁이 제국주의 일본의 ‘자유’를 침해하며 정신대, 강제적 징병징용이 그리고 남경학살이 일제의 ‘자유’로운 행위인가? ‘그렇다’라고 짐승의 얼굴로 대꾸할 수 있는 것이 21세기 일본우익의 ‘자유주의 역사관’이다.

대한민국 헌법전문에 있는 “4․19 혁명정신”을 깔아뭉개버린 쿠테타 세력이 ‘유신체제’를 수립하여 독점자본의 조국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인간적 존엄성을 자각하여 항거할 용기가 부족했던 많은 전태일들을 착취하고 억압했던 역사를 기념하고자하는 역사관은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왜 박정희 기념관 건립을 심각하게 생각하며 저지해야 할까?

첫째, 과연 박정희 정권이 ‘보릿고개’를 넘는 데 1등공신인가? ‘4․19혁명’을 깔아뭉개 버린, 군부쿠테타 세력은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조국근대화 -경제발전’에서 찾았다. 그런데 그들의 경제개발 계획은 쿠바혁명에 놀란 미제국주의의 동북아전략 그리고 ‘야쯔끼 프로젝트’(남한의 동남해안 - 부산, 울산, 포항, 마산 -을 일본의 관서공업지대를 중심으로 한 ‘수직적 분업권 ’내로 재편한다는 기획)의 전략에 들어맞는 것이었다.

이 반동 쿠테타 세력은 ‘선 성장 후 분배 정책’이라는 허울 좋은 논리를 폈다. 이런 과정, 무자비한 한국적 산업혁명과정에서 청년노동자 ‘전태일’은 ‘영원한 청년’으로 남게 되었고 그 당시는 물론 지금도 분배는 ‘그림 속의 떡’이며 ‘부익부 빈익빈’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둘째, 이른바 ‘정신대’의 ‘한’이 여전히 미결의 과제로 남아있는 것도 이 파시스트 정권의 책임이다. 한일회담 당시 ‘유신본당’은 자신의 ‘조국 근대화’를 위한 자금조달 그리고 일제가 강탈해간 금괴와 채권 등의 원상회복에만 관심을 둘 뿐, ‘대일청구권 8개 항목’에서 ‘정신대’문제와 일제에 의한 징병․징용자들의 저금문제를 아예 제외하였다.

파시스트 정권의 성격을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박정희의 쿠테타가 성공하자 당시 일본수상 이께다는 5월 21일 케네디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일본은 집권한 군사정권이 공공연히 반공주의적이라는 것에 대단히 주의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정권이 반드시 민주적이지 않아도 좋다.”라고 말했다(존 설리반 등 편, 「두개의 한국 - 하나의 미래」 1987년, 146면).

이런 성격의 정권이었기에 일본의 독점자본들- 미쯔비시, 미쯔이 마루베니등 - 은 박정희가 (1963년과 1967년) 윤보선과 그리고 (1971년) 김대중과 대선경쟁을 할 때 수 백만 달러를 선거유세자금으로 지원했던 것이다(앞의 책, 147-148면).

그의 정권에서 출세한 자들 가운데는 ‘친일파’가 많았는데 대표적인 한 인물이 박정희기념관 건립추진의 주요한 인물인 신현확이다. 그는 일본 고등문관행정과에 합격한 후 일본 상공성(이후 군수성)에서 근무했으며 박정희가 암살되었을 당시 국무총리였다. 박정희가 이순신을 ‘구리 이순신’ (김지하의 희곡)‘으로 만든 것은 자신의 세력의 ’친일파‘성을 은폐하려는 간책(奸策)이었다.

셋째, 일제의 파시스트적 ‘군국주의’는 인간을 ‘정치권력의 수단이자 경제동물’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까닭에 ‘인권’과 ‘정치의 윤리’는 허무한 가치에 불과한 것이다. 그의 ‘배덕의 삶’은 만주국 육사 졸업식 선서에서 “대동아 공영권을 건설하기 위한 이 성전에 벚꽃처럼 질, 제 목숨을 바칠 것을 결의합니다”라는 반역에서 출발하여 ‘여순반란 사건’에서의 인간적 배신, 민정이양에 대한 두 번에 걸친 거짓눈물로 점철되어있다.

그의 배덕이 야만적인 남한 자본주의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면서 나타난 것이 민중에 대한 탄압과 착취, 민청학련사건과 인혁당사건, 민주언론에 대한 탄압과 유약한 지식인들의 노예화, ‘베트남 전쟁에의 파병’, 그리고 이른바 ‘정경유착’이다.

파시스트 박정희의 ‘새마을, 잘 살아보세’는 과연 실현된 것인가? 국민소득 1만 달러가 폭력적이며 온갖 종류의 ‘정신적 황폐함’이 난무하는 ‘인간미’가 없는 상황을 대체할 수 있는가?!

‘역사적 치매’ 환자들은 진정으로 ‘잘 살’ 수 없다. 투쟁을 통해서 ‘역사적 정의’를, ‘민중의 비원(悲願)’을 실현해나가는 것, 이것이 진정 ‘잘 사는’ 삶이다. 부단한 건투를.

파사현정(破邪顯正)

2000. 9.5.


본지는 재야 인문학자 최형록 선생의  철학, 역사, 과학, 정치에 관한 세계관을 접할 수 있는 에세이를 매주 토요일 시리즈로 싣는다. 최 선생은 서울대 인문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민중당 국제협력국장, 사민청 지도위원, 진보평론 편집위원을 지낸 바 있다. 저서: 이 야만의 세계에서 어린 시절의 꿈나무를 키워나간다, 영역: 모든 노동자의 건강할 권리를 위하여. [한국인권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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