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 강하게 자신있게 일터를 멈추고 세상을 바꾸자

윤석열 체포영장 기한인 1월 6일까지 기다리던 체포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을 재발부받았고 경찰도 다각도로 집행 방안을 검토하며 2차 집행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신문이 발행되는 1월 11일 전에 윤석열이 체포되길 바란다. 단, 윤석열 체포가 한 차례 실패하게 된 과정은 성공 여부와 별개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체포 이후에도 이어질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의 전선이기 때문이다.

극우가 재조직하는 보수 정치

윤석열의 계엄 시도는 우리만 놀라게 한 게 아니다. 그날 이후 ‘윤석열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은 사회 전체의 합의가 됐다. 보수언론들조차 “윤석열은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내세웠다. “계엄은 통치행위”라는 헛소리는 내버려 두면서 탄핵소추안에 찬성하는 의원들의 말은 막으려 든다. 권성동과 권영세를 주축으로 한 국민의힘 지도부의 행보는 국민의힘이 민주공화국에서 회생하려는 의지조차 없음을 보여준다.

지금 관저 주위를 에워싸고 윤석열을 지키겠다는 이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퇴진’을 요구했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종북 게이가 나라를 망친다’, ‘22대 총선은 부정선거’라는 주장을 외치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어왔다. 이들이 주도하는 극우 유튜버를 애청하며 학습하던 윤석열이 ‘박근혜를 수사 및 기소한 적(敵)’이란 낙인을 벗기 위해 당선 후 박근혜를 찾아간 것은 그 때문이다.

국민의힘에게도 윤석열은 적당히 정리되어야 할 골칫거리일 것이다. 이들이 탄핵소추안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자신들의 정치적 생존에 아무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체포영장 기한이었던 6일 새벽, 관저 앞을 지키겠다고 모인 44인의 ‘방탄의원단’은 정작 윤석열이 대접하려던 식사를 거절했다. 한편, 극우세력은 윤석열의 효용이 다하면 윤석열을 버릴 것이다. 체포 국면이 길어지는 것은 윤석열 개인의 신병 확보 문제를 넘어 극우세력이 확장하는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

탄핵 이후의 난맥상

계엄 사태 이후 검찰, 경찰, 공수처는 앞다퉈 윤석열을 수사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체포를 앞두고 서로 협조하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애초부터 이들은 다음 정권에서 자신들의 권한과 이해관계를 셈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즉각 손을 떼고 공수처로 사건을 이관하라”고 했던 민주당은 체포가 실패하니 공수처의 무능을 질타할 뿐이다.

5일 국회 탄핵소추에서 ‘내란죄’를 철회하는 것이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과거 박근혜 탄핵 때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은 “탄핵 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니라, 대통령의 직무집행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중대하게 위반됐느냐 여부를 가리는 재판”이므로 형법상 범죄 성립 여부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고 잘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논란에서는 ‘내란죄’ 빠지면 “찐빵 없는 찐빵”이라는 둥 탄핵의 정당성을 깎아내리고 있다. 탄핵소추안을 놓고 뭐라 다투든 윤석열이 내란범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이런 소모적 논란을 자초한 것은 민주당이었다. 민주당이 ‘조기 대선’에만 관심있는 게 아니라면, 광장에 나선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다가올 대선에서 어떻게든 정치적 지분을 획득해 보려고 시간을 끄는 국민의힘과 차기대선 후보 중 지지율 1위인 이재명을 하루라도 빨리 당선시키려는 민주당. 이 두 정당이 각자의 이해타산으로 움직이는 사이에 국민의힘 주류는 극우세력에 조응하고 있고, 이는 민주주의를 더욱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윤석열이 체포된 이후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한국 정치의 현주소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진전시켜 온 것은 언제나 바로 우리, 시민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민주주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국회 앞에서 반짝였던 응원봉은 우리가 만들어갈 민주주의를 응원하는 노래이자 함성이었다. 그 힘은 무도한 계엄 시도를 중단시켰고, 열흘이 지나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이뤄냈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남태령을 넘었다. 흩어지지 않는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되어, 남태령을 넘어 민주주의의 새 길을 열었다.

극우세력은 ‘문재인 이전으로’, 민주당은 ‘윤석열 이전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윤석열을 퇴진시키고 미래로, 평등으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열망을 흔들 순 없다. 물론 우리가 퇴진과 민주주의를 헌법재판소나 정당이나 수사기관에만 일임한다면 민주주의의 시계는 언제든 멈출 수 있다.

세상은 원래 그래? 아니!

악무한을 거듭하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멈추고 우리가 직접 태엽을 돌려야 한다. 윤석열 체포는 과거와 단절하자는 민주공화국의 약속이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전직 대통령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역사, 헌법과 민주주의보다 현직 대통령의 권위가 높았던 역사, 5·18 피해자, 위안부 생존자, 여성과 성소수자를 극우세력이 공격할 때 방치했던 역사와 단절하자는 약속이다. 윤석열 퇴진 이후에 가능한 것이 아닌, 오히려 퇴진을 이끌어낼 방법이다. 누가 민주주의의 편에 있는지, 그 민주주의는 어떤 모습인지, 어디서 어떻게 만들지, 우리의 힘으로 보여주자.

윤석열 체포가 지지부진해지자 ‘시민파업’과 ‘셧다운’ 등 보다 직접적이고 대중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내가 일하는 공간이나 동네에서의 소박한 실천에서부터, 이 시스템을 멈추는 행동에 이르기 까지 뭐든 도모해보자는 것이다.

관저 앞을 비추는 생중계가 민주주의를 보여주진 않는다. 우리의 행동이 있었기에 계엄을 저지할 수 있었고, 탄핵소추안 가결도 가능했다. 지금 정세는 광장 민주주의의 새로운 도약을 요청하고 있다. ‘세상은 원래 그래’라며 강요해 온 부조리와 차별, 억압과 착취에 맞서 우리가 세상을 멈춰 세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민주주의를 위해, 윤석열 퇴진을 위해, 더 많은 행동들을 모색하자.

덧붙이는 말

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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