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소식을 접하고 일주일 내내 비통했다. 일터에서, 집에서, 식당에서, 길가에서 문득 차오르는 눈물을 꿀꺽 뒤로 넘겨야만 했다. 아마 다른 이들의 일상도 그러했으리라.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는 생각을 내려놓을 수 없다. 반복되는 참사를 목격하며 내 안에 커다랗고 깊은 구멍이 생겼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그 안에 분노와 슬픔과 두려움이 켜켜이 쌓였다. 도저히 조용히 애도할 수 없었다. 새해 첫 주말, 나는 어김없이 내가 사는 곳에서 열린 퇴진 광장으로 향했다.
제주항공 참사 이후 처음으로 맞은, 지난 주말의 집회는 평소보다 차분했다. 우리는 함께 윤석열 체포 및 퇴진 구호를 외치기 전,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며 국가의 책임 대응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외쳤다.
더 외치고 싶은 구호가 있다. 다친 사람이 나오면 일터가 멈추는 게 다른 무엇보다 우선인 사회에서 살고 싶다. 집에 일이 생기면 아무리 회사 일이 바빠도 회사 일을 뒤로 둘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반복되는 참사에 슬퍼하며 때때로 무너지는 것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일상을 사는 것보다 ‘건강한’ 사람의 양식으로 여겨지면 좋겠다.
참사 피해자를 조롱하는 이들은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난다.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돈을 받아낼 생각 따위 꿈도 꾸지 말라며 허공에 꾸짖는다. 그러나 광장에 나온 유가족과 시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인간됨’의 회복이다. 경제, 돈, 발전이 인간에게 주어진 최대의 사명이라는 거대한 착각에 대한 반격이다.
나에게는 성장과 자유를 앞세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국가가 아닌 시민의 존엄 앞에서 움찔거리고 뒷걸음치는 국가가 필요하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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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지는 체제전환충북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