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를 낙관의 신호로, 금을 위기에 대비한 방어적 자산으로 생각한다면, 2025년에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 주식과 금이 함께 급등한 것이다.
연말이 되자 일부 지표에서는 두 자산 모두 거품 국면에 진입했다. 줄리오 코르넬리(Giulio Cornelli), 마르코 자코포 롬바르디(Marco Jacopo Lombardi), 안드레아스 슈림프(Andreas Schrimpf)가 작성한 최근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지난 반세기 동안 처음이었다.
그래프 C1
왼쪽 그래프는 단위근 검정이라는 통계적 분석 결과를 보여준다. 쉽게 말해, 이 검정은 어떤 데이터가 이전의 흐름에서 벗어나 위나 아래로 비정상적으로 치솟거나 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2025년 말 몇 달 동안 금과 S&P 500에서 모두 높은 수치가 나타났다는 점은, 두 시장에서 동시에 이례적으로 과열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실제로 1970년대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자료를 보면, 금과 주식이 이런 상태에 동시에 들어선 것은 지난 최소 50년 동안 최근 몇 분기가 유일하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새로운 현상은 설명을 요구한다. 그렇다면 주식과 금이 “함께 파티를 벌이는”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가을에 널리 읽힌 <파이낸셜 타임스> 기고문에서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금이 새로운 주식 호황 속에서 급등하고 있는 이유를, 투자자들이 정책 불확실성의 증가, 특히 미국에서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방어적 자산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 이론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대해서는 인공지능이 이끄는 낙관론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금이 지니는 신중함 역시 함께 끌어안는, 놀라울 정도의 인지 부조화에 대한 관용을 가지고 있음을 전제한다. 게다가 이는 그저 기묘한 선택처럼 보인다. 주식 풋옵션을 매수하는 것과 같은 보다 직접적인 보호 수단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기에, 왜 굳이 금으로 방어를 하겠는가.
나는 금과 주식이 함께 오르는 현상에 대해 또 다른 설명이 있다고 본다. 그것은 막대한 유동성이다.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팬데믹 기간과 그 이후에 수조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쏟아냈다. 그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여전히 금융 시스템 안을 맴돌며, 주식과 금을 포함한 여러 자산 전반에서 상승 흐름을 따라붙는 거래를 계속 떠받치고 있다. 그 결과 미국인들이 머니마켓뮤추얼펀드, 즉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초저위험 펀드에 보유한 자금은 팬데믹 이후 급증해 현재 7조 5천억 달러에 이르렀고, 이는 장기 추세보다 1조 5천억 달러 이상 많은 수준이다. 연방준비제도는 통화 정책이 “완만하게 긴축적”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명목 금리가 여전히 명목 국내총생산 성장률보다 낮아 금융 여건을 느슨하게 유지하고 있다. 정부들도 재정 지출로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 그 선두에는 선진국 가운데 가장 큰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이 있다.
거대한 적자의 이면은 거대한 민간 부문 흑자다. 이는 칼레키–레비 방정식(한 부문의 적자는 다른 부문의 흑자와 반드시 대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거시 회계 항등식)이 보여주는 바다. 유동성은 사람들의 위험 선호의 함수이기도 하다. 금융자산의 상승 여력에 대해 더 큰 확신을 가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시장에 쏟아붓는다. 미국 가계는 최근 몇 년 동안 주식과 기타 위험 자산에 대한 노출을 크게 늘렸는데, 이는 시장을 보호하려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단일한 전선에 고무된 결과다. 투자자들은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국가가 구제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에 길들여졌다. 위험 프리미엄을 크게 낮춤으로써, 국가의 지원은 사실상 유동성의 수문을 열어젖힌다. 투자자들에게는 하방은 보호된 듯 보이고, 상방은 제한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초금융화 역시 유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새로운 거래 앱과 이국적이며 대부분 수수료가 없는 투자 수단의 확산은 누구나 금융자산을 훨씬 쉽게 매수할 수 있게 만들었고, 그 결과 유동성이 시장의 여러 구석으로 흘러 들어간다. 이러한 유동성의 분출은 금과 주가 사이에 새롭게 형성된 연결고리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역사적으로 두 자산 사이의 상관관계는 0이었다. 1970년대의 금 러시 때 주식은 완전히 침체되어 있었고, 1990년대의 주식 호황기에는 금 가격이 하락하고 있었다. 지금은 유동성의 물결 위에서 둘이 함께 상승하고 있다.
샤르마는 상당히 이질적인 여러 요소들을 엮어 유동성 가설을 구성한다.
△코로나19 부양책과 느슨한 통화정책에서 비롯된 유동성
△이른바 ‘연준 풋(Fed put)’, 즉 시장이 급락할 경우 연준이 구제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
△재정적자, 그리고 거시금융 회계 항등식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민간 부문 흑자. (칼레키–레비)
△위험 선호에 의해 주도되는 내생적 화폐 창출.
△새로운 개인 투자자 자금을 빨아들이는 초금융화.
이러한 논거들은 하나의 칵테일로 섞였을 때 반드시 잘 어울린다고 보기는 어렵고, 그 가운데 일부, 예컨대 칼레키–레비는 금융시장 자체를 직접적으로 가리키지도 않는다.
TS 롬바르드를 위해 쓴 영리한 노트에서 다리오 퍼킨스(Dario Perkins)가 지적하듯이, 유동성 가설을 단순하게 진술하는 것만으로는 실제로 많은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현대의 담보 기반 금융 시스템에서는, 다시 말해 유동성이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에 따라 내부에서 만들어지는 체계에서는, 쓸 수 있는 자금의 총량이 고정돼 있다고 가정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논평가들은 자산 가격이 마치 ‘대부 자금’의 양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설명하곤 하는데, 앞서 언급한 재정적자 논증이 바로 그런 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애초에 제대로 맞았던 적이 없다. 통화정책에 의해 정해진 일정한 유동성 총량이 금융 부문 안에서 투자처를 찾고 있다는 식의 발상은 성립하지 않는다.
자산 가격은 새로운 돈을 가진 구매자가 등장해 기존 보유자를 대신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매수·매도 의사가 만나는 한계 지점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기초 여건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 시스템에 얼마나 많은 유동성이 있느냐나 금리가 얼마냐와는 무관하게, 매수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사고 싶어 하고 보유자들은 덜 팔려 하게 된다. 실제로 닷컴 버블 시기에도 실질 금리는 높았다.
강세장에서 보통 나타나는 현상은 위험 프리미엄과 기대 수익이 변하는 것이며, 금융 시스템은 그에 맞춰 새로운 대차대조표를 만들어내며 유연하게 대응한다. 시간이 지나면 선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부의 원천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등장할 경우, 수익과 이윤이 늘어나고, 이는 담보 가치를 끌어올리며 다시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처음의 수익 기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거나 시장이 기초 여건을 앞서 나가면 거품이 생기고, 그 거품이 터질 때에는 흐름이 뒤집히며 선순환 대신 악순환이 작동한다. 화폐와 자산 가격이 함께 움직일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설득력 있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퍼킨스 자신은 분명히 위험 선호의 변화에 의해 신용 팽창이 주도된다는 내생적 화폐 논증을 선호한다. 이는 보다 정밀하게 정식화한다면 샤르마의 서사와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
그 위험 선호의 변화는 전반적인 분위기의 변화일 수도 있고, 위험을 덜 선호하는 투자자들에서 더 선호하는 투자자들로의 이동일 수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저자들은 대중적 초금융화라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자료를 덧붙인다.
거품이 형성되는 전형적인 징후 가운데 하나는 가격 추세를 쫓으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미디어의 과열 보도와 가격 급등의 시기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집단적 행동, 사회적 상호작용,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의해, 평소라면 기피했을 위험 자산으로 유인될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과 같은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관심 지표는 과열 국면에서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 이번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흥분과 손쉬운 자본 이득에 대한 욕구가 금과 같은 전통적 안전자산으로까지 번져들어간 증거도 있다. 2025년 초 이후 금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은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순자산가치(NAV) 대비 지속적으로 프리미엄을 형성하며 거래되고 있다(그래프 C2.B, 파란색 선). ETF 가격이 NAV를 상회한다는 것은, 차익거래의 제약과 맞물린 강한 매수 압력을 의미한다.
그래프 C2
국제결제은행(BIS) 저자들이 또 하나 지적하는 점은, 개인 투자자들이 금과 주식을 매수하는 동안 전문적·기관 투자자들은 이를 매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개인 투자자들은 점점 더 기관 투자자들과 반대 방향의 거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에서 자금을 빼거나 금에 대해서는 보합에 가까운 포지션을 유지한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자금 유입을 기록했다(그래프 C2.C).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은 기관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 미치는 영향을 완화해주기는 했지만, 군집 행동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비중 확대는 향후 강제 매도가 발생할 경우 가격 변동성을 증폭시키며 시장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의 거품은, 스스로를 강화하는 낙관적 분위기가 개인 투자자들과 미디어를 앞세운 내생적 신용 확대에 의해 한층 부풀려진 결과로 설명할 수 있다. 다만 기관 투자자들이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 시스템 전체에 대한 위험은 어느 정도 완화된다. 만약 거품이 꺼지는 국면이 온다 해도, 개인 투자자들이 전문 헤지펀드처럼 과도한 레버리지(자기 자본보다 더 큰 규모로 투자하기 위해 빚을 사용하는 것)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 그 점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요소일 수 있다.
여기에서 빠져 있는 것은 사회학, 보다 구체적으로는 ‘K자형’ 경제에 대한 진단이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첫해에 나타난 자산 가격의 전반적 ‘멜트업’(과도한 낙관과 자금 유입으로 자산 가격이 급격히 치솟는 현상), 즉 인공지능 주식, 원자재, 금의 급등은 미국 소득 상위 20%의 대차대조표 안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 집단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크고, 목소리가 크며, 정치적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집단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잠재적으로는 이 글의 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는 보통 미국 소득 상위 20% 가구를 정치적으로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집단으로 생각한다. 엄밀히 말하면 여기서 나는 ‘그들’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를 정치적 주체가 아니라 ‘자산 보유 계급’으로 바라본다면, 시장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그해 봄에 나타난 초기의 공포 국면을 지나고 나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보통 서로 반대로 움직이곤 하던 지표들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로는 함께 상승해왔다는 사실이다. 이 악성적 우연은 궁극적으로 2025년을 규정하는 특징이 될지도 모른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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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