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여성의 월경권 보장을 위한 국가 차원의 생리대 지원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렸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와 장애인·여성·시민사회단체들은 현행 생리용품 지원 정책이 청소년 중심의 선별 지원에 머물러 있으며, 성인 장애 여성은 제도 밖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현미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 본부장은 “노동자와 시민의 연대로 장애 여성에게 생리대를 전달하는 사회연대사업을 진행했지만, 이는 국가가 책임지지 않은 공백을 민간이 메운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생리대 가격이 높고 월 1만 4천 원 지원으로는 부족하다고 언급한 점은 의미 있지만, 현행 제도 어디에도 장애 여성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월경은 선택이 아니라 존엄과 인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본부,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단법인희망씨는 조합원들의 모금 등을 통해 기금을 마련해 2025년 15개 기관 64명의 장애 여성에게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생리대를 전달해 왔다.
당사자 발언도 이어졌다. 김남연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장애 여성에게 월경은 개인위생의 문제가 아니라 돌봄과 건강, 가정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신체적·인지적 장애로 인해 생리대를 더 자주 교체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행 지원 금액으로는 안전한 월경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미정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개인대의원은 대통령의 생리대 가격 발언 이후에도 장애 여성에 대한 정책 논의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정 대의원은 “월경은 가장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어떤 정책과 예산이 배정되는지를 보면 명백한 사회적·정치적 문제”라며 “장애 여성은 시설과 지역사회 모두에서 의료 접근과 선택권을 제한받아 왔다”고 말했다. 그는 “월경권은 생리대 몇 개의 문제가 아니라 성적 권리와 재생산권 전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주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는 “장애 여성의 월경은 돌봄 부담이나 ‘임신 위험’으로 취급되며 통제의 대상이 돼 왔다”며 “피임 시술을 강요받거나 비용 부담으로 병원을 포기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선별적 생리대 지원은 근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성과 재생산권을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행 예산 구조의 한계도 지적됐다. 송윤정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 사업은 대상과 신청 절차가 제한적이고, 실제 집행률도 낮다”며 “예산 동결과 전용이 반복되면서 월경 빈곤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장애 여성을 포함한 실질적 지원 확대를 위해서는 예산 정보 공개와 적극적 재정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성인 장애 여성을 포함한 생리대 지원 정책 수립 △지원 금액 현실화 △보건복지부와 성평등가족부의 공동 책임 명확화 △월경권을 성·재생산권 전반으로 확장한 정책 논의를 요구했다. 이들은 “월 1만4천 원으로는 장애여성의 월경권을 보장할 수 없다”며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