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앙정부 예산의 기형적 전략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인도의 GDP 추정치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명목 GDP의 일정한 수준과 성장률을 가정해 만든 예산 수치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실제로 이번 예산은 여러 조세 조치를 발표하면서도그것들이 얼마만큼의 세수 손실이나 세수 증가를 초래할지에 대한 추정조차 제시하지 않았다그럼에도 예산 수치들을 통해 예산이 지향하는 전략적 방향은 읽어낼 수 있으며이는 예상대로 현재 인도 경제의 상태를 고려할 때 전적으로 기형적인 방향이다.

출처: Unsplash, Hansal Verma

현재 인도 경제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지난 100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경제적 불평등의 폭발적 확대일일 칼로리 섭취 기준을 고려해 계획위원회가 처음 정의했던 절대적 빈곤의 대규모 증가그리고 이제는 고학력 청년층의 상당 부분까지 잠식하고 있는 실업의 급증이다이 모든 문제에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해법은 일반 대중의 손에 막대한 구매력을 쥐여 주는 것이다이는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을 늘리지 않으려면 부유층을 희생으로 하는 대규모 조세 동원을 통해서만 가능하다이는 소비 수요의 증가를 통해 경제 전반의 총수요 수준을 끌어올릴 것이며특히 고용 집약적인 상품에 대한 수요를 확대함으로써 생산과 고용을 늘리고 빈곤을 완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동시에 부유층의 세후 소득 몫을 낮춤으로써 소득 불평등도 줄일 것이다.

그러나 예산 전략의 기형성은 바로 이러한 해법과 정확히 반대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GDP 대비 총조세수입 비율은 증가하기는커녕, 2023-24년과 2024-25년의 11.5%, 2025-26(수정 추계)의 11.4%에서 2026-27년에는 11.2%로 소폭 하락하고 있다그와 동시에 재정 적자 비율은 2024-25년의 4.8%, 2025-26(수정 추계)의 4.4%에서 4.3%로 축소될 것으로 되어 있다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지도 않고 재정 적자를 늘리지도 않겠다는 정부의 선택으로 인해 총지출이 강하게 제약된 상황 속에서, GDP 대비 자본 지출 비율만은 2024-25년의 4.0%, 2025-26(수정 추계)의 3.9%에서 2026-27년에는 4.4%로 상승한다.

그러나 이 자본 지출 증가조차도 허상에 불과하다중앙정부의 직접 자본 지출은 2023-24년과 2024-25년에 GDP 대비 3.2%였고, 2025-26(수정 추계)에는 3.1%로 소폭 하락했으며, 2026-27년에도 3.1%에 그대로 머무를 예정이다증가하는 항목은 자본 자산 창출을 위한 보조금으로이는 2024-25년의 0.8%, 2025-26(수정 추계)의 0.9%에서 2026-27년에는 1.3%로 늘어난다그러나 이 항목에는 이제 중앙정부와 주정부가 60:40 비율로 재원을 분담하도록 바뀐 마하트마 간디 국가 농촌 고용보장 제도(MGNREGS, 인도의 대표적인 공공고용·사회보장 제도배정액이 포함되어 있다이전에는 이 비율이 90:10이었다이는 재정이 고갈된 주정부들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중앙정부가 애초에 예산에 책정한 금액을 실제로 지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그 경우 중앙정부는 예산에 명시한 지출을 하지 않으면서도프로그램의 붕괴 책임을 편리하게 주정부에 떠넘길 수 있다주정부들은 애초에 이 60:40 결정에 관여한 적도 없었고이 결정은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전적이고 자의적으로 내린 뒤 강요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허울 좋은 협력적 연방주의(cooperative federalism)’라는 표현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다중앙정부는 주정부의 재원과 책임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이를 이용해 주정부들 사이에 노골적인 편파를 행사한다말할 것도 없이 인도인민당(BJP, 인도의 집권 여당)이 집권한 주정부에는 관대하고BJP 주정부는 쥐어짜면서그들의 성과 부진을 비난한다. Y. V. 레디가 위원장을 맡았던 제14차 재정위원회는 2020년까지 분배 가능한 세수에서 주정부 몫을 32%에서 42%로 늘릴 것을 권고했다그러나 중앙정부는 주정부와 공유되는 정규 세금 대신공유되지 않는 부가금과 추가 부담금을 활용함으로써 전체 조세수입(부가금과 추가 부담금 포함)에서 주정부 몫이 34%를 넘지 않도록 만들었다이는 사실상 재원을 중앙에 집중시키는 불법적 행위다.

이러한 기만에도 중앙정부의 지출은 GDP 대비 비율로 보면 그대로 유지되거나(앞서 언급한 이유로 자본 자산 창출 보조금이 예산보다 낮게 집행될 경우), 소폭 증가할 수도 있다그러나 이러한 수준의 지출로는 앞서 언급한 인도 경제의 세 가지 즉각적인 위기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실제로 중앙정부의 자본 지출은 국민에게 이전되는 소득보다 고용 창출 효과가 훨씬 낮다이는 자본 지출의 핵심인 인프라 투자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일부에 불과한 반면국민에게 이전되는 금액은 사실상 전액이 임금 지급과 유사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더 나아가인프라 투자에 투입되는 재원을 현재 심각하게 인력이 부족한 학교·대학·대학교에서 교사를 고용하거나공공 의료시설의 인력을 늘리는 데 사용한다면고용에 대한 직접 효과와 새로 고용된 이들이 만들어내는 수요로 인한 2차 승수 효과는 훨씬 더 클 것이다.

따라서 이번 예산은 실업과 빈곤이 심화하는 추세를 되돌리지 못할 뿐 아니라오히려 그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한편으로는 다국적기업을 포함한 민간 부문에 세제 혜택을 제공해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려 하면서다른 한편으로는 교사 임금과 같은 직접적인 고용 창출 지출과 국민에 대한 이전 지출을 희생시키고 인프라 지출의 비중을 더욱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단순한 사실은민간 투자는 오직 수요가 증가할 때만 발생한다는 점이다투자로 창출된 설비가 활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어떤 세제 혜택도 자본가들을 투자로 유인할 수 없다이것이 바로 2019년 법인세율 인하와 같은 대규모 감세를 포함해 지금까지 온갖 세제 혜택이 있었음에도 민간 투자가 여전히 부진한 이유다마찬가지로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전반적인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다국적기업이 세금을 덜 낸다는 이유만으로 인도에 직접투자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터무니없다트럼프가 미국에서의 투자 유출을 막기 위해 관세를 인상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민에게 상황은 두 가지 추가적인 이유로 더 악화할 것이다첫째는 2027년에 1인당 월 5kg의 식량 곡물 배급이 종료된다는 점이다이는 농촌 인도의 생명줄과도 같은 제도였으며그 종료는 극심한 고통을 초래할 것이다둘째는 현재 미국과도 체결되고 있는 무역 협정을 포함한 각종 무역 협정들이다보도에 따르면 이 협정은 미국이 인도 상품에 18%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허용하는 반면인도는 미국 상품에 대해 무관세 수입을 허용하는 내용이라고 한다이러한 불평등 조약은 특히 낙농 부문을 중심으로 인도 농업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그러나 파시즘적 정부는 국민의 실질적 삶을 개선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오로지 온화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데에만 더 관심을 둔다.

1930년대의 파시즘과 오늘날의 파시즘적 정부들 사이의 차이는 바로 이 예산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1930년대 파시즘 국가들은 군사 지출을 확대하기 위해 재정 적자를 대폭 늘렸고이는 총수요를 크게 확대해 대공황에서 벗어나는 데 기여했다이러한 정부 지출 증가는 고속도로 건설이나 군수 장비 구입 같은 인프라 투자에만 국한되지 않고군 병력 확대를 포함해 직접적인 고용 증가로 이어졌다그러나 오늘날 BJP가 이끄는 정부와 같은 현대의 파시즘적 정부들은 총수요를 늘리기 위해 재정 적자를 확대할 수도 없고사람들을 직접 고용하거나 국민에게 이전 지출을 늘릴 의지도 없다이들은 인프라 지출 확대에만 집착할 뿐이다고용 확대라는 측면에서 이들은 두 가지 모두에서 실패하고 있다따라서 이들이 혐오 선동에 의존하는 경향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몇 배로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출처The Perverse Strategy of the Budget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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