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40조 달러에 이르는 국가부채보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만연한 부패가 훨씬 더 우려스럽다고 써왔다. 그러자 40조 달러의 국가부채야말로 실제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나는 부채와 재정적자를 충분히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비판을 평소에도 자주 듣는다. 그러니 내 글에 아무런 비판도 나오지 않았다면 오히려 섭섭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덕분에 내가 왜 40조 달러의 국가부채를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지 다시 한번 설명할 기회가 생겼다. 아울러 사람들이 왜 트럼프식 부패를 보면서 정말로 머리에 불이 붙은 듯 다급하게 걱정해야 하는지도 설명하겠다.
부채는 더 큰 경제적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40조 달러가 엄청나게 큰 액수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 어마어마한 숫자에 일단 경의를 표하고 나면, 정작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 경제와 우리의 살림살이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점이다. 부채를 둘러싼 논의에서는 대부분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고, 적어도 별로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다루지는 않았다.
우선 부채를 경제 규모와 비교해서 봐야 한다. 40조 달러의 국가부채는 GDP의 약 125%에 해당한다. 좀 더 적절한 지표는 사회보장신탁기금을 비롯한 여러 공공기금이 보유한 국채를 제외한 민간 보유 국가부채라고 볼 수도 있다. 이는 약 32조 달러로 GDP의 100%를 조금 웃돈다. 물론 큰 규모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는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는데도 미국은 역사상 가장 번영했던 25년을 보냈다. 그렇다고 미국이나 해외의 투자자들이 달러와 미국 국채를 버리고 달아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국가부채 자체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해도, 매년 이자로 지급하는 1조 달러, 즉 GDP의 3.3%는 어떨까? 분명 적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공포에 빠지기보다 머리를 써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최근 2027회계연도 국방예산으로 1조 5천억 달러, GDP의 약 5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안했고 실제로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도 크다. 바이든 행정부가 마지막으로 편성한 2025년 예산에서는 군사비로 8,640억 달러를 책정했다. 다시 말해 트럼프는 바이든 시절보다 6,360억 달러, GDP의 약 2%를 군사비에 더 쓰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의 군사비 수준이면 미국의 국방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하다고 사실상 모두가 생각했다. 그런데 트럼프가 우리에게 맞서 싸우라고 하는 새로운 적들이 실제로 존재하든 상상 속에만 존재하든,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 GDP의 2%를 군사비로 추가 지출해야 한다면, 국가부채 이자로 GDP의 2%를 더 지출하는 것보다 그것이 어떻게 더 낫다는 것인가?
간단히 말해, GDP의 3.3%를 이자로 지출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트럼프가 군사비를 GDP의 2%만큼 늘리려는 계획에는 찬성했거나 적어도 그만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았다. 우리가 세계 곳곳에 적을 만들어 군사비로 GDP의 2%p를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면, 이는 국가부채 이자로 GDP의 2%p를 더 지출하는 것만큼이나 나쁜 일이다. 하지만 재정적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은 후자에만 흥분한다.
같은 맥락에서 지구온난화를 외면하기로 한 우리의 선택 때문에 산불과 홍수에 대응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고 있다. 현재 이런 비용이 매년 GDP의 2%에 육박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그 수준에 이를 수도 있다. 어쨌든 경제가 지속적으로 떠안아야 할 부담을 걱정한다면, 기후변화가 일으킨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추가로 지출하는 돈도 국가부채 이자만큼이나 분명한 경제적 부담이다.
또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하려면 정부가 어떤 비용을 부담하는 방법이 직접 돈을 지출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한다. 정부는 혁신과 창작 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특허권과 저작권이라는 독점권도 부여한다. 정부가 부여한 이런 독점권 때문에 매년 이전되는 금액은 어렵지 않게 1조 달러를 넘어선다. 처방약을 비롯한 의약품만 따져도 5천억 달러가 넘는다.
국가부채와 그에 따른 이자는 걱정하면서 정부가 부여한 독점권 때문에 의약품과 의료기기,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여러 제품에 더 비싼 값을 치르는 문제는 외면해도 된다는 생각은 정책 전문가들만 진지하게 받아들일 법한 주장이다. 정부가 국가부채를 모두 갚은 대신 100년 동안 유지되는 특허 독점권을 나눠준 탓에 온갖 상품의 가격이 자유시장에서 형성됐을 가격의 두 배가 된다면, 우리 자녀들이 과연 우리에게 고마워할 이유가 있을까? 그런 세상에서 자녀들은 국가부채의 이자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자신들이 사는 모든 상품에 막대한 특허 지대를 지불해야 한다.
트럼프의 부패는 국가부채가 아니라 달러를 위협한다
지난 100여 년 동안 국내외 투자자들은 미국에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었다. 미국이 법치주의에 따라 운영되는 나라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계약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면 정치적 연줄이 아니라 사건의 실체와 법리에 따라 법원이 판결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기업 공시를 둘러싼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판단이나 의약품을 승인하는 식품의약국(FDA)의 결정 같은 규제기관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트럼프 아래에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어떤 기업이 재무제표에서 이익을 허위로 부풀렸다면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SEC에 증거를 제시하고, 근거가 충분할 경우 SEC가 해당 기업을 제재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아래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 기업이 트럼프에게 거액을 후원했다면 트럼프가 SEC에 민원을 무시하거나 위반 기업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라고 지시할 가능성이 크다.
대법원이 트럼프에게 각 정부기관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도록 지시할 수 있다고 인정한 만큼 모든 행정기관에도 똑같은 문제가 적용된다. FDA는 CEO가 트럼프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그 회사의 의약품 승인을 거부할 수 있다. 연방항공청(FAA)은 트럼프가 싫어하는 기업이 만든 항공기의 안전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는 이제 자신을 화나게 한 기업과 개인을 응징하고 자신에게 돈을 건네는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정부의 모든 기관을 활용해도 된다는 사실상의 허가를 받았다.
이는 국가부채보다 미국 정부의 신용과 달러의 힘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심각하게 위협한다. 엘리트 논객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출처] The $40 Trillion Debt and Trump Corruptio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