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mohammad samir
아마도 독립 이후 인도에서 가장 중대한 법률은 2005년 8월 23일 의회를 통과해 2006년 2월 2일부터 시행된 법일 것이다. 바로 ‘전국농촌고용보장법(National Rural Employment Guarantee Act)’이다. 이후 ‘마하트마 간디 전국농촌고용보장법(MGNREGA)’으로 이름을 바꾼 이 법은 좌파의 지지에 의존하던 제1차 통일진보연합(UPA-I) 정부가 좌파의 압력을 받아 제정했다. 이 법은 과거의 ‘노동을 통한 식량 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한 유사한 제도들과 한 가지 결정적인 점에서 달랐다. 농촌 주민이 일자리를 요구하면 정부가 반드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고, 그러지 못할 경우 일자리를 신청한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는 점이다. 요컨대 이 법은 국민에게 일할 권리를 부여했다.
물론 가구당 한 사람만 일자리를 신청할 수 있었고, 그마저도 1년에 최대 100일로 제한했다. 하지만 이렇게 제한적인 권리조차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했다. 인도 헌법은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보장한 것과 달리 시민에게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다. MGNREGA는 이러한 공백을 부분적으로 메웠다. 이 법은 농촌 주민의 소득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정부가 자의적으로 일자리 제공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국민에게 일할 권리를 부여했고, 그에 따라 시민으로서의 존엄성도 보장했다.
당연하게도 이 법에 따라 시행한 ‘마하트마 간디 전국농촌고용보장제도(MGNREGS)’는 온갖 기득권 세력의 분노를 샀다. 봉건 질서를 지키려는 세력은 농촌 빈곤층의 소득이 늘어난 데 분노했을 뿐 아니라, 농촌 빈곤층 가운데 상당수를 차지하는 달리트(Dalits, 인도의 전통적인 카스트 제도에서 최하층으로 차별받아 온 사람들)가 지주의 명령에 언제든 달려가야 하는 예속 관계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에도 격분했다. 자본주의 질서를 지키려는 세력은 MGNREGS로 노동예비군의 상대적 규모가 줄면서 노동자들의 교섭력이 강해진 데 분노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충실한 ‘애완견 경제학자들’을 앞세워 정부가 MGNREGS에 쓰는 돈은 그저 내다 버리는 돈이라는 주장을 퍼뜨렸다.
이들은 극우 반동 정부가 2014년 집권하고 나렌드라 모디가 총리에 오르면서 이 제도를 후퇴시킬 기회를 잡았다. 새 정부는 공동체 간 갈등을 부추기는 파시즘의 가마솥을 계속 끓게 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 ‘과업’에 몰두하느라 MGNREGS에 손대는 일이 다소 늦었다. 그러나 결국에는 어김없이 칼을 댔다. 정부는 2025년 법률을 제정해 2026년 7월 1일부터 MGNREGS를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도록 했다. 새 제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권리에 기반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정부는 MGNREGS가 최대 100일의 일자리를 보장했던 것과 달리 새로운 VBGRAMG(선진 인도 농촌 고용·생계 보장 사업)은 최대 125일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며 선전했다. 이 때문에 새 제도가 이전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처럼 내세웠지만, 정작 이 제도는 ‘수요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든 일을 요구하면’ 정부가 최대 100일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했다. 이제는 중앙정부가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선택한 때와 장소에서만 최대 125일의 일자리를 제공하면 된다. 따라서 실업이 극심하고 주민들이 절박하게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지역이라고 해서 반드시 일자리를 제공할 필요가 없어졌다. 중앙정부가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을 시행하는 곳에서만 일자리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중앙정부는 국민에게 부여했던 권리를 빼앗는 동시에 새 고용 프로그램의 재원 분담 방식도 주정부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바꿨다. 과거에는 MGNREGS의 ‘임금 비용 전액’을 중앙정부가 부담했다. 주정부는 자재비의 일부인 25%만 부담했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주정부의 전체 지출 분담 비율은 대략 90 대 10이었다. 하지만 VBGRAMG에서는 이 비율을 60 대 40으로 바꿨으며, 중앙정부는 이 과정에서 주정부와 단 한마디도 상의하지 않았다. 인도에서는 주정부의 재정 사정이 중앙정부보다 훨씬 빠듯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지 않다면 5년마다 재정위원회를 구성해 ‘중앙정부의 재원을 주정부에 얼마나 이양할지’ 결정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VBGRAMG법은 농촌 고용에 드는 상당한 비용을 주정부에 떠넘김으로써 사실상 프로그램의 규모를 축소하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프로그램이 축소되면 그 책임까지 손쉽게 주정부에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제 정부는 주민들이 일자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에 반드시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중앙정부가 원하는 곳, 즉 중앙정부 사업을 시행하는 곳에서 일자리를 제공하면 된다. 그런데 주정부가 사업비의 40%를 부담해야 하므로, 중앙정부는 사실상 자기 사업 가운데 일부의 재정 부담까지 주정부에 떠넘긴 셈이다. 따라서 VBGRAMG는 국민의 권리를 빼앗고, 전체 고용 관련 지출을 줄이며, 중앙정부 사업 일부의 재정 부담을 주정부에 전가하려는 중앙정부의 음모였다. 물론 중앙정부는 고용 프로그램의 규모를 축소한다는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누구에게나 축소가 명백해 보였다. 실제로 정부가 일자리를 하나의 권리로 보장하지 않기로 한 직접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프로그램의 범위와 적용 대상을 축소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VBGRAMG를 도입한 첫 달인 2026년 7월의 고용 창출 통계가 나왔다. 2025년 7월과 2026년 7월을 비교하면 창출한 일자리가 무려 50%나 줄었다. 2025년 7월 1억 5,330만 인일(person-days)이었던 고용량은 2026년 7월 7,670만 인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자리를 얻은 가구 수는 이보다 더 큰 폭인 51.45% 감소해 2026년 7월에는 689만 4천 가구에 그쳤다.
같은 7월끼리 비교한 만큼 정부가 아무리 궤변을 늘어놓아도 이러한 감소를 설명할 길은 없다. 전국의 수많은 지역에서 프로그램의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만이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올해는 어떤 특별한 이유 때문에 일자리 수요가 줄었다는 식의 설명은 조금만 따져봐도 설득력을 잃는다. MGNREGS를 VBGRAMG로 대체하면서 국민의 권리를 빼앗았을 뿐 아니라 실제 고용 창출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실업이 만연하고, 잔타르 만타르(Jantar Mantar)에서 벌어진 것처럼 고학력 실업에 대한 분노가 대규모 시위로 폭발하는 상황에서 농촌의 비숙련 일자리마저 전례 없이 심각한 공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경제 논리에 따르면 이처럼 심각한 사회적 위기조차 권력과 유착한 자본가들에게 막대한 자원을 이전할 구실이 된다. 실업을 완화하려면 공장 등을 세우기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하고, 그러려면 온갖 방식으로 자원을 이전해 자본가들에게 투자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자본가들에게 자원을 이전하느라 재정을 낭비한다. 그러면서 학교와 대학 교원을 비롯해 비어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채우는 등 경제 전체의 고용을 직접 늘릴 수 있는 조치는 정부에 재원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한다. 이런 기만극이 이미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전반적인 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 인도 전역의 공립학교와 정부 지원 학교에는 약 110만 개의 교원 자리가 비어 있다. 물론 재정난에 시달리는 주정부가 이 자리를 채우려면 중앙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렇게 빈자리를 채우면 즉시 100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에 따른 지출의 승수효과까지 고려하면 몇 배나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공석을 채우고, 다른 한편으로는 권리에 기반한 고용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해야 한다. 예컨대 농촌에 한정한 적용 지역을 도시까지 넓히고, 연간 100일이라는 기간을 연중으로 확대하며, 가구당 한 명이라는 제한을 없애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것이 현재 인도가 직면한 심각한 실업 위기를 해결할 명백한 방안이다.
그러면 곧바로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이다.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자본가들에게 자원을 이전하는 터무니없는 정책을 폐기하고, 대신 자본가를 비롯한 부유층 전반에 부유세와 상속세를 함께 부과하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극우 반동적인 국민민주동맹(NDA) 정부가 이런 정책을 시행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업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신자유주의 사상의 지배에서 벗어나야 한다.
[출처] Snatching Away a Right of the Peopl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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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