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Umesh R. Desai, Unsplash
지난 12월 28일, 부산에서는 또 하나의 ‘남태령대첩’이 일어났다. 그날 오전, 국회의원 박수영(부산 남구, 국민의힘 부산시당 위원장)은 시민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겠다며 ‘국회의원 쫌 만납시다’라는 행사를 열었고, 12·3 내란에 관한 입장을 밝히라는 민원을 접수하기 위해 수많은 청년과 노동자들이 찾아갔다. 그러자 박수영은 안쪽 방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을 동원하여 사무실 통로를 차단하며, 민원인으로 찾아온 시민들이 오도가지 못하게 했다.
이 소식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져나갔다. 당일 4시에 열렸던 시민대회 참여자들은 1시간이나 행진하며 사무실 앞으로 운집했다. 그리고 그곳은 ‘제2의 남태령’이 됐다. 끝내 박수영은 시민들의 투쟁에 못이겨 면담에 응했다. 하지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언급하며,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았다. 내란을 정당화하는 발언을 국회의원이자 부산지역의 국민의힘을 대표하는 시당 위원장으로부터 듣다니! 시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부산 시민들은 절망하거나, 지쳐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서로를 독려하고, 앞으로도 모이자고 다짐하고 있었다. 왜 그랬을까? 시민들은 사무실 앞에서 모여 무엇을 경험했길래 희망을 얻었을까?
이날 박수영 사무실 앞에는 수많은 소수자들이 등장했다. 여성, 청소년, 성소수자의 발언이 끝없이 이어졌다. ‘길을 열겠다’며 가장 앞장서서 내란동조세력 박수영과 맞서 싸운 민주노총 노동자들에게 환호와 지지가 쏟아졌지만, 그곳을 채운 시민들은 다름 아닌 무지개 깃발과 청소년들, 여성과 노동자들이었다. 그렇기에 그곳은 국가의 혐오와 배제로 ‘갈라치기’되었던 사람들이 더이상 ‘남’이 아닌 ‘우리’들로 연대하는 광장이 됐다.
도시에서 살면서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던 농민들과 손잡은 수많은 시민들이 개방농정 철폐를 외쳤던 남태령처럼, 혐오와 배제 앞에서 흩어질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다시금 흩어지지 않기 위해 연대하는 장면은 희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렇기에 그곳의 시민들은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는, 퇴진과 처벌을 넘어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 사회를 이뤄낼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던 것 아닐까?
이렇듯 박수영 사무실 앞은 연대의 장이 되었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세력을 몰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만으로는 만족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공간이 됐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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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활동가다. 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