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해 해상풍력, 정의로운 전환의 첫 무대가 되어야 한다

에너지 전환, 시장을 넘어 공공으로 (2)

[편집자 주] 기후위기폭염과 재난이 일상이 된 지금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그러나 현재 한국의 전환 방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다시 물어야 할 때다지금의 에너지 전환은 민간 투자와 시장 논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그 결과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면서도 소유와 통제권은 민간에 집중되고비용은 사회 전체로 전가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이러한 구조적 한계와 저조한 민간 투자는 에너지 전환 속도마저 뒤처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투자와 소유통제권의 귀속그리고 일자리와 사회적 배분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전환이다특히 2050년까지 약 1,550조 원에 이르는 투자 규모는 이 전환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가를 결정짓는 핵심 쟁점이다본 연재는 에너지 전환의 공공적 경로를 밝히기 위해 발전공기업 통합부터 해상풍력지역분산에너지태양광그린수소 및 녹색공공은행 설립까지에너지 공공성을 노동자와 시민의 손으로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한편이 글은 2023년 발간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에 이어전력과 가스 등 에너지 체계 전반에서 통합적인 공공적 경로를 구상한 연구보고서 <에너지 전환의 공공적 경로>(사회공공연구원 외, 2026)를 요약·소개하는 글이다.

 

석탄발전소 폐쇄, 재생에너지의 민영화

작년 말 태안 1호기 폐쇄를 시작으로, 석탄발전소의 폐쇄가 본격화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에서 2040년 탈석탄을 공약을 내걸었고, 정부는 탈석탄 로드맵을 수립 중이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에 반영될 예정이다. 정부는 대안을 LNG발전소로 잡고 있지만, 대세는 재생에너지 발전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석탄발전보다 낫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LNG발전 확대에 대한 비판과 저항도 점차 고조된다. 정부는 작년에 2035 NDC를 설정하면서 2030년 100GW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11차 전기본의 목표보다 큰 것으로, 12차 전기본에 목표는 더욱 커질 것이다. 최근에야 겨우 10%를 넘어서 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려는 더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전기는 누구나 써야 하는 ‘필수재’로 공적으로 생산, 공급해야 할 일이지만, 신자유주의 정치 속에서 다른 공공 서비스와 함께 조금씩 민영화되어 왔다. 여기에 더해 재생에너지 민영화도 심각하다. ‘태양광 바람은 우리 모두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민간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발전산업을 장악하고 이익을 사유화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은 초과 이윤이 예상될 때는 몰려들어 난개발을 일삼고, 그 이윤이 보장되지 않을 때는 사업을 철수하면서 공적 지원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민영화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공공 부문 석탄발전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 고용을 보장할 책임을 강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간 해상풍력은 공공 부문도 더 적은 수의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어 있듯, 고용 잠재력까지 약화시킬 것이다.  

공공재생에너지, 발전노동자들의 대안

작년 7월, 5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공공재생에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서명을 했다. 발전공기업 등 공공 부문이 앞장서서 재생에너지 발전산업을 신속하고 또 정의롭게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모아낸 것이다. 12월에는 이를 지지하는 국회의원들이 별도로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안은 발전노동자, 특히 석탄발전소의 발전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국민동의청원의 대표자가 발전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이들은 석탄발전소를 폐쇄한 후 LNG 발전소로 모두 옮겨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공공 부문이 나서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확대하고 그곳에서 고용을 보장해 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를 실현해 줄 주요한 방안이 <공공재생에너지법>이기에, 법 제정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작년 김충현 사고 이후에 구성되었던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의 조사에 기초해보면, 2038년까지의 석탄발전소 폐쇄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발전비정규직은 2,908명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LNG 발전소, 양수발전, 송변전 전력망 등에서 1,516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대로 되더라도 거의 절반인 1,392명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다른 추가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공공재생에너지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발전공기업들이 2034년까지 완공할 것을 계획하고 있는 해상풍력 발전용량은 총 11.4GW이다. 가장 최근에 완공된 제주도의 한림해상풍력은 MW당 0.34명을 고용한다(참고로 민간의 전남해상풍력은 MW당 0.23명에 불과하다). 발전비정규직 노동자가 배치되리라 예상할 수 있는, 한림해상풍력의 협력사 일자리는 MW당 0.15명이나 된다(현재와 같은 협력업체 체제를 유지한다는 가정이지만, 이 자체도 개혁될 필요가 있다). 이에 기반해서 추정해 보면, 발전비정규직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1,703개나 된다. 추가적으로 필요한 일자리를 모두 제공하고도 남는다. 


출처: Unsplash, Jesse De Meulenaere

정의로운 전환, 서남해해상풍력 2단계 사업이 첫 무대가 되어 

이런 대안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발전공기업들의 해상풍력 사업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발전공기업들이 폐쇄 석탄발전 노동자들을 해상풍력으로 전환배치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 제출 자료를 보면, 발전공기업들은 해상풍력의 유지보수 인력 수급 계획 자체를 세우고 있지 못했다. 이는 기후에너지환경부도 마찬가지다. 세계풍력산업협회(GWEC)와 세계풍력기구(GWO)가 보고서를 통해, 각국 정부에게 재생에너지 계획을 세우면서 인력 수급 목표와 계획을 함께 수립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화석연료 발전 노동자들을 훈련시켜서 해상풍력에 전환배치할 계획도 권고하고 있다. 정부와 발전공기업들이 이를 알고 있는지조차 의구심이 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지금 수립 중인 제12차 전기본에 해상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운영관리 및 유지보수 인력의 양성 및 수급 계획을 포함시켜야 한다. 당연히 폐쇄 발전노동자들의 훈련과 재배치를 우선해야 할 것이다.

첫 무대는 한국해상풍력의 서남해 해상풍력 2단계 사업이 되어야 한다.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가 함께 출자한 한국해상풍력은 전북 고창 앞바다에서 2단계 사업으로 400MW 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참고로 1단계 사업으로 60MW 규모의 실증단지를 건설하고 운영 경험을 쌓아오고 있다. 이제 설치할 터빈의 제작사 입찰을 앞두고 있을 정도로 상당히 진척되어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는 얼마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터빈 제작 및 설치 등의 앞선 공정을 제외하고도, 운영관리에도 상당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앞선 추정 방식을 이용하면 136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 일자리에 폐쇄되는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을 훈련하여 배치하면서, 정의로운 전환의 모델을 개척할 수 있다. 정부와 발전공기업들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더불어, 석탄발전소와 비슷하게, 현재의 다단계 하청 구조로 되어 있는 노동시장을 개선하고 임금과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해상에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공공해상풍력 정비역량을 확대해야 한다

해상풍력 발전의 핵심은 풍력터빈이다. 이를 유지보수하는 데도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그동안 한국의 풍력발전사업에 해외에서 수입한 터빈이 많이 사용되었다. 정부는 국산 터빈 제작 기술의 개발을 위해 국내 기업들을 지원하고, 발전공기업의 사업에 국산 터빈을 사용하도록 유도해 왔다. 앞서 언급한 한국해상풍력의 서남해 해상풍력 2단계 사업에도 국산 터빈사용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WTO 규정 위반을 염려해서 명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해상풍력은 10MW급 터빈을 사용하기로 하고 입찰을 진행중이다. 국내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이 이에 대비해 10MW급 터빈을 개발해 둔 상태다. 역시 정부의 상당한 공적 자금이 들어가 있기도 하다. 공공 부문이 소유운영하는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공적으로 지원받는 제작사들의 터빈이 사용될 예정인 셈이다. 해상풍력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역시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때 공공 정비역량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그동안 해상풍력의 유지보수 시장은 터빈 제작사가 주도하고 있었다. 해상풍력 발전사업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은 안정적 수익의 보장을 위해서, 기술력을 가진 제작사와의 장기 유지보수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제작사들은 터빈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정비 기술의 이전을 피하면서 정비 시장의 핵심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해외) 제작사들이 기술 이전을 하지 않은 탓에, 풍력단지의 유지보수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제작자 주도 시대가 변하고 있다. 해외의 운영사들은 정비 역량을 축적하면서 직접 유지보수 업무를 수행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한국 발전공기업들이 안정적으로 해상풍력으로 확대하기 위해서 공공 정비역량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구매 능력을 지렛대 삼아서, 발전공기업들이 제작사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는 계약을 맺도록 조언하고 있다. 한국해상풍력은 서남해 해상풍력 2단계 사업을 위해서 10MW 터빈 40기를 구매하기 위해서 8천억 원 정도를 지출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입찰에 응하는 제작사들에게 기술 이전을 계약 조건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기반해서 석탄발전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훈련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한재각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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