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실장의 ‘반도체 초과이윤 및 금융시장 초과수익’에 관한 칼럼이 나간 후, 이남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위원장이 이에 대한 보충적 반론을 보내왔다. 이 부위원장은 원문의 비판적 문제의식에는 궤를 같이하면서도, 홍 실장의 주장이 지닌 현실적 정합성을 짚어보며 실천 가능한 대안적 정책 모델을 제안했다.
참세상은 최근 가속화되는 초과이윤과 금융 수탈 체제에 대한 비판적 담론을 환영하며, 권력의 위계와 구조적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한 어떠한 학술적·현장적 논의도 적극적으로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한다.
출처: Unsplash, Igor Omilaev
참세상이 제기한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반도체 기업의 막대한 초과이윤은 단순히 노동자 생산성과 기업 경쟁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국가 지원, 공공 인프라, 협력업체, 하청노동, 사회 전체의 기여 위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그 이익은 성과급 논쟁에만 머무르지 않고, 주가 상승과 배당, 자사주 소각을 통해 대주주와 금융자산 보유자에게 훨씬 더 크게 귀속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초과이윤을 단순히 기업과 주주의 몫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환류와 공공적 재분배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문제의식은 상당히 타당하다.
반도체 산업은 순수한 사기업의 성과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국가 연구개발, 전력과 용수, 도로와 항만, 교육과 인력양성, 세제 지원, 외교·안보 전략, 글로벌 공급망 재편, 하청·협력업체의 저비용 구조가 모두 결합되어 만들어진 산업이다. 그런데 그 결과로 발생한 초과이윤이 주주환원과 주가 상승을 통해 금융자산 보유자에게 집중된다면, 이는 단순한 임금협상 문제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든 부가 소유권과 금융시장을 매개로 사유화되는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초과이윤이 공장 안에서만 분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장에서는 노동과 기술, 공급망과 국가 지원을 통해 이윤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그 이윤은 곧바로 주가에 반영되고, 대주주와 기관투자자의 자산가치 상승으로 전환된다. 이때 초과이윤은 기업 내부의 이익잉여금에 머무르지 않는다. 금융시장에서 자본화되고, 주식가격이라는 형태로 다시 분배된다. 이것이 참세상이 말하는 금융 초과수익의 핵심이다.
문제는 단순한 성과급 논쟁이 아니다. 금융화 논쟁이다.
마르크스적 관점에서 초과이윤은 정상적인 평균이윤을 넘어서는 이윤이다. 그것은 기술 우위, 독점적 시장지위, 노동생산성 격차, 하청구조, 특허와 공급망 지배, 국가 지원 등에서 나온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초과이윤은 개별 기업의 경영능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첨단 장비, 국가 지원, 고숙련 노동, 협력업체 생태계, 글로벌 안보질서가 결합된 결과다. 그렇다면 “누가 이 초과이윤을 가져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회사 내부 분배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생산물의 귀속 문제로 확장된다.
하지만 현재 자본주의 법체계는 이 이윤을 우선적으로 기업의 소유자, 즉 주주에게 귀속시킨다. 노동자는 임금과 성과급을 통해 일부를 가져가고, 국가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통해 일부를 가져가며, 하청업체는 납품단가를 통해 제한적으로 참여한다. 그러나 최종적인 잔여청구권은 주주에게 있다. 이 구조 자체가 초과이윤의 금융자산화를 가능하게 한다.
조반니 아리기의 관점에서 보면 이 문제는 더 분명해진다.
자본주의의 역사적 발전은 실물 축적의 한계가 드러날 때 금융적 축적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금융화가 실물경제와 분리된 허공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화는 실물에서 만들어진 이윤을 미래수익의 현재가치로 환산하고, 그것을 주식·채권·파생상품 가격으로 자본화하는 과정이다.
반도체 초과이윤 논쟁도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반도체는 실물산업이다. 공장이 있고, 장비가 있고, 노동자가 있고, 기술자가 있고, 협력업체가 있다. 그러나 그 성과의 최종 귀속 방식은 금융화되어 있다. 산업현장에서 만들어진 이윤은 주가 상승으로 전환되고, 대주주와 기관투자자의 금융자산 증식으로 흡수된다. 이 점에서 반도체 산업은 실물산업이면서 동시에 금융화된 자본주의의 핵심 장면을 보여준다.
마리아나 마추카토식으로 보면 이것은 가치창출과 가치추출의 문제다.
반도체 산업의 가치는 노동자, 엔지니어, 협력업체, 국가 연구개발, 공공 인프라가 함께 만든다. 그런데 그 가치가 주가 상승, 배당, 자사주 소각, 스톡옵션, 지배주주 자산증가로 흡수된다면 이는 가치창출보다 가치추출에 가깝다. 특히 자사주 매입·소각은 중요한 문제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설비투자, 고용, 협력업체 단가 개선, 산업안전, 지역사회 비용 보전, 기술개방에 쓰지 않고 주가 부양에 사용한다면, 이는 기업의 생산적 잉여가 금융적 수익으로 전환되는 경로가 된다.
칼 폴라니의 관점에서도 이 문제를 볼 수 있다. 시장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질서가 아니다.
주식시장, 주주권, 배당권, 유한책임, 자본이동 자유, 법인격, 회계기준, 공시제도는 모두 법적·정치적 산물이다. 그러므로 대주주의 주식자산 증가를 “시장가격 상승이니 자연스럽다”고만 말하는 것은 매우 이데올로기적이다. 시장이 그렇게 작동하도록 법과 제도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초과이윤 환수, 금융소득 과세, 자사주 규제도 얼마든지 제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가능한 정치권력과 국제조건이 있느냐이다.
바로 여기서 현실의 벽이 나타난다.
참세상의 문제의식은 옳지만, 현재 법체계와 글로벌 금융질서 안에서 그것을 곧바로 정책으로 만들기는 쉽지 않다. 현행 회사법 질서는 기업을 주주의 재산권과 강하게 연결한다. 이사의 충실의무, 주주권 보호, 자본시장 질서는 기본적으로 주주이익을 강하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기업의 이익을 노동자, 하청업체, 지역사회, 산업생태계와 나누자는 주장은 상법상 명시적 의무라기보다 정치적·정책적 요구에 가깝다.
자본시장법도 마찬가지다. 자본시장법은 불공정거래, 허위공시, 시세조종, 내부자거래를 규제한다. 그러나 금융시장 자체의 소유구조를 문제 삼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자본시장법은 “공정하게 거래하라”고 말할 뿐, “금융자산 상승으로 얻는 불로소득을 사회적으로 환수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주주가 주가 상승으로 막대한 평가이익을 얻어도 그것은 불법이 아니다. 주식을 팔지 않으면 과세도 제한된다.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현금을 확보해도 대출은 소득이 아니라 부채이므로 과세되지 않는다. 이 구조는 법의 빈틈이라기보다 금융자본주의의 핵심 작동방식이다.
조세법 역시 실현소득 중심이다. 주식 가격이 올랐더라도 팔지 않으면 과세하지 않는다.
이 원칙은 조세행정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평가이익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실제 현금이 들어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자산가는 이 원칙을 우회할 수 있다. 주식을 팔지 않고 담보대출을 받으면 현금을 사용할 수 있다. 매각하지 않았으니 양도세는 없고, 대출은 소득이 아니니 소득세도 없다. 이른바 “buy, borrow, die” 방식의 부의 이전 구조와 유사하다.
따라서 금융 초과수익 과세는 이론적으로는 타당하지만, 현행 조세법의 실현주의 원칙과 충돌한다. 이를 바꾸려면 미실현이익 과세, 부유세, 보유세, 담보대출 과세, 출국세, 상속·증여세 강화 같은 별도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제도는 강한 정치적 저항과 법적 논란을 동반한다.
글로벌 금융질서의 제약도 크다.
한국은 원화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외국인 투자자금 의존도가 높으며, 수출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대기업 초과이윤이나 금융소득에 강한 과세를 도입하면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바로 제기된다. 기업가치 할인,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반도체 투자 여력이 약화된다는 비판, 글로벌 경쟁국으로 본사·투자·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압박, 신용평가사와 외국계 투자은행의 정책 리스크 부각도 뒤따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금융질서의 힘이다. 법적으로는 국회가 세법을 고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환율, 주가, 외국인 자금, 신용등급, 기업투자 프레임이 정책 공간을 제한한다. 그래서 “옳은 말”과 “실현 가능한 정책” 사이에는 항상 간극이 생긴다.
반도체 산업의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반도체는 전형적인 경기순환 산업이다.
공급과잉이 반복되고,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며, 초대형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기술세대 교체 속도도 빠르다. 지금의 초과이윤은 AI 서버 투자 확대, HBM 수요 폭증,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메모리 가격 상승 같은 특수조건이 결합된 결과다. 즉 구조적 경쟁력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경기순환과 지정학적 특수상황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지금의 초과이윤을 단순한 “남는 돈”으로 보기 어렵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기에 벌어서 불황기에 버티는 구조가 강하다. 공장 하나에 수십조 원이 들어가고, 차세대 공정 전환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 연구개발 실패 가능성도 크고, 경쟁국의 추격도 거세다. 따라서 기업은 호황기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설비투자 재원을 축적하고, 차세대 공정과 인수합병, 공급망 안정화에 대비하려 한다.
이 지점은 초과이윤 사회환수론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초과이윤을 무조건 당장 환수하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산업경쟁력과 장기투자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미국, 대만, 중국, 일본이 모두 반도체에 막대한 국가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강한 환수정책을 시행하면 “국가가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반발이 매우 강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실정책은 이익 전체가 아니라 생산적 재투자보다 과도한 금융환원 부분을 문제 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설비투자, 연구개발, 위기대응 유보금까지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배당, 자사주 소각, 금융자산 부양, 대주주 자산증식 부분을 문제 삼아야 한다. 이것이 현실적이고도 정당한 접근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논리의 확장성이다.
한국 경제는 본질적으로 국가주도 산업화의 산물이다. 조선,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배터리, 반도체 모두 국가개입 속에서 성장했다. 정책금융, 보호무역, 저금리 산업정책, 외환관리, 세제지원, 수출주도 성장전략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기업 집단은 존재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국가가 키워줬으니 사회적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논리는 반도체에만 적용될 수 없다. 논리적으로 밀고 가면 한국 재벌체제 전체, 주주자본주의 전체, 사적소유 질서 전체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것은 초과이윤 사회환수론의 딜레마다. 반도체만 문제 삼으면 형평성 문제가 생기고, 모든 전략산업에 적용하면 한국 자본주의 발전모델 전체를 문제 삼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범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모든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독점성이 강한 산업, 국가보조금 수혜산업, 공공인프라 의존 산업, 금융안전망 의존 산업, 에너지·플랫폼·금융처럼 공공성이 강한 영역부터 접근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논리의 정당성과 정책의 현실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초과이윤 사회환수 논리를 가장 먼저 적용해야 할 영역은 반도체보다 금융권일 수 있다. 은행은 사실상 공공적 산업이다. 예금보험, 중앙은행 유동성 공급, 정부 지급보증, 금융안전망, 공적자금 투입 가능성, 과점적 영업구조 위에서 운영된다. 민간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공공안전망 위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금융위기 때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막대한 공적 지원을 제공해왔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위기, 부동산 PF 위기 때마다 금융시스템은 국가의 뒷받침을 받았다. 그런데 위기 이후 은행들은 고금리 예대마진 확대, 사상 최대 순이익, 대규모 배당, 자사주 매입을 반복했다. 그렇다면 “공적 지원을 받은 금융기관의 초과이윤부터 문제 삼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비판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제조업과 금융권의 초과이윤은 성격이 다르다.
제조업은 글로벌 경쟁, 기술혁신, 초대형 설비투자, 수요변동 위험을 감수한다. 반면 금융권은 국가 허가산업이고, 과점구조 속에서 영업하며, 중앙은행 시스템과 공적 안전망에 의존한다. 제조업이 실패하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지만, 대형 금융기관이 실패하면 국가는 시스템 위기를 막기 위해 개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금융권 초과이윤은 “공공적 안전망 위의 사적 이익”이라는 비판이 훨씬 강하게 가능하다.
그렇다고 반도체 초과이윤 문제를 덮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책 우선순위와 논리의 정교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조업 초과이윤을 문제 삼으려면 먼저 생산적 재투자와 금융환원을 구분해야 한다. 반도체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차세대 공정, 국내투자, 고용, 협력업체 단가 개선, 산업안전, 지역사회 비용 보전에 쓴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이익이 자사주 소각, 과도한 배당, 임원 보상, 대주주 자산가치 상승에 집중된다면 이는 금융화된 가치추출에 가깝다.
정책적으로 가능한 첫 번째 방향은 금융소득 과세 정상화다.
노동소득보다 금융소득이 더 우대받는 구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다만 이것을 “개미투자자 증세”로 설계하면 실패한다. 대주주와 초고액 금융소득자부터 과세 대상을 넓히고, 장기투자와 단기투기를 구분하며, 소액 개인투자자에게는 충분한 기본공제를 둬야 한다. 손익통산과 이월공제를 인정해 조세저항을 줄이고, 초고액 금융소득 과세 정상화라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두 번째 방향은 자사주 매입·소각 규제다.
자사주 매입은 주가를 올리고 주당순이익을 높여 주주에게 이익을 준다. 하지만 그 돈은 설비투자, 고용, 협력업체 단가 개선, 안전투자, 연구개발에 쓰일 수도 있었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해서는 사회적 조건을 붙일 필요가 있다. 정부 보조금이나 세제혜택을 받은 기업은 일정 기간 자사주 소각을 제한할 수 있다. 대규모 자사주 소각을 하려면 노동자·협력업체 상생기금, 산업안전 투자, 탄소감축, 지역 인프라 비용을 먼저 충당하도록 할 수도 있다.
세 번째 방향은 반도체 사회환류기금이다.
초과이윤세를 곧바로 도입하기보다, 최근 5년 평균 영업이익률을 크게 초과하는 이익이 발생했을 때 초과분의 일정 비율을 기금으로 납부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기금은 일반재정으로 흡수하지 않고 협력업체 노동자 임금·복지 개선, 산업재해 예방, 클린룸 노동환경 개선, 지역 전력·용수·환경 비용 보전, 공공 연구개발, 청년고용, 전환교육, 탄소감축에 한정해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기업 돈을 빼앗는다”는 프레임보다 “국가기간산업의 사회적 비용을 보전한다”는 프레임이 가능하다.
네 번째 방향은 국가 지원의 조건부 설계다.
반도체 기업은 세액공제, 인프라 지원, 전력·용수 공급, 입지 지원, 외교·안보 지원을 받는다. 그렇다면 지원에는 조건이 따라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국내투자 유지, 협력업체 납품단가 후려치기 방지, 하청노동자 임금·안전 기준 준수, 초과이윤 발생 시 사회환류기금 납부, 자사주 매입보다 설비투자·고용투자 우선, 국가 연구개발 성과의 독점 사유화 제한, 과도한 배당·자사주 소각 시 세제혜택 환수 같은 장치가 필요하다.
이것은 마추카토식 국가투자론과도 연결된다.
국가는 위험을 부담하는 만큼 수익과 통제권도 가져야 한다.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구조를 막아야 한다. 국가가 연구개발, 인프라, 외교안보, 세제혜택을 제공했다면 기업의 초과수익 일부는 사회적으로 환류되어야 한다. 문제는 이를 소유권 부정이 아니라 조건부 공공수익 환수로 설계하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정책은 미실현 평가이익 과세와 부유세다.
참세상 글의 가장 급진적인 부분은 주식 평가이익, 대주주 자산가치 상승, 담보대출을 통한 비과세 현금화 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다. 이 문제제기는 옳지만 정책 현실성은 낮다. 주가가 하락하면 환급을 어떻게 할 것인지, 현금흐름이 없는 상태에서 세금을 어떻게 납부하게 할 것인지, 비상장주식 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해외 이전과 조세회피는 어떻게 막을 것인지, 헌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은 어떻게 방어할 것인지가 모두 문제된다.
따라서 곧바로 전면적 미실현이익 과세를 도입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초고액 상장주식 보유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하거나, 실제 매각 시점에 과거 미과세 평가이익을 정산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주식담보대출을 통한 현금화에는 별도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담보대출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간주소득 또는 이자비용 제한을 검토할 수 있다. 상속·증여 시점에 평가이익 과세를 강화하고, 출국세를 통해 해외 이전을 통한 회피를 막는 방식도 필요하다. 핵심은 “평가이익 전면 과세”가 아니라 “초고액 자산가의 비과세 현금화 구조 차단”이다.
결국 참세상의 문제의식은 옳다. 그러나 단독 급진정책으로는 어렵다. 상법과 자본시장법은 주주권과 금융자산 소유질서를 전제로 한다. 조세법은 실현소득 중심이라 평가이익 과세가 어렵다. 한국은 자본유출과 환율, 외국인 투자자 압박에 취약하다.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과 안보질서에 깊게 묶여 있다. 국내 정치권은 금융소득 과세조차 “개미 증세” 프레임에 쉽게 흔들린다. 대기업, 금융권, 언론, 기관투자자, 외국계 자본의 반발도 강하다.
따라서 “초과이윤과 금융 초과수익을 모두 사회 환수하자”는 주장은 방향으로는 옳지만, 정책으로는 너무 직접적이다. 현실정책으로 만들려면 전면 환수론이 아니라 조건부 환류론으로 가야 한다. 미실현이익 전면과세가 아니라 초고액 금융자산가의 비과세 현금화 차단으로 가야 한다. 기업 소유권 부정이 아니라 국가 지원에 대한 사회적 수익환수로 가야 한다. 성과급 비난이 아니라 주주환원, 자사주 소각, 배당, 담보대출 구조의 공정성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 반도체 기업 때리기가 아니라 국가기간산업의 사회적 책임 제도화로 가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 논쟁의 핵심은 “기업이 돈을 많이 벌었다”는 데 있지 않다. 진짜 문제는 사회 전체가 만든 산업 이익이 왜 생산적 재투자보다 금융자산 증식과 주주환원 중심으로 귀결되는가에 있다.
초과이윤은 공장 안에서만 분배되지 않는다. 그것은 주가 상승, 배당, 자사주 소각, 대주주 자산증가, 금융투자 수익으로 다시 분배된다. 그래서 진짜 질문은 노동자가 성과급을 얼마나 받느냐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만든 산업 이익이 왜 금융자산 보유자에게 가장 크게 귀속되느냐이다.
당장 전면 환수는 어렵다. 그러나 조건부 환류, 금융과세 정상화, 주주환원 규제, 공공수익 환수는 충분히 현실적 정책 의제가 될 수 있다. 사회가 만든 초과이윤을 주주자본주의가 독점하게 둘 것인가, 아니면 국가기간산업의 성과를 노동·하청·지역사회·공공투자로 되돌릴 제도적 통로를 만들 것인가. 이 질문이 앞으로 반도체 초과이윤 논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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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현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위원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