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Possessed Photography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볼 때, 경제 전반에 인공지능(AI)이 대규모로 도입되면 어떤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을까? 흥미롭게도, 내가 알기로 이 질문은 아직 제기된 적이 없다.
처음에는 이것이 마르크스의 노동가치론에 부정적으로 보이거나, 사실 혹은 우리의 예상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AI는 극도로 자본 집약적인 생산기술의 도입을 뜻한다. 마르크스주의 용어로 말하면, 매우 높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가진 생산과정의 도입을 뜻한다. 다시 말해 AI는 매우 높은 c/v 비율을 뜻한다. 여기서 c는 불변자본, v는 노동 고용에 투입되는 자본을 의미한다. 노동의 존재가 매우 작거나, 완전 자동화된 생산의 경우 거의 0에 가까워진다면, 노동이 생산하는 잉여가치 역시 매우 작거나 거의 0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착취율이 아무리 높더라도, 매우 작은 v는 매우 작은 s(잉여가치)를 뜻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윤율(s/(c+v)) 역시 매우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는 마르크스의 가장 유명한 “자본주의 발전 법칙” 가운데 하나, 즉 더 자본집약적인 생산과정이 도입될수록 이윤율이 하락하는 경향과 일치한다. 거의 완전히 자동화된 생산의 경우, 이윤율은 0이 되거나 0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마르크스와 슘페터, 그리고 상식이 말해주듯, 이윤이 0인 자본주의는 부조리한 개념이다. 자본가들은 기대수익률이 0이라면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윤율 하락 경향은 자본주의의 파멸을 뜻한다.
AI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이것은 로자 룩셈부르크와 헨리크 그로스만 같은 20세기 초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들이 논의하던 생각이었다. 그들은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바로 그 현상을 예상했다. 즉, 더 자본집약적인 생산과정을 도입함으로써 각각의 개별 자본가에게는 더 높은 이윤이 발생하지만, 모든 자본가들이 그렇게 행동하면 살아 있는 노동을 축출하게 되고, 잉여가치의 총량이 줄어들며, 결과적으로 자본가 계급 전체의 이윤율이 0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I는 자본주의를 종말로 몰아갈까? 그러나 이것은 AI 도입으로 인해 이윤율이 더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높아질 것이라는 현실과 기대와 잘 들어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마르크스는 완전히 틀렸던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두 개의 부문으로 이루어진 경제를 생각해 보자. 첫 번째는 우리가 방금 설명한 것처럼 매우 높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가진 부문이다. 그런데 이제 이 부문의 완전 자동화가 오직 살아 있는 인간 노동만이 수행할 수 있거나, 혹은 인간 노동이 AI보다 우월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낸다고 가정해 보자. 돌봄 노동, 스포츠, 간호, 최고 수준의 요리 기술, 코치 훈련, 바텐더, 창작 글쓰기, 그리고 수많은 다른 업무들을 생각해 보라. 일부는 AI가 조악한 방식으로 수행할 수도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숙련된 실제 인간 노동이 수행할 경우 오히려 더욱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수천 명의 교사가 AI로 대체될 수는 있겠지만, AI를 능가할 수 있는 정말 뛰어난 교사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두 번째 부문, 즉 완전 자동화 부문의 정반대에 위치한 부문이 발전하게 된다. 이 부문은 낮은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특징으로 할 것이다. 불변자본(c)은 가변자본(v), 즉 임금 형태로 지급되는 노동 고용 자본에 비해 작을 것이다. 이 부문은 자동화 부문과 달리 엄청난 양의 잉여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자본주의에서 상품과 서비스는 노동 가치에 따라 판매되지 않고, 생산가격에 따라 판매된다. 생산가격은 자본 집약적 부문과 노동집약적 부문, 즉 서로 다른 자본의 유기적 구성을 가진 부문들 사이의 이윤율을 균등화한다. 이는 다시 말해 자동화 부문에서 발생하는 이윤 역시, 균형 상태에서는 자동화 부문에 투입된 막대한 자본량에 비례하게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동화 부문의 이윤은, 우리가 그것을 고립된 상태로 바라보며 경제 전체가 오직 그 부문만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처음 보였던 것처럼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이윤율은 상승할 수도 있다. 한 부문에서 노동이 대체되는 동시에 다른 곳에서는 더 노동집약적인 생산과정이 새롭게 창출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경제의 한 부분은 오직 기계만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기계라는 말에는 AI도 포함된다. 반면 경제의 다른 부분은 훨씬 더 노동집약적으로 변할 것이며, 아마 오늘날보다도 더 노동집약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다시 말해 AI 부문의 이윤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것은 AI 부문의 성장과 함께 살아 있는 노동이 생산하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따라서 두 번째 부문이 함께 등장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만약 AI 부문이 경제 전체를 장악한다면, 마르크스주의 분석에 따르면 이윤율은 반드시 0으로 수렴하게 된다. 신고전파 분석에서도 마찬가지다. 노동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완전 자동화 생산은 총임금이 0 혹은 거의 0이라는 뜻이며, 그렇게 쏟아져 나온 새로운 생산물을 누구에게 판매할 수 있을지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AI가 만들어낸 풍요는 신고전파 세계에서도, 노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대규모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총수요 부족으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이윤율을 0 혹은 0에 가깝게 만든다. 신고전파 세계에서도 마르크스주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AI의 부상은 노동집약적 활동의 동등한 증가를 동반해야만 경제의 균형을 유지하고 총수요와 이윤율이 0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요약하자면, 마르크스주의 세계와 신고전파 세계 모두에서 고도로 자동화된 부문만으로 구성된 경제는 자본주의 유지와 양립할 수 없다. 한 경우에는 생산된 잉여가치와 따라서 이윤이 0이 되기 때문이고, 다른 경우에는 총수요 부족 때문에 이윤이 0이 되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오직 노동집약적 부문의 동등한 성장, 혹은 노동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대규모 재분배를 통해서만 “구제”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노동의 미래가 암울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노동이 AI로 대체될 수 없는 활동들은 오히려 번성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AI는 노동의 전반적 탈숙련화를 가져올까? 첫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컴퓨팅, 소프트웨어 개발, 글쓰기, 심지어 수학 같은 많은 기술들이 기계에 의해 대체될 수 있기 때문에 노동의 탈숙련화가 발생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은, 그리고 아마 매우 높은 가능성으로, 새로운 직업들의 창출에 의해 상쇄될 수 있다. 그 직업들에서는 노동의 숙련 수준이 오늘날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사람들이 그런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려면, 인간 노동이 AI가 만들어내는 숙련 수준보다 더 뛰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력의 한 부분은 탈숙련화, 솔직히 말해 우둔화(dumbing-down)를 겪을 수 있지만, 다른 한 부분은 더욱 정교하고 훨씬 더 높은 숙련을 갖추게 될 것이다.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다른 인간보다 기계와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인간의 적응 능력을 믿는 한, 우리는 언제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수행하는 노동의 한 부분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동일한 결과물이 인간과 기계 모두에 의해 생산되더라도, 그것이 AI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 노동에 의해 만들어졌을 경우 사람들은 그것을 더 높게 평가할 것이다. AI가 만들어낸 똑같이 아름다운 피겨스케이터는 인간 피겨스케이터만큼 큰 감동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인간들에게는 그렇다.
추신. 이 글에서 나는 “생산의 자본집약도 증가”와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라는 표현을 서로 바꾸어 사용했다. 전자는 물론 신고전파 용어이고, 후자는 마르크스주의 용어다. 그러나 이 맥락에서 두 표현은 모두 같은 것을 뜻한다. 즉, 기계(AI 포함)가 인간을 대체하는 현상이다.
[출처] Artificial intelligence and future of capitalism from a Marxist, and a neoclassical, point of view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는 경제학자로 불평등과 경제정의 문제를 연구한다. 룩셈부르크 소득연구센터(LIS)의 선임 학자이며 뉴욕시립대학교(CUNY) 대학원의 객원석좌교수다. 세계은행(World Bank) 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메릴랜드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