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반대와 미뤄진 회의,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연다

[제28호] 2026년 9월 17일(목)

 
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
DAILY CURATION
2026/09/17(목)
어제 16시 — 오늘 16시의 세계

거듭되는 사건 사고들. 쏟아지는 온갖 보도와 입장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읽고 이해해야 하는 거지? 답답했던 이들을 위한 참세상의 신규 콘텐츠, ‘데일리 큐레이션’을 시작합니다.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국내외 여러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도는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1 여당 의원들이 파병에 반대한 날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정부는 ‘파병’ 대신 ‘기여’라는 말을 골랐다. 내일 대통령 회견이 답할 차례다.
2 지난해 산재로 숨진 배달 라이더는 40명이다. 국회 토론회에 나온 변호사는 노동부가 그 죽음을 재해 조사에서 빼 왔다고 했고, 노동부는 경찰과 원인을 확인한다고 답했다.
3 동해 심해 가스전 ‘대왕고래’의 유망구조 7개가 모두 성공할 확률을 감사원은 0.000218%로 셈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정무적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라며 시추를 임기 안으로 당기라고 했다.
4 미 연준이 3년 2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한미 금리 차는 1%포인트로 벌어졌고, 연내 한 차례 더 올릴 예정이다.
5 파업 참가자에게 조합비로 쌓은 30만 원을 준다는 소식에 ‘파업 일당’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오늘의 논쟁에서 그 단어가 지운 것을 뜯어본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여당은 반대하고 회의는 미뤄졌다, 파병을 결정할 사람은 내일 마이크 앞에 선다
무슨 일이 있었나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정부의 호르무즈 파병 검토에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란 전쟁을 “미국이 침략한 전쟁”이라 부르며 “우리가 파병한다는 건 한미 동맹 차원과 전혀 다르다”고 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가장 불법적이고 가장 위험한 전쟁”이라는 말을 보탰다. 답변에 나선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파병 대신 다른 단어를 내놓았다. 정부가 미국 · 국제사회와 이야기하는 것은 “지역 안정을 회복하는 부분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이며, 한미 관계보다 항행의 안정과 에너지 수급, 교민 안전의 차원에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열릴 것으로 알려졌던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열리지 않았다”고 했고, 청와대는 개최 여부조차 확인해 주지 않았다.

왜 결정이 미뤄지나

결정의 시계는 워싱턴에 맞춰져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8일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고,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오전 10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연다. 국가안전보장회의는 그 뒤로 미뤄졌다. 미국의 요구를 듣고 판단하겠다는 뜻인데, 정작 미국 안에서는 전쟁을 끝내자는 표가 쌓이고 있다. 미 하원은 15일 220 대 204로 이란전 종료를 요구하는 전쟁권한 결의를 세 번째 통과시켰다.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의회가 거두어들이는 절차다. 상원과 대통령의 거부권이 남아 전쟁은 계속되지만, 공화당 의원 7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의회예산국은 2월 개전 뒤 8월까지 전비를 381억 달러로 집계했다. 하루 2억 4,600만 달러가 들어간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미국 의회에서도 인정하지 않는 전쟁”이라며, 대통령이 “‘파병할 수밖에 없다’는 기자회견을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했다.

‘기여’라는 말은 무엇을 가리나

정부의 언어에서 파병은 ‘기여’로, 전쟁은 ‘항행의 안정’으로 바뀐다. 말을 바꾼다고 배가 가는 바다가 바뀌지는 않는다. 미국 탐사보도 매체 인터셉트가 15일 전한 미군의 상태가 그 바다의 모습이다. 7월 이후 미군 사상자 410명, 패트리어트 요격탄은 전쟁 전 2,330발에서 830발로 줄었고, 익명의 미국 관리는 군이 “붕괴” 직전이라고 했다. 미국침략전쟁중단 한국군파병반대 긴급행동은 48시간 긴급행동을 마치는 17일 청와대 앞 회견에서, 회의 의제에서 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대통령이 파병 불가를 직접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미 대사관 앞에 선 민주노총의 예고는 주말 철야농성이다. 참세상이 전한 회견장의 요구는 하나로 모인다. 미루지 말고 닫으라는 것이다.

내일 회견에서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는 단어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이 앞서 꺼낸 ‘기술적 지원’ 같은 표현이 ‘파병’ 자리에 들어오면 그것이 사실상의 결정이다. 둘째는 국회다. 헌법 60조는 국군의 외국 파견에 국회 동의를 요구하고, 여당 안에서 반대가 나온 이상 동의안은 정부의 짐이 된다. 셋째는 거리다. 19일 오후 1시 종로 2차 시민대행진의 규모다. 정부가 여론을 읽고 속도를 늦춘 만큼, 거리의 숫자가 다음 결정의 변수다.

#호르무즈파병 #NSC연기 #기여 #우원식 #박윤주 #전쟁권한결의 #긴급행동
 
빨리 달릴수록 더 버는 앱, 산재로 숨진 라이더 40명은 재해 조사 명단에 없다
무슨 일이 있었나

16일 국회에서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배달라이더 산재예방과 최저보수제를 위한 플랫폼 기업의 책임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발표된 자료를 보면 산재 통계에서 배달 라이더가 속하는 퀵서비스업의 재해자는 2021년 4,602명에서 2025년 7,278명으로 1.6배 늘었다. 지난해 산재로 숨진 퀵서비스 · 배달 라이더는 40명이다. 국토교통부 실태조사로 본 하루는 이렇다. 한 달 24.5일, 하루 10.6시간을 일하며 42.7건을 배달하고 109.9km를 달린다. 한 달로 치면 260시간, 주 40시간 노동자의 한 달보다 80시간 넘게 길다.

왜 다치는 사람이 늘어나나

산재보험은 2023년 7월 전속성 요건을 없애 여러 플랫폼에서 일하는 라이더도 보험 안으로 들였다. 통계가 늘어난 데는 이 변화도 있다. 그러나 토론회가 짚은 것은 집계로 설명되지 않는 구조다. 낮은 기본 배달료, 배달 건수와 콜 수락률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는 미션 · 등급제, 비 오는 날 붙는 프로모션이 라이더를 더 오래, 더 빨리 달리게 만든다. 유청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자의 결론은 “플랫폼 기업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확대하고 알고리즘을 산업안전 관점에서 평가 ·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장은 조합원 김용진 씨의 죽음을 두고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낮은 보수를 등급과 프로모션으로 메워야 했던 구조가 만든 결과”라고 했다.

죽음은 왜 조사되지 않나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의 지적은 법 하나로 좁혀진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로 죽거나 다치면 산업재해로 보고, 노동부 장관이 원인을 조사할 수 있게 하며 조사하면 재해조사보고서를 남기게 한다. 라이더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인지와 무관하게 배달 중 사망은 중대재해라는 뜻이다. 그런데 박 변호사에 따르면 노동부는 라이더 사망을 이 재해 조사 대상에서 빼 왔다. 그는 정부가 “이미 법으로 제도화돼 있는 재해조사 범위에서 배달라이더를 임의로 누락해 원인 분석과 제도적 검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했다. 조사를 해야 배차 알고리즘과 악천후 프로모션이 과속을 불렀는지 알 수 있다. 이경제 노동부 중대산업재해수사과장의 답은 “재해 원인조사와 재해조사보고서 작성은 별개”이며, 경찰과 정보를 공유해 원인을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교통사고로 분류되는 순간 책임의 주소는 라이더 개인의 운전 습관으로 옮겨 간다. 그 사이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다.

앞으로 무엇이 바뀔 수 있나

첫째, 배달 한 건에 최소한 얼마를 보장하는 최저보수제다. 노동부는 지난 9일 플랫폼 노동자 최저보수 실태조사에 들어갔고, 라이더유니온은 산정에 라이더가 참여하고 플랫폼 책임을 법으로 강제하라고 요구한다. 둘째, 재해 조사 확대다. 법을 고치지 않아도 노동부가 조사 대상에 라이더 사망을 넣으면 되는 일이다. 셋째, 알고리즘 규제다. 지난 7월 배달라이더를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본 판결이 확정된 뒤 플랫폼의 사용자 책임을 묻는 흐름이 이어진다. 그 설계를 바꾸는 일이 다음 순서다.

#배달라이더 #산재 #플랫폼알고리즘 #최저보수제 #재해조사 #라이더유니온 #중대재해
03
한 장의 세계
한 장의 세계
자료: 기후솔루션 ‘대한민국 햇빛지도’ 화면(9월 17일 공개, 뉴스트리 게재본) · 원문 보기 →
땅이 좁아서가 아니었다, 태양광 398기가와트가 놓일 자리

기후솔루션이 17일 공개한 ‘대한민국 햇빛지도’는 전국에 태양광을 놓을 수 있는 자리를 398.2기가와트로 셈했다. 정부가 잡은 2030년 사업용 태양광 목표 87기가와트의 네 배가 넘고, 그중 256.4기가와트는 농사를 지으면서 발전하는 영농형이다. 모자란 것은 국토가 아니었다. 입지와 전력망을 함께 짜는 계획이 없었을 뿐이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택시를 기다리다 흘린 눈물, 42년째 서울시장 앞으로 보내는 편지

1984년 김순석 씨는 거리의 턱을 없애 달라는 편지를 서울시장 앞으로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42주기인 17일 전장연은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장애인콜택시 ‘대기지옥’과 수도권 광역이동 차별을 끝내라고 요구했다. 지난 11일 서울시의회의 조례 전면 개정 뒤 첫 이행 요구다.

해고 1,900여 일의 거리에 복직의 기쁨이 잠시 다녀갔다

부산 서면시장번영회 해고 노동자 두 사람의 싸움이 다음 달 2,000일이 된다. 17일 번화가 선전전에는 다른 사업장에서 복직을 이뤄낸 노동자가 함께 섰다. 허진희 씨는 이 거리를 “나와 지회장이 돌아갈 사업장이 있고 함께 해왔던 동지들의 피땀어린 자리”라고 썼다.

‘성매매 여성 처벌 조항’이 22년 만에 삭제 법안으로 국회에 들어갔다

한국여성의전화 · 한국여성민우회 등은 17일 서울역 앞 기자회견에서 성매매 여성 처벌 조항 삭제를 요구하며 청와대 사랑채까지 행진했다. 같은 날 성매수 · 알선 · 착취의 책임을 강화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법이 생긴 지 22년, 처벌의 방향을 바꾸자는 요구가 법안의 형태를 갖췄다.

오늘의 논쟁
‘파업 일당 30만 원’이라는 제목, 조합비로 메운 임금이 특혜가 됐다

서울신문은 17일 포스코노조가 파업 참가자에게 임금 손실분과 쟁의보상기금 30만 원을 준다며 ‘파업 일당 30만 원’ 논란이라고 썼다. X에서는 “배부른 노조의 배부른 파업”이라는 반응이 따라붙었다. 기금의 재원은 조합비를 일정 비율 적립한 돈이다. 파업 중에는 임금이 끊기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 아래서, 노조가 자기 돈으로 파업 참가자를 지키는 것이 쟁의기금의 본래 쓰임이다. 임직원 1만 7,000명 가운데 240여 명이 120시간 공장을 멈춘 이 파업의 요구는 기본급 7.1% 인상이고 회사 제시는 2%다. 파업의 비용을 누가 치르는가라는 질문을 ‘일당’이라는 단어가 지웠다.

오늘의 단어
쟁의기금

노조가 조합비 일부를 따로 쌓아 두었다가 파업 때 조합원의 끊긴 임금을 메우는 돈이다. 파업 기간에는 임금을 주지 않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 아래서 노동자가 굶지 않고 버티게 하는 장치이고, 그 규모가 곧 노조가 견딜 수 있는 파업의 길이다. 포스코노조의 30만 원을 ‘일당’이라 부르는 순간, 노동자들이 모아 둔 이 저축은 일하지 않고 받는 돈처럼 들린다. 이름을 누가 붙이는가가 싸움의 절반이다.

오늘의 말
주목“부인하던 사람들이 전문을 읽어야 하는 날이 온다”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인권 특별보고관 프란체스카 알바네제는 이스라엘 감옥에서 1,070일 동안 남성 · 여성 · 아동에게 조직적 고문이 이뤄졌다고 썼다. 조회 4만 6천 회에 인용 2천 건이 붙었다. 이 글의 과녁은 가해자를 지나 부인하는 사람들에게 가 있다. 지금 쌓이는 기록은 판결문이기 전에 목록이고, 그 목록에는 허용한 쪽의 이름도 함께 오른다.

05
오늘의 주장

1.  파병 반대는 하루 사이 노동과 평화운동 전체의 요구가 됐다. 민주노총은 17일 미 대사관 앞 기자회견에서 “관세 압박에 이어 파병 요구, 미국의 전쟁 동참 강요 규탄” 성명을 내고 “국민을 지키라고 만든 군대를 남의 전쟁터로 보내겠다는 계획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며 파병 검토의 백지화를 요구했다. 김은형 경남본부장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경질까지 거론했다. 한반도평화행동은 17일 “한국군의 파병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그 어떤 이유로도 침략전쟁을 돕기 위한 ‘군사적 기여’는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국회에서 꺼낸 ‘기여’라는 말에 대한 답이 이 한 문장에 먼저 적혀 있었다. 미국침략전쟁중단 한국군파병반대 긴급행동은 16일 “정부는 파병 거부 입장을 분명히 밝혀라”에서 파병을 “그 어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위험천만한 선택”이라 했고,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16일 밤 “침략전쟁 파병 정권! 메가프로젝트 노동개악 정권!”이라며 파병 저지를 총력투쟁의 과제로 세웠다.

2.  반도체 특구 안에서 노동시간과 기간제 규제를 풀어 주는 메가특구 노동 특례, 그리고 그것을 논의하자는 정부의 사회적 대화에도 선을 긋는 목소리가 나왔다. 노동당“자본과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자!”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 데이터센터 · 피지컬 AI를 묶은 3대 메가프로젝트가 막대한 전기와 물을 삼키며 화석연료와 핵발전을 다시 부른다고 지적하고, 속도전의 중단과 노동 · 돌봄 · 생태 중심의 공공경제로 방향을 돌리라고 요구했다. 사회주의를향한전진은 정부가 제안한 사회적 교섭을 “노동자들의 거대한 양보를 강제하는 수단”으로 규정했다. 이달 안 법안 발의를 못 박아 둔 채 석 달짜리 대화를 열자는 정부의 제안에, 대화의 형식보다 전제부터 문제라는 답이다.

3.  임신중지 약물 도입에는 환영과 조건이 함께 붙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16일 저녁 “드디어 안전한 임신중지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며 정부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약물을 필요로 하는 누구나가 안전하고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대하고, 건강보험 적용은 필수”라고 했다. 임신 9주 이내 · 2년간 병원 안 조제 · 비급여 검토로 짜인 정부안에서 여성단체가 가장 먼저 짚은 것은 약값과 문턱이었다.

4.  한집에 살아도 고립되고, 찾아내도 지원이 없다. 이번 주 나란히 나온 두 성명이 같은 구조를 가리킨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서울 중랑구에서 지적장애인 가족이 함께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두고 “한집에 함께 살아도 고립됐다. 장애인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국가의 방치를 끝내라!”에서 “비극의 원인은 장애가 아니다”라며 정기 대면 안부 확인 체계와 개인별 지원계획의 통합, 야간 · 휴일 위기지원 체계를 요구했다. 참여연대“사회보장급여 직권신청 확대, 빈곤사각지대 해소책 될 수 없어”에서 행정이 찾아낸 위기가구 142만 명 가운데 60만 명, 41.6%가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한 현실을 들어, 가족의 소득을 따지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같은 “근본적 제도 개선 없이 행정의 재량권만 확대하는” 개정에 반대했다. 신청 없이도 급여를 주는 직권신청을 늘려 봐야 문을 여는 기준이 그대로면 사각지대는 남는다는 지적이다.

06
사설 · 칼럼 비평
주목5%를 낸 억만장자에게 무엇이 남는지 계산해 본 글

‘약탈’이라는 말 앞에 나눗셈 하나를 놓는다. 캘리포니아는 올가을 자산 10억 달러 이상 억만장자에게 5%를 한 번 물리는 법안을 투표에 부치고, 지지자들은 5년에 걸쳐 1,000억 달러를 걷을 수 있다고 계산한다. 베이커는 50억 달러 부자가 2억 5천만 달러를 내고도 47억 5천만 달러가 남는다는 산수로 ‘약탈’ 프레임을 걷어낸다. 구조 개혁이 이상이라면 불완전하지만 실질적인 조치를 지지해야 한다는 그의 절충은, 세금 하나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하나를 밀어붙이는 태도다. 법안은 올해 1월 1일 거주자를 기준으로 삼아 뒤늦은 이사를 막지만, 다음 세금부터 짐을 싸는 부자들 문제는 짧게 지나간다. 그 답은 주 정부 혼자 낼 수 없고, 연방이 같은 세금을 걷을 때에야 닫힌다.

비판같은 감사 결과를 두고 동아는 “사기극”이라 쓴 날, 조선은 “사기극이 아니다”라고 썼다

감사원이 액트지오의 방법론을 업계 표준에 맞다고 봤다는 대목만 골라 “‘대사기극’ 프레임이 틀렸다는 것을 감사원이 확인해준 셈”이라고 쓴다. 같은 감사 결과에 적힌 다른 숫자는 적지 않는다. 동아일보 사설은 그 숫자를 들어 ‘사기극’이라고 썼다. 산업부가 성공 확률 20% 이내이니 홍보를 자제하자고 보고했는데도 대통령이 발표를 강행했고, 7개 유망구조가 모두 성공할 확률은 0.000218%였으며, 시추 완료 시점을 임기 안으로 당기라는 요구에 “정무적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라는 질책이 따랐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조급함과 과욕”을 1차 책임으로 적어 두고 결론은 “정치는 손 떼라”로 닫는다. 책임을 물어야 할 정치와 손을 떼야 할 정치를 한 단어로 뭉개면, 남는 것은 감사 이후에도 계속될 시추뿐이다.

비판값을 묶어 둔 정부를 나무라면서, 값을 풀면 누가 내는지는 묻지 않는다

여섯 달 동안 기름값을 묶어 둔 정부를 향해 “시장 기능이 왜곡되고 위기에 둔감해지는 부작용”을 경고한다. 한국에 들어오는 원유의 30% 이상을 맡은 사우디 동서송유관이 드론 공격으로 멈췄고, 세금으로 값을 눌러 소비를 떠받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맞다. 그러나 이 사설은 최고가격제를 걷은 뒤의 계산서를 쓰지 않는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기름값이 그대로 주유소에 옮겨지면 통근하는 사람, 배달하는 사람, 화물을 모는 사람이 가장 먼저 낸다. ‘시장 정상화’라는 말은 값을 누가 치르는지 정해 둔 뒤에야 성립한다. 그 자리가 비어 있다.

논쟁채권시장이 대통령을 이겼다는 안도, 그 시장의 값은 대출자가 치른다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에 ‘경제학적 개소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연준과 채권시장이 “논쟁이 아니라 가격으로 응답했다”고 쓴다. 대통령이 앉힌 의장이 도리어 3년 2개월 만에 금리를 올린 장면은 확실히 정치가 경제학을 이기려다 진 결말로 읽힌다. 논쟁거리는 그다음이다. 정치를 꺾은 것이 채권시장이라면, 그 시장이 원하는 고금리의 값을 누가 내는지다. 미 국채 5%의 세계에서 대통령보다 먼저 흔들리는 쪽은 대출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시장의 규율을 권력의 폭주보다 반기는 순간, 우리는 또 하나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심판으로 세운다. 칼럼이 한국 상황을 한 줄로 스치고 지나간 자리에 이 질문이 남는다.

주목세계보건기구가 12주라 한 약을 9주로 줄인 근거를 정부는 대지 못했다

환영 대신 설계의 빈틈부터 센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뒤 7년 5개월 만에 약물 임신중지의 길이 열렸지만, 세계보건기구가 12주까지 허용한 약을 9주 이내로 제한한 근거가 부족하고, 2년 동안 의사의 처방 · 조제만 허용해 약사를 배제한 것은 입법 공백 탓이라고 짚는다. 국회와 정부가 2년 안에 형법과 모자보건법 후속 입법을 마쳐야 한다는 결론은 옳다. 다만 약값과 건강보험은 “이밖에”로 묶여 짧게 지나간다. 같은 저녁 여성단체연합이 “건강보험 적용은 필수”라고 못 박은 것과 견주면, 사설의 시선은 법의 빈칸에 머물고 지갑의 빈칸까지는 닿지 않았다.

 
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은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인용한 글 등의 저작권은 각 매체와 작성자에게 있습니다. 제목을 누르면 원문으로 이동합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민중언론 참세상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매일 저녁 메일함에서 데일리 큐레이션 뉴스를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주 1회, 주간 참세상 뉴스레터도 함께 발송됩니다.
‘데일리 큐레이션’ 뉴스레터 구독하기 →

덧붙이는 말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