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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호-가난한 이들을 위한 페다고지]반(反)빈곤운동에 대한 평가: 세 번째 이야기

윌리 뱁티스트의 저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페다고지]의 주요 내용을 대담형식으로 각색해 담은 꼭지

전국적인 네트워크의 필요성: 과거와는 다른 오늘날의 ‘빈곤’
켄싱턴 복지권 연합은 빈곤층의 경제적 인권 보장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수백 개의 풀뿌리 조직들과 지역단체, 사회단체의 네트워크를 발전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인종을 넘어 광범위한 반빈곤운동의 기반을 조직하는데 헌신해왔습니다. 이러한 전국적인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에게 말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빈곤이 과거의 빈곤과 다르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기술적인 변화와 그로 인한 탈산업화, 구조적인 실업으로 홈리스상태와 빈곤은 더욱더 영구적이고 지속적인 상태로 변했으며, 이른바 중산층을 포함한 상당수의 사람들까지 고통 받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전국적인 자유 버스 투어(한국의 희망 버스와 유사한 활동)와 같은 캠페인을 조직하면서 만난 농부들은 대대로 캔사스 지역에서 살아왔는데, 그들은 땅을 잃어버리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삶의 터전에서 떨어져 나오게 되면서 혼란 속에서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전국에 걸쳐 켄싱턴과 같은 상황에 처한 지역과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고학력자들도 빈곤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이력서에서 학력을 누락하고 나서야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지 못해, 어리석기 때문에 빈곤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착취와 사회적 불의에 기반한 특수한 경제적 구조로 인해 빈곤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기업이 이윤과 배당금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비용을 줄이면서 그들은 해고당했습니다.
  확연하게 달라진 과거와 현재의 자동차 생산방식

고도의 기술적 발전으로 그간 인간이 해왔던 작업들을 컴퓨터와 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자동차 공장의 생산과정 또한 거의 대부분이 자동화되었습니다. 1950년대에 크라이슬러(미국의 자동차 회사) 공장에는 약 10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면, 오늘날에는 똑같은 수의 자동차를 생산하는데 1만 명 미만의 노동자만을 필요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 다양한 산업들에서 자동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장치산업들의 경우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비용을 줄이기 시작했고, 노동집약적인 부문은 중국과 같은 저임금 국가들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로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실업 상태에 처하게 되고 빈곤층의 상당수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 홈리스 연합의 이전 활동의 실패와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고 성공적인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가난한 대중들의 조직화 과정: 중요성과 의미
당신은 가난한 이들의 리더십의 발전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어떻게 다양한 힘과 에너지를 강력한 방식으로 모을 수 있을까요?

저의 경험과 연구를 통해 배운 것은 가난한 대중을 위해서 미국 내 여론에 주요한 정치적・도덕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대중들은 인종을 가로질러 사회세력으로 조직화되고 단결했습니다. 단결을 이루기 위해 지도자들은 협력과 훈련의 과정을 거쳐 왔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사상가 그람시는 이러한 단결된 지도자들을 유기적 지식인이라고 불렀습니다. 가난한 대중들이 더 깊게 공감하고 더 멀리 보기 위해서, 결과적으로 더 큰 대중으로 통합되기 위한 과정에서 가난한 대중들로부터 지도자들이 출현했습니다. 이것은 가난한 대중들의 조직화 과정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이러한 단결과 통합이라는 부분은 교육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경험에 대해 성찰하면서 배우는 과정이었으며 동시에 어떻게 움직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지를 알게 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던 것들을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거칠게 대략적으로 그린 그림보다는 상황의 특이성 및 복잡성에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개발하도록 가르쳤습니다. 당신이 큰 그림만을 그리고자 한다면, 당신은 구체적인 투쟁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미묘한 무언가를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대중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도록 노력하고 상황을 바꿀 책임이 있습니다.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 1891년 ~ 1937년)
그람시가 유기적 지식인은 대중의 상식과 모순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을 때, 이는 외부자의 관점에 기반한 설교 대신에 차이에 귀를 기울이고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며 비판적인 대중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래로부터의 리더십 발전과 핵심 지도자들의 개발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습니다.

‘반(反)지성주의’에 관하여
저는 당신이 가난한 이들의 투쟁에서 지성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일상적인 실천들을 반영하는 것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지적 풍경을 살펴본다면 학계의 사회이론 전반에 걸쳐 현실 문제와는 유리되는 비생산적인 양극화 경향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양극화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 구조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위해서 우리는 학계의 지적인 도구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분석과 행위를 안내하고 일반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경험과 고민을 알려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실제 현실로 다시 돌아가야만 합니다. 우리에게는 실용주의 철학에 기반을 둔 관점, 즉 반이론적인 접근을 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냥 해보자’고 말하며 문제를 반성하거나 되돌아보는, 다시 말해 해결책을 읽어내는 과정을 ‘뒷걸음질 치는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반(反)지성주의(지식과 지성 혹은 지식인 일반에 대해 적대적 태도와 불신을 보이는 것)라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물론 반지성주의는 지식이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 것에 대한 비판에서 출현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대중에 대한 맹신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보통 자신의 생각과 신념에 절대적인 확신을 가진 이들이 반지성주의의 경향을 나타냅니다. 미국 대선 후보 트럼프에게서 이러한 반지성주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말이 곧 정답이며 절대적 진리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타인의 판단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또한 자기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근거가 빈약한 데이터, 왜곡된 사례를 거리낌 없이 활용합니다. 지금 당장 정답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인해 현실의 ‘여러 가지 원인의 복합적 효과’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반지성주의 경향은 지식인들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도 합니다. 실용주의는 근본적인 원인과 장기적인 결과보다 즉각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결과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실용주의자들은 종종 이론과 실천의 통합을 주장하지만, 반대로 그들은 이론적 지식의 개발과 활용에 있어 엄청난 성급함과 함께 편협한 실용주의 경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론적 통찰 없는 실천은 맹목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