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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진단] 「노숙인복지법」 개정, 더 이상 미룰 일 아니다

[진단]은 홈리스 대중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정책, 제도들의 현황과 문제들을 살펴보는 꼭지

홈리스행동과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은 ‘광화문 1번가’에 「노숙인 등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노숙인복지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정책제안서를 전달했다. 법이 제정된 지 만 6년이 지났지만, 복지지원 및 인권보장이라는 과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법에 적시된 홈리스의 권리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먼저 변해야 할 것은 「노숙인복지법」 그 자체다. 현행 「노숙인복지법」의 문제점과 개정 필요성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① 법률의 명칭 변경

현행 「노숙인복지법」은 그 지원대상이 모호하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정책 대상을 명확하게 하고 주거취약계층의 특성을 포괄해 적극적・예방적 대책을 구축하는 차원에서 ‘노숙인 등’의 용어를 ‘홈리스’로 변경해야 한다. 또한 홈리스에 대한 차별 금지와 인권보장(권리보장)의 측면이 제명(題名)에 분명히 드러나도록 할 필요가 있다.


② 정책 대상 확대

「노숙인복지법」 시행규칙 제2조를 보면, 이 법의 정책대상이 “18세 이상인 사람”임을 알 수 있다. 18세 미만의 사람은 정책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실제 현실에선 청소년 홈리스들이 적잖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정책 대상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로, 홈리스 정책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므로, 홈리스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개념 규정도 필요할 것이다.


③ 홈리스 인권보장 조항 마련

홈리스 상태에 있다는 이유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해당 내용을 법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자유를 누리거나 권리를 행사함에 있어 여러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말이다. 또한 현행 「노숙인복지법」 제21조(금지행위)는 ‘노숙인시설 종사자’의 금지행위만을 규정하고 있는데,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배제, 인권침해는 경찰을 위시한 공권력 및 다양한 행위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해당 조항(금지행위)의 적용 대상은 ‘모든 행위자’로 확대되어야 한다.


④ 중앙정부의 책임성 강화

‘노숙인 등’ 복지지원사업 중 노숙인재활・요양시설(옛 부랑인시설)은 국고보조사업으로(중앙정부 담당), 그 외 거리노숙인 지원이나 노숙인자활시설, 쪽방상담소 운영 등의 복지사업은 지방이양사업(지자체 담당)으로 양분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동일한 정책 대상에 대한 분리된 사업 및 예산 집행은 중앙정부의 책임성 약화, 지방정부의 부담 강화 및 지원수준의 지역별 편차 심화 등의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노숙인 등 복지’ 전반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⑤ 복지서비스 제공 책임의 강화

현행 「노숙인복지법」은 주거지원, 급식지원, 의료지원, 고용지원 등 모든 복지서비스 지원을 임의규정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국가와 지자체에 대한 구속력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임의규정은 최소한의 예산 편성을 위한 근거가 될 뿐, 홈리스에 대한 복지지원 수준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는 강행규정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⑥ 중앙 조정기구 설립

홈리스 상태는 주거, 고용, 의료, 치안 등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포괄하며, 여러 정부부처의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행 「노숙인복지법」 역시 종합계획 수립 시 복지부장관으로 하여금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토록 하고, 각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시・도지사에게 매년 시행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국무총리실 산하에 보건복지부 및 관련 부처의 장이 참여하는 중앙조정기구를 설립하도록 법을 개정하여 홈리스 복지의 실질적 강화를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⑦ 성별 영향을 고려한 정책 도입, 실태조사 내실화

신규 여성 홈리스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성인지적 관점의 홈리스 대책은 부실하다. 일자리나 주거 등 거의 대부분의 홈리스 지원정책이 성별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설계・시행되고 있다. 따라서 모든 홈리스 복지지원에 있어 성인지적 관점을 도입하도록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5년마다 실시하도록 되어 있는 실태조사의 주기를 단축하여 홈리스의 상태 및 제도적 환경의 변화를 시의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법개정, 반드시 이뤄져야

사회 취약계층에게 필수 불가결한 정책 사업일수록, 그 근거가 되는 법령은 현실을 담아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재정비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011년 제정된 「노숙인복지법」은 법이 제정된 순간서부터 그 내용과 대상, 기준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그간 동일한 문제들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고, 그에 따른 법개정 요구 역시 끊임없이 이어져 왔으나 「노숙인복지법」의 본질적인 문제에 주목하여 개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그렇다는 점에서 오늘날 「노숙인복지법」 개정만큼이나 ‘적폐 청산’이란 말과 어울리는 것도 없을 것이다. 「노숙인복지법」 개정, 더 이상 미룰 수도 없고 미뤄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