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난한 이들에게 주어진 ‘40만원짜리’ 장례

서울시의회 공영장례 조례안, 기초생활수급자 배제

서울시의회가 ‘공영장례 조례’를 추진하려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허울뿐인 조례안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출처: 김한주 기자]

공영장례는 가족 해체와 빈곤으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무연고자와 빈곤층을 상대로 정부가 물적 지원을 통해 장례 절차를 마련해주는 것을 뜻한다.

앞서 서울시의회 박양수 보건복지위원장은 11월 9일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안’을 발표했다. 이 안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공영장례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았다. 또, 대상자 지원 수준도 ‘노인돌봄대상자인 독거노인의 장례 서비스 집행기준’에 따른 40만 원에 불과하다. 서울시가 권장하는 착한장례서비스 600만 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2017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7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 조례안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배제하고, 기본적인 장례 절차도 보장하지 않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조례의 가장 핵심이라 할 ‘지원 대상’과 ‘지원 내용’에 커다란 한계가 있다. 서울시의회는 제출한 조례안을 폐기하고, 사각지대 없는 공영장례 조례를 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출처: 김한주 기자]

시의회 조례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지원 대상을 무연고 시신, 연고자가 미성년자, 장애인 또는 75세 이상 노인으로 국한했다. 반면, 사회단체는 지원 대상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단체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유가족 다수는 경제적 이유로 시신 인수를 포기해 무연고 사망자로 고인을 보낸다”며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유가족에게는 장제급여 75만 원을 받고 있는데, 이는 시신 수습 비용 정도로 봐야할 수준이다. 따라서 많은 수급자들이 빈소를 마련하지 못해 직장(直葬·장례 없이 화장)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동현 홈리스행동 활동가는 “시의회 관계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지원대상으로 포함하면 예산 900억 원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돈 있으면 포함하고, 없으면 배제하는 사고방식이 문제”라며 “예산을 내세우며 방관하는 태도에 불과하고, 예산이 부족하다면, 시의원, 정부, 국민을 상대로 설득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조례안은 ‘장례 절차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인력, 물품, 장소 및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고 할 뿐, 구체적인 지원 내용이 없다. 단체는 이를 두고 “현재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가장 절실한 장례 지원은 빈소와 장의 차량”이라며 “따라서 지원내용에 무료 빈소, 무료 장의차를 포함하고, 화장 비용도 실비로 지원해야 한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장제급여’ 200% 범위에서 현금지원이 돼야 최소한의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돈이 없어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사회가 빈곤 차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서울시의회의 조례안도 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막상 정책을 열어보니 양파껍질이었다. 공영장례는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하고, ‘40만 원’이 아닌 최소한의 장례가 가능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이자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 고문인 이태헌 씨는 “올해만 동자동에서 25명이 숨졌는데, 이 중 한 명만 시신을 인수했고, 나머지는 돈을 이유로 시신을 거두지 못했다”며 “위탁 업체가 무연고자 장례를 치를 경우, 관도 안 닫고, 시신에 액체가 흐를 정도로 관리하지 않는다. 비인간적일뿐더러 기계적으로 처리한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이런 취급을 받는다. 이를 책임질 공영장례는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시의회에 박양수 보건복지위원장 면담요청서를 전달했다.

한편, 시의회 공영장례 조례안은 오는 18일 상임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상임위 결정에 따라 본회의에서 최종 절차를 밟게 된다.

[출처: 김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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