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미국 경제제재로 세입 99% 줄어

유엔, 베네수엘라 파괴적인 영향으로 제재 해제 촉구

유엔(UN)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가 현지에 ‘재앙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알리나 두한(Alina Douhan) 유엔 특별보고관은 12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국제법을 위반”했으며 “경제와 인도주의, 발전 위기를 촉발했고, 특히 극빈층, 여성, 의료 종사자, 위급한 환자와 토착민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제재의 영향과 해제 촉구 입장을 발표하는 알리나 두한 특별보고관 모습 [출처: 텔레수르]

유엔이 이날 발표한 예비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주도한 경제제재가 베네수엘라에 미친 영향은 전 사회 영역을 망라하며 현재까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최근 몇 년 간 베네수엘라 정부의 세입은 99%까지 줄어 경제 제재 이전 세입의 1%로 예산을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 4년간의 초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베네수엘라 통화는 1달러 대 18-190만 볼리바르로 평가절하됐다. 공공부문 노동자 임금은 2015년 150-500달러에서 2020년 1-10달러로 감소했다. 심각한 식량 부족에 고통 받는 사람의 수는 250만 명 이상으로 폭증했다.

그럼에도 경제제재를 이유로 미국, 영국, 포르투갈 은행이 동결하고 있는 베네수엘라 자산은 60억 달러(6조6132억 원)에 달해 국내 식량이나 의료품 부족을 위해 사용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2019년 포르투갈 은행은 12억 달러를 동결했고, 영국은행에 동결된 금 보유액도 20억 달러에 이른다. 이외 캐나다와 멕시코, 스위스 등이 베네수엘라 자금을 동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5년 이후 450-500만 명이 해외로 이주했으며 올해에도 이주 행렬이 계속돼 총인구가 약 2700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또 해외 이민 인구에는 고학력 계층(의사, 간호사, 엔지니어, 교사, 교수, 판사, 경찰관 등)이 다수 포함되어 지난 수년간 공공부문 노동자의 30-50%가 감소했다. 이는 공공부문 내부 분열과 잔여 인력의 업무량 증가, 서비스 감소 및 품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무역 제재로 인해, 수도는 일주일에 한두 번 몇 시간 동안만 교대로 이용할 수 있다. 또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처리 및 정화하는 화학 약품의 사용이 30% 감소했다. 이외에도 현재 전기 회선 총용량의 20% 미만만 작동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의료부문에선 2013-2016년 이전에는 국가가 무상 제공했으나 현재는 심각한 부족 현상에 빠져 있다. 예컨대, 카라카스에 위치한 소아심장병원의 수술 건수는 5배(2010-2014년 연평균 1,000건에서 2020년 162건으로) 감소했다. 공공병원 의료진 일자리는 50-70% 비었고, 현재 약 20%의 의료 장비만이 작동하고 있다. 홍역, 황열병, 말라리아 백신도 부족하다. 2017-2018년에는 HIV에 대한 검사와 치료 부족으로 5,0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53명의 베네수엘라 어린이에 대한 간, 골수 이식이 성사되지 못했다. 경제제재 이후 신생아와 산모 사망률은 증가했고, 10대의 임신은 늘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경제와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하여 의약품 구입을 위해 뱅크오브잉글래드가 동결한 자금을 해제해달라고 신청했으나 이 또한 실패했다. 또 베네수엘라 정부는 유니세프 등 국제 구호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왔으나 해당 NGO 직원은 활동 중 감시받고 기소되기도 했다.

국제법 위반이자 내정 간섭

알리나 두한 특별보고관은 이 같은 보고서를 내며 “미국의 제재조치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4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는 국가의 존속에 위협이 되는 조치를 제한하며 생명권이나 형사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활동의 처벌을 금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별보고관은 또, “석유, 금, 광업 등 경제 분야와 국영 항공사, TV산업에 대한 일방적인 제재가 국제법에 위반된다”며 “미국 측이 견지하는 ‘최대 압력’ 캠페인은 베네수엘라 국가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고 베네수엘라 지역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내정간섭에 해당한다”고 평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제재는 2005년 미국이 마약 밀매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개인과 단체에 부과하며 처음 시작됐지만 이후 야당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며 확대됐다.

특별보고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2014년 시위 탄압, 야당 박해, 언론의 자유 축소, 부패를 문제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으며, 2015년에는 베네수엘라가 미국의 안보와 외교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베네수엘라 비상 사태를 선포했다. 2017년에는 베네수엘라 제헌의회 선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PDVSA 등 인사에 대한 제재를 가해 이들의 거래와 미국 금융시장 접근을 막았다. 베네수엘라 대선 이후인 2018년 미국은 경제 실정과 부패, 야권 탄압, 민주주의 훼손 등을 이유로 제재를 강화했다.

급기야 2019년 1월 미국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뒤 PDVSA와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주요 정부 관계자에 대해 추가 제재를 가했고, 2019년 8월 전면 경제 금수 조치를 내렸다. 미국은 또 과이도에게 PDVSA의 미국법인 시트고 자금을 포함해 미국 은행 계좌에 있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자산과 재산을 통제하도록 했다. 2018년과 2019년 미국의 제재는 금을 비롯한 광업, 식품, 암호화폐, 은행부문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이후에도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는 확대됐으며,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지난달 19일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두고 베네수엘라 석유산업이 미국 정부의 제재를 회피하도록 도운 개인 3명과 단체 14곳, 선박 6척을 제재 목록에 추가했다.

이번 보고서는 유엔 특별보고관이 12일에 걸쳐 현지를 방문하고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야당, 비정부기구, 일반인과 인권침해 피해자들에 이르기까지 수십 명을 인터뷰해 낸 결과이다. 보고서 전문은 오는 9월 유엔 총회 때 발표된다.
최신기사
기획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온라인 뉴스구독

뉴스레터를 신청하시면 귀하의 이메일로 주요뉴스를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