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등장한 그 레미콘 회사는

[1단기사로 보는 세상] 엘시티 뇌물 공무원 보도는 절반만 쓴 기사

검찰이 부산 해운대 엘시티 실소유주 이영복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부산시 전현직 공무원 9명을 기소했다. 매일경제신문은 7월 28일 사회면에 ‘엘시티서 뇌물 받은 혐의 부산시 공무원(부산도시공사 직원 포함) 9명 기소’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매경 기사만 보면 검찰 수사와 부산시의 대응이 별문제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은 좀 다르다.

  매경 2021년 7월28일 29면(왼쪽)과 한겨레 7월29일 13면.

당초 검찰은 받은 금품 액수가 적다며 이들 공무원을 기소도 하지 않았다. 부산참여연대는 검찰의 불기소에 반발해 2017년 3월 이들을 고발했다. 공수처가 지난달 4일 엘시티 수사를 지휘한 부산지검 간부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하자, 검찰은 만 4년이 지나 부산시 공무원 9명을 늑장 기소했다.

부산시도 잘한 게 없다. 부산지검이 2017년 3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엘시티로부터 30만 원짜리 선물을 여러 차례 받은 전현직 부산시 간부 등 18명과 부산시 도시계획위원 28명도 기관통보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2년이 지난 2019년 1월에야 이들 중 간부 4명을 인사위에 회부하는 등 징계 처분했다. 오거돈 전 시장이 멀쩡히 시정을 운영하던 때다. 이렇게 민주당 시장은 엘시티에서 뇌물 받은 간부 공무원을 보고도 2년을 모르쇠로 지내다가 18명 가운데 4명만 견책과 1개월 감봉 등 경징계하고 끝냈다.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7일 공무원 4명을 2급으로 승진시켰는데, 그중 한 명이 엘시티 뇌물에 엮인 게 드러났다. 당사자는 검찰의 기소 직후 스스로 직위해제를 요청했다. 놀란 박 시장은 후임 인사도 단행했다. 박 시장은 보궐선거전이 한창이었던 지난 3월 ‘엘시티 거주 민망하나 특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 시장이 사는 집이 문제의 그 엘시티였다.

매경이 엘시티 뇌물 받은 부산시 공무원 소식을 전한 건 7월 28일자 기사였지만, 한겨레는 하루 뒤 비위(엘시티 뇌물 수수) 혐의자를 고위직에 앉힌 박형준 부산시장의 인사 참사를 지적했다. 하루 늦더라도 복잡하게 얽힌 비리의 실체에 누가 더 근접했는지는 대번에 드러난다.

조선일보는 5월 10일 12면(사회면)에 ‘12년째 증차 불허, 레미콘 기사에 휘둘리는 건설업계’라는 제목의 머리기사를 보도했다. 같은 면에 ‘레미콘 기사들, 양대 노총 등에 업고 물리력 행사’라는 제목의 별도기사도 썼다.

  조선일보 5월21일 12면.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레미콘 트럭 수량을 국토교통부가 통제하는 바람에 업계가 레미콘 기사들에게 휘둘린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국토부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레미콘 트럭 신규 등록을 허락하지 않아, 귀하신 몸이 된 기사들이 업체를 흔든다고 봤다. 조선일보는 “현재 레미콘 트럭은 2만 1419대”인데 “건설 성수기에 비해서는 무려 30%가량 부족하다”고 했다. 업계 요구대로 레미콘 수량을 늘리면 건설 비수기 때 기사들은 어떻게 하라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조선일보는 5월7일 오전 경기도 양주의 석천레미콘을 찾아가 공장 앞에서 농성하는 건설노조 때문에 공장이 “3개월째 멈춰 서 있다”고 했다. 또 “(노조가) 경조비 휴가비 지급과 정년 폐지 등을 요구한다”라고도 했다. 조선일보 기사엔 석천레미콘 박삼순 회장도 등장해 “(노조의 농성을) 견디지 못해 결국 이달 문을 닫기로 했다”고 말한다.

조선일보는 석천레미콘을 보도한 지 석 달이 다 돼가는 지난 7월 26일 2면에 ‘정정·반론 보도문’을 실었다. 양궁 대표팀이 여자단체전에서 올림픽을 9연패한 기사 맨아래 1단 기사로 박힌 이 정정·반론보도는 꼼꼼히 봐야 겨우 보인다. 조선일보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며 3개월간 레미콘 운행을 전면 중단한 적은 없기에 바로잡습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노조가) 5명의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인 것이고, 경조비 휴가비 지급과 정년 폐지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2018년 MB 재판에서 석천레미콘 회장의 부인 김소남 씨는 2008년 총선 직전에 5천만 원씩 검은 봉투에 넣어 네 차례나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관리인인 청계재단 사무국장에게 준 사실이 드러났다. 김 씨는 2008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7번의 안정권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조선일보 7월26일 2면. 왼쪽 아래가 정정.반론 보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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