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파업 100일...최장기 파업에도 “끄떡없어 마봉춘”

이강택 “필요하다면 방송 세울수도”

  

MBC 파업이 100일을 넘겼다. MBC 노조의 가장 오랜 파업 기록이다.

MBC노조와 KBS 새노조는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점차 파업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7일 오후에는 양 노조가 함께 여의도 공원 한 켠에 텐트 80동을 설치하고, ‘여의도 희망캠프’를 꾸렸다. 김재철, 김인규 사장이 퇴진 할 때까지 노숙 투쟁을 이어간다.

  여의도 공원에 설치된 80여 개의 희망캠프. MBC와 KBS의 노조원들은 사장이 물러나고 파업이 승리할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며 노숙을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날씨도 좋으니 텐트 하나 들고 여의도 공원에 캠핑 오라”며 시민들의 참가를 유도하기도 했다.


8일 밤에는 MBC 노조의 파업 100일의 과정을 돌아보는 문화제 ‘끄떡없어 마봉춘’이 희망캠프가 자리한 여의도 공원에서 열렸다. 노조의 김민식 PD와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문화제엔 1천여 명의 시민과 브로콜리 너마저, 바비빌 등의 초대 가수, 골든브릿지 노조, 다함께 등 연대단위들이 참가했다.

  MBC 노래패 노래사랑과 2012년 신입사원들. 신입사원들은 수습기간이 끝나자마자 노조에 가입해 단 한 차례도 ‘정상적인 월급’을 받지 못했다.

  조합원들의 토크쇼 백일동안. 이들은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라고 한다.

  어버이 날이었던 문화제 당일엔 정영하 노조위원장과,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 전 노조위원장이었던 안성일 논설위원의 자녀들이 함께하는 ‘아빠는 파업 중’ 토크쇼와 퀴즈도 진행됐다. 퀴즈 1등은 딸에 대한 모든 문제를 맞춘 안성일 논설위원이, 꼴찌는 한 문제도 맞추지 못한 정영하 위원장이 차지했다.


  MBC 노조는 파업 장기화에 따른 투쟁기금 모금의 일환으로 ‘천원 후원’을 시작했고, 3만 4천명이 넘는 시민의 동참으로 3400여 만원의 기금을 모금했다.

  언론노조 위원장 출신인 권영길 통합진보당 의원과 민언련 등에서 언론운동을 해온 민주통합당의 최민희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사회를 본 김민식 PD는 최민희 당선자에게 “잘 싸워 줄것이란 기대가 크다. 국회에서 어떻게 싸우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골든브릿지 노조도 연대 방문했다.



  초대가수 바비빌. 나꼼수의 시그널 음악인 ‘가카는 그런 분이 아니야’를 개사한 ‘사장님은 그런 분이 아니야’를 불러 호응을 얻었다.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는 MBC 노조의 파업에 가장 많이 방문한 팀이다.



  문화제가 끝나고 참가자들이 함께한 강강술래. 소리꾼 김소진, 김솔지씨가 진행한 강강술래는 노조의 파업투쟁 승리를 기원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문화제가 열린 8일 오후에는 양승은 아나운서와 최대현 아나운서가 노조를 탈퇴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양 아나운서는 “(복귀하라는)종교적 계시를 받았다”고 탈퇴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양 아나운서가 업무 복귀 후 주말 뉴스데스크 앵커에 유력한 후보로 거론 되는 등 ‘모종의 제안’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가의 사정도 노조의 파업에 힘을 싣는 방향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낙승을 예견하던 야권연대는 패배했고, 통합진보당은 내홍에 휩쓸렸다. 국정감사를 당면의 목표로 삼고 있던 언론노조로선 악재일 수밖에 없다.

유례없이 길어진 파업과 겹치는 악재에 파업대오가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지, 또 앞으로의 투쟁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에게 들어보았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애초부터 국회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통진당 사태에 사기 저하

- 국회 구성이 투쟁에 유리하지 않게 돼버렸다.
“KTX를 타려다 놓쳐서 고속버스를 탄 격이다. 조금 돌아가거나 늦어지고 불편하겠지만 결국 갈 길은 간다. 투쟁이란 늘 조건에 따라 전술의 배치가 달라지는 것이다. 선거결과는 결국 전술이 조금 달라지는 것 정도의 의미다. 그리고 우리는 국회에 많은 기대를 걸지 않았다. 어느 자유주의 정당이 의석을 더 차지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진보정당’이 해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제 역할을 못할 뿐 아니라 거기에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진보세력들이 휩쓸려 같이 넋 놓고 무너지는 상황이 오히려 더욱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투쟁의 견인차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는데, 이 사태가 크게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다”

필요하다면 방송 세울 수도

- 앞으로의 투쟁 방향은 어떻게 되나.
“투쟁을 이대로 접을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 보이는 것처럼 투쟁의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혹자는 방송에 차질이 없으니까 저들이 버티는 것이라고 한다. 필요하다면 방송 세울 수도 있다. 지금은 서로를 일으켜 세우며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나서서 갈 수밖에 없다. 여기서 패배하고 성과 없이 돌아가 패배감에 빠져들게 되면 앞으로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다시 일어서기 힘들게 될 것이다. 사즉생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

- 파업이 장기화되고, 조합원의 노조 탈퇴 등 투쟁 동력 유출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심각한 상황 아니다. 저들이 끝없이 균열을 내려고 하고 그를 부풀려 호도하는 것이다. 저들은 반목을 조장하기도 한다. ‘어느 사업장이 파업을 그만 접는다더라’ 하는 소문을 유포하면서. 또, 해외 특파원 같은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를 집중적으로 공격 하고 있다. 하지만 본 것처럼 신입사원 대부분이 수습이 끝나자마자 노조에 가입하는 등 지속적인 수혈이 이뤄지고 있어서 파업 동력에는 흔들림이 없다. 오히려 민주노총 등의 세력이 당면한 현안의 전략적 투쟁들을 방기하고 소극적으로 대응 하는 듯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언론노조가 지금 최전선에 있는데, 이대로 방기되면 우리는 마치 ‘남부군’처럼 돼버린다”

- 조합원들의 사기를 북돋고 파업 동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결국 지도부의 헌신성이다. 나를 비롯해 지, 본부장들은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다는 결의가 돼있다.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 또 조합원들에게 전망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 국회가 개원하면 협상을 시작할 것이고 거기서 어떤 방향과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의나 메이데이 집회가 큰 힘이 되고 있다. 고립돼 있지 않고 연대한다는 것이 조합원들에겐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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