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뉴스민] |
역사는 이들의 죽음이 1972년 10월 유신을 선포한 박정희가 끝없이 이어지는 시민의 유신 반대 투쟁 물결을 억압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으로 기록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대선 후보시절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혁당 사건은)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후 빗발치는 여론의 질타에 밀려 “5.16, 유신, 인혁당 사건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정치발전이 지연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지만, 인혁당 사건 당시 8명의 사형판결명령서에 최종 서명한 서종철 전 국방부장관의 아들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또, 9일 박 대통령은 8일 서거한 마가렛 대처 영국 전 총리에 조의를 표명하면서도 인혁당과 관련해 한 줄 논평도 내놓지 않았다. 대선 후보 박근혜는 인혁당 사건에 사과를 했지만, 대통령 박근혜는 인혁당 사건에 대한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은 꼴이 됐다. ‘인심조석변’이라는 격언은 이럴 때 어울리는 것이 않을까.
“독재자에 빼앗긴 민주주의에도 봄은 옵니까”
인혁당 사건 38주기, 100여명 모여 추모제 거행
▲ 9일 추모제에 참석한 인혁당 사건 유가족들이 제례를 올리고 있다. [출처: 뉴스민] |
2013년 4월 9일 오전 11시, 38년전 이날 목숨을 잃은 열사들과 당시 함께 징역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르다 목숨을 잃은 열사 17명을 추모하는 이들 1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경북 칠곡 현대공원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현대공원에는 당시 사형을 당한 도예종, 송상진, 하재완, 여정남 열사와 2004년 복역 후유증으로 병사한 이재형 열사의 육신이 잠들어있다.
당시 열사들과 함께 모진 고문을 당하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강창덕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옵니까. 독재자에 짓밟힌 민주주의에도 봄은 옵니까”라며 “작년 대선 때 독재 세력에게 민주주의가 짓밟히고,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운동을 앞당기지 못하고 추모제를 올리는 것에 대해서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절을 올린다”고 말하며 열사들의 영정 앞에 절을 올렸다.
강창덕 이사장은 “일제강점기가 36년이었는데, 그보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열사들을 학살한 독재세력의 후손들에게 다시 또 민주주의가 짓밟히게 됐다”며 “영정 앞에 부끄럽고 죄송스럽지만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와신상담하여 원수를 갚아야 한다. 영정 앞에 부끄러움이 없도록 다 같이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종호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부이사장은 “대선 때 인혁당 사건에 대해 두 가지 진실이 있다고 말한 파렴치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마치 민주세력의 승리를 보여주는 신호탄처럼 느껴졌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그러지 못했다”며 “다시 오늘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열사들의 정신과 힘을 계승하여 다시 다짐하는 결의의 자리가 되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하재완 열사의 부인인 이영교 여사는 “저희들이 남편을 빼앗긴 지 38년이 되도록 완전한 우리들의 세상이 오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며 “박근혜 정부가 독선적인 행동을 지금까지 하는 것 같아 유신 정부가 다시 돌아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죽어도 눈을 못 감을 것 같다. 여러분이 힘이 되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전체 유가족을 대신해 인사말을 전했다.
▲ 고희림 시인이 추모시 <열사의 몸>을 낭송했다. [출처: 뉴스민] |
▲ 무용가 박정희씨가 진혼무를 하고 있다. [출처: 뉴스민] |
▲ 추모식 참석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출처: 뉴스민] |
한편, 이날 추모식은 민중가수 박성운의 추모노래와 제례, 고희림 시인의 추모시 낭송, 추모사, 박정희 무용가의 진혼무,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기사제휴=뉴스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