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지켜야할 ‘공익’은 과연 무엇인가

[사파논평] 최저임금 1.5% 인상에 대하여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 그들은 '공익'을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7월 14일 새벽 최저임금심의위원회는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을 1.51%, 시급 130원 인상한 8720원으로 확정했다. 월급(주 40시간 기준)으로는 182만2천480원이 된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 위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공익위원들과 사용자위원들이 모여 결정했다. 이렇게 결정한 이유에 대해서 공익위원회 간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0.1%,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 0.4%,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 1.0%를 합산해 1.5% 인상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경향신문> 당일자).

최저임금 인상율을 ‘경제성장율’과 연동해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공익위원들에게 묻는다. 과연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제도의 ‘공익’을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최저임금 심의에서 ‘공익’은 무엇이 되어야할까? 경제가 좋지 않거나 바닥을 치면 최저임금도 같이 후퇴하고 바닥을 기도록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어찌 최저임금이겠나! 그런 제도를 왜 굳이 만들었나. 그냥 시장의 원리에 따라 최저임금도 정하면 된다. 경제가 추락하면 사람도 추락하게 만들면 된다. 참 비정하지만 그게 바로 자본주의다.

하지만 제도로서 만들어둔 최저임금제도는 경제성장과 시장의 원리에 따라 임금을 연동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의 재생산이 가능한 최저생계비를 보장한다는 사회적 원칙에 기초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경제가 침체기를 겪거나 경제성장율이 하락해도 지지해야 할 ‘임금의 최저선’이며, 오히려 경제 위기상황에는 생존의 위기 앞에 노동자들을 위해 더욱 확실히 보장해 줘야할 ‘최저’ 임금이다. 그래서 최저임금제도는 자본주의적 시장법칙에 대한 제어 수단중 하나이며 사회보장제도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의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 참가한 ‘공익위원들’ 역시 지켜야할 ‘공익’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그리고 경제성장율에 따라 임금을 고무줄처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평균임금도 아닌 최저임금 지대에 속한 ‘노동빈곤층’의 인간다운 삶을 여하히 유지하도록 최저임금제도를 활용할 것인가이다. 그것이 굳이 최저임금위원회에 노동과 자본의 대리인이 아닌 제 3자, 노동과 자본 사이에서 독립성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는 공익위원들을 두는 이유다. 그리고 노동과 자본이 타협하지 못할 경우 그들에게 최종 결정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부여한 이유다. 단 공익위원들이 ‘공익’에 입각해 결정한다는 전제하에서. 공익위원은 전문가여서 공익위원이 된 것이 아니라 노동과 자본 사이에서 독립적으로 최저임금에 관한 공익을 판단할 위치에 선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공익위원들이 경제성장율 전망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정한다면 이는 국가나 자본의 대리인에 더 가까운 시각일 뿐, 공익적 시각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금이야말로 국가가 최저임금제도를 진정 활용해야할 시간이 아닌가

2021년 최저임금 인상률인 1.51%, 시급 130원 인상한 8720원은 외환위기 때(1999년) 2.69%, 금융위기 때(2010년) 2.75%보다 더 낮은,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위의 논리대로 한다면 지금이 IMF보다 더 나쁜 경제상황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최저임금제가 제도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때이다.

더구나 OECD는 7월 9일 발표한 ‘2020 노동시장 전망(OECD Employment Outlook 2020)’에서 코로나19가 금융위기보다 더 노동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국가가 온 힘을 다해 노동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해야할 지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와 집권당이 할 일이다. 코로나19는 ‘재난의 불평등성’을 드러내는 사회적 재난이고 특히 ‘노동재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국가들은 그렇게 한다. 지난 6월 독일은 앞으로 2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11.7%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독일의 경제 성장 전망치는 -7.8%이고, 한국의 -1.2%보다 훨씬 암울하다. 그럼에도 독일은 소득 및 지출 확대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했고 이는 한국의 8배에 이르는 것이다. 전국민재난지원금보다 최저임금 인상이 더 중요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IMF는 이 전망보고서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인 악영향 정도를 비교하면서 한국이 다른 국가들보다 코로나19 영향의 정도가 월등히 덜하고 빨리 회복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근데 ‘나라 자랑’할 때는 이 수치를 사용하면서, 한편으로는 ‘국난’이라는 공포를 주입하고 엄포를 잔뜩 놓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 정부가 말하듯이 진정 ‘국난’이긴 한가, 이도 의심스럽다. 예컨대 7월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올 2분기 잠정실적은 전분기 대비 매출은 6.0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5.58%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와 비교해도 매출은 7.36%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22.73% 증가했다. 그러니까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괄목상대하게 증가한 것이다.

이는 미국 등 해외 국가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벌어지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속에서 공장가동을 둔화하고 생산을 중지한 가운데, 재고 과잉문제가 해결되고 임금비용을 아끼고 구조조정으로 노동력 감축을 단행하는 가운데, 자본의 영업이익 등 수지 개선과 이윤 증가가 증시 활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주가를 회복하고 있는 미국 월스트리트, 한국의 여의도 증권가는 전혀 ‘전지구 팬데믹’이 휩쓰는 모습이 아니다.

코로나19 재난은 가장 힘든 재난 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 노동 약자들을 덮치고 있는데, 자본은 오히려 재난 속에서 국가의 경기부양책의 혜택을 독점하고 전시경제와 같은 재난자본주의 속에서 더욱더 부를 축적하고 있다. 한국의 상류층 소득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었다는 보도도 최근 있었다.

해고와 일자리 창출은 뉴딜에서 하나의 패키지다

그런데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일자리를 위해서 최저임금 동결 내지 실질적 삭감을 용인했다는 듯이 말한다.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일자리”라는 단어가 무려 10차례 나왔다. 의문이다. 왜 최저임금 심의에서 일자리를 제일선으로 고려하는가. 최저임금위원회는 물가와 사회적 생계비, 노동력 재생산비용을 고려하여 임금의 최저선을 결정하는 것이 기구의 목표다. 왜 우선적으로 임금이 아니라 일자리를 고려하는가. 그렇게 고려할 양이면 차라리 최저임금심의위원회 간판을 내리고 국민고용증진위원회 혹은 국민고용유지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다시 구성하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일자리가 생계에 더 중요하다”고 봐서 임금 인상율을 거의 제자리 수 동결안을 확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임금 동결하고 일자리 유지하는 교환에 대해서 자본이 동의하긴 한 것인가? 이번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로 서명식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불발된 ‘노사정 합의’안 역시 “모든 해고 금지” 조항을 어디에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임금동결을 먼저 수용해주면 이후에 자본이 고용을 유지할 것이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다. 최저임금을 동결하면서 일자리를 더 소중하게 여겨도 자본이 일자리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 날인 7월 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32.5조(국비 19.6조), 2025년까지 73.4조(국비42.7조) 원을 투자해 65만 9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을 뿐, 기존의 일자리 보호조처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있는 일자리를 보호하지 않고 모든 해고를 금지하지 않은 채,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일자리 65만개를 창출하겠다는 주장은 그 사이에 조건이 있다. ‘해고’다. 해고되어야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다. 산업구조조정과 국가 재정지원을 특정 산업에 몰아주기 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65만 개일지 6만 개일지 알 수 없으며, 문제는 이것이 기존 일자리의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해고와 일자리 창출은 한국판 뉴딜에서 하나의 패키지일 뿐이다.

이미 코로나19 위기를 이유로 기간산업 지원조처에 따라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아시아나항공에서 위탁회사 케이오 노동자들이 해고당했다. 해고는 앞으로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실업급여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중이다. 그리고 그 해고는 계약해지라는 이름으로 가장 손쉽게 자를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최저임금선의 노동자들에게 가장 먼저 통고될 것이다. 즉 최저임금선에 있는 노동자 최소 93만 명에서 최대 408만 명이야말로 가장 먼저 해고당할 이들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속에서 일자리가 생계에 더 중요하다는 것은 사실 적시일 수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 동결대신에 일자리를 보증할 수도 없다면, 최저임금을 생계비 기준에 부합하도록 인상하는 것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지금 실현해야할 공익이다.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에 반영되지 못한 최저임금 산입분

더구나 2019년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으로 인해 식대 등 복지후생비와 월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포함됐다. 이것을 최저임금에 합산하게 되면, 최저임금 인상은 그만큼 무력화되는 것이다. 7월 14일 정한 내년 최저임금 인상액은 월 2만7천 원(총액182만2천480원)인데, 식대 등 복지후생비와 월 상여금이 최저임금에 포함되면 최저임금 자동감소분은 더 커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월할 정기상여금 중 최저임금 월 환산액 15%를 뺀 금액은 내년에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또 이전에 복지후생 차원에서 식대를 월 10만 원 받는 최저임금 노동자는 5만4천674원(182만2천480원의 3%)을 뺀 나머지 4만5천326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된다. 내년 최저임금이 월 2만7천170원 오르는데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삭감되는 금액이 이보다 크다. 한마디로 실질적인 최저임금 삭감이다. 그러므로 내년 최저임금 인상율을 심의한다면 산입범위 변경으로 실질적으로 삭감되는 최저임금 부분을 고려해야한다.

그런데 이번에 경제성장율 전망치를 고려한 다음으로,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 1.0%를 합산”하여 인상율을 정했다고 한다. 이게 어디서 나온 계산법인가도 의문이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변경으로 인한 근로자 생계비 감소를 고려했다는 결과가 이것인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으로 이전에 최저임금 아닌 것이 최저임금에 포함됐다면, 그 삭감분에 근사하게 최저임금 인상률에 반영하는 것이 “근로자 생계비 개선분”이라는 호칭에 걸맞는 것 아니겠는가. 더구나 최저임금은 인하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전에 받던 최저임금이 복지후생비, 휴게수당, 월별로 쪼개 지급하는 상여금 지급 방식 등으로 인해 월 10만 원 이상 최저임금이 실질 삭감되는데, 최저임금 월 2만 원 올리는 것을 과연 “생계비 개선분” 반영에 따른 인상율 책정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적인 생계비 개선을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대로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민주노총 내 최저임금 사업장들, 비정규 노동자들, 그리고 노조 가입에서도 제외된,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에서도 제외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가장 먼저 덮칠 것이다. 더불어 그들은 일자리와 고용 보장에서도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이고 가장 먼저 해고될 사람들이다. 일용노동자,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당신들의 일자리 보장을 위해서 최저임금 인상율을 1%대로 거의 동결(그리고 산입분 고려하면 실질 삭감)하기로 했다면 과연 믿어줄까.

민주노총은 노동계급의 브로커인가 민중의 호민관인가 선택하라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이 이렇게 결정되는데 가장 공을 세운 일등공신은 바로 민주노총 지도부다. 민주노총 집행부가 휴업급여 감액등도 수용하겠다고 하고 자본의 경제위기 경영에 협조한다는 노사협조주의적 내용을 포함한 노사정 타협에 몰두하는 가운데 이번 최저임금 협상의 결과는 예정된 것이었다. 이미 6월22일 <사파 주간 뉴스브리핑>에서 말했듯이 “민주노총이 임금동결과 다름없는 제안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최저임금 1만770원 요구안을 제출했는데, 과연 정규직 임금동결을 제안하면서 최저임금 투쟁이 가능할까?”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최저임금 심의가 이뤄지는 세종시 노동부 앞에서 농성장을 차렸지만 노사정 합의안 대의원대회 부의에 더 집중하였다. 어떤 진정성이 있었을까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을 넘어선 전체 노동자들, 특히 조직노동 밖의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마찬가지로 노사정 합의안의 내용 역시 조직노동을 넘어선 노동계급 전체의 생존권을 결정짓는 내용이며 노동약자들에게 먼저 타격이 될 내용이다. 근데 과연 민주노총은 무슨 자격으로 지금 모든 노동자들의 위임 대리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경제 위기와 코로나19 노동 재난 앞에서 민주노총은 정부와 자본과 비조직노동 사이에 ‘브로커(broker)’ 인가, 아니면 전노동계급의 대표자(representative), 더 나아가 민중의 호민관인가가 드러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 19 노동재난 앞에서 민주노총은 과연 누구의 이해를 위해 나설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먼저 민주노총 집행부는 자신이 대표하지도 못하는 전 노동계급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두고 부디 경거망동하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민주노총 평조합원들이 제일 먼저 할 일은 민주노총 위원장이 중앙집행위의 의결을 끌어내지 못한 채 대의원대회에 올린 노사정 합의안을 제대로 부결시키거나 철회시킨 후 지도부의 책임을 확실히 문책하는 일이다. 지금은 민주노총 내에 평조합원운동이 가장 갈급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