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손톱만큼 한/ 물빛보다 더 푸른/ 꽃 이파리 두 개를 단/ 닭의장풀 꽃들이/ …// 두 손 입가에 대고/ 여기 좀 보세요/ 여기 좀 보세요 하면서/ 웃음을 보낸다(「닭의장풀」임길택)
시골 시인의 노래처럼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수줍음 많은 산골 아이 같은 이 풀꽃은 참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밭일로 굵어진 손가락 마디처럼 생긴 줄기 마디마디에서 뿌리가 내리기 때문에 줄기가 끊어져도 다시 자라나며 퍼져나간다. 밭가, 길가, 숲 가장자리 어디서나 흔히 자라는데 닭장 가까이서 잘 자라기 때문인지 '닭의장풀'이나 '닭의밑씻개'라고 불리기도 한다.
요즘에야 드물지만 예전에는 봄부터 아무 때나 순을 꺾어 나물로 해먹고, 꽃잎으로는 천에 남색물을 들이는 염료로도 썼단다. 또 민간에서는 풀 전체를 당뇨병 치료에 썼는데 실제 동물 실험에서 혈당을 낮추는 성분이 있다는 게 입증되기도 했다.
장마도 끝나고 초복도 지나 이제 진짜 더위가 시작되었다. 방송에서는 휴가를 떠나라고 난리를 떨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쉬러 가는 길이 되려 고생길이 되기 일쑤고 밑 빠진 독에 물 새듯 빠져나가는 금전적인 부담을 감당하기도 힘겹다. 웬 만큼 주머니가 두툼하지 않으면 기분을 낼 수조차 없다. 우리의 휴식과 놀이마저 자본의 손아귀에 빼앗겨 버렸다.
정말 멀리 가지 않고 돈 안 들이고 즐겁게 쉴 수는 없는 걸까?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에 갇히기보다는 닭똥이 뒹구는 곳일지언정 자기 방식대로 아름답게 꽃 피며 살아가는 달개비처럼 우리 방식대로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휴가법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