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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아름다운 달개비

[강우근의 들꽃이야기](1) 달개비

한 여름 꽃밭에는 봉숭아, 채송화, 나팔꽃, 해바라기 따위 꽃들이 다투어 피어난다. 그 꽃밭에 끼지 못하고 마당 구석이나 장독대, 닭장 가까이서 피어나는 풀꽃이 있다. 간혹 옥잠화나 비비추, 접시꽃도 보이지만 아무래도 그런 자리에는 달개비가 어울린다. 이런 자리에서 자라난 달개비는 뽑아내도 뽑아내도 슬그머니 다시 자라 나온다. 달개비는 꽃밭이 아니어도 아름답게 꽃필 줄 안다. 마치 부전나비가 날아와 앉은 듯 하늘빛을 닮은 꽃들이 피어난다.

새끼손톱만큼 한/ 물빛보다 더 푸른/ 꽃 이파리 두 개를 단/ 닭의장풀 꽃들이/ …// 두 손 입가에 대고/ 여기 좀 보세요/ 여기 좀 보세요 하면서/ 웃음을 보낸다(「닭의장풀」임길택)

시골 시인의 노래처럼 두 손으로 입을 가린 수줍음 많은 산골 아이 같은 이 풀꽃은 참 강한 생명력을 지녔다. 밭일로 굵어진 손가락 마디처럼 생긴 줄기 마디마디에서 뿌리가 내리기 때문에 줄기가 끊어져도 다시 자라나며 퍼져나간다. 밭가, 길가, 숲 가장자리 어디서나 흔히 자라는데 닭장 가까이서 잘 자라기 때문인지 '닭의장풀'이나 '닭의밑씻개'라고 불리기도 한다.

요즘에야 드물지만 예전에는 봄부터 아무 때나 순을 꺾어 나물로 해먹고, 꽃잎으로는 천에 남색물을 들이는 염료로도 썼단다. 또 민간에서는 풀 전체를 당뇨병 치료에 썼는데 실제 동물 실험에서 혈당을 낮추는 성분이 있다는 게 입증되기도 했다.

장마도 끝나고 초복도 지나 이제 진짜 더위가 시작되었다. 방송에서는 휴가를 떠나라고 난리를 떨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쉬러 가는 길이 되려 고생길이 되기 일쑤고 밑 빠진 독에 물 새듯 빠져나가는 금전적인 부담을 감당하기도 힘겹다. 웬 만큼 주머니가 두툼하지 않으면 기분을 낼 수조차 없다. 우리의 휴식과 놀이마저 자본의 손아귀에 빼앗겨 버렸다.

정말 멀리 가지 않고 돈 안 들이고 즐겁게 쉴 수는 없는 걸까?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울타리에 갇히기보다는 닭똥이 뒹구는 곳일지언정 자기 방식대로 아름답게 꽃 피며 살아가는 달개비처럼 우리 방식대로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휴가법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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