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거든 나를 밟고 가"

파병반대순례도보단, 이용수 할머니가 거리로 나선 이유

(사진=평화바람)

7월 24일 부산역에서 발족한 '전쟁 피해자와 함께하는 이라크파병반대 전국순례도보단(순례도보단)'이 25일 경산-대구, 26일 대구-거창, 27일 거창-광주, 28일 광주-익산을 거쳐 29일 익산-천안-대전을 지나고 있다. 순례도보단은 30일 대전-평택을 거쳐 31일 서울 사당역에 집결, 여의도 국회 앞으로 이동한 뒤, 마포-신촌-광화문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8월 1-2일에는 청와대 앞 48시간 릴레이 1인 시위를 전개한다.

전쟁의 비극을 체험했던 76세의 이용수 할머니도 이라크전쟁과 파병을 반대하며 순례도보단 행진에 함께 나섰다.

"나는 전쟁을 알아. 정말 무서워. 근데 우리 젊은이들이 이라크 가서 전쟁을 한다잖아. 막아야 해. 꼭!"

이용수 할머니가 땡볕 아스팔트 위를 나선 이유는 오는 8월 3일 있을 파병을 막기 위해서다. 그녀 스스로 일제시대 강제위안부로 끌려가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온 그녀는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15살 그때 나는 하늘과 땅밖에 몰랐어. 갑자기 밤에 자고 있는데 군인들이 들이닥쳤지. 영문도 모르고 자다가 끌려간 거야."

그녀가 끌려간 곳은 악명높은 가미가제 부대였다. 저항을 하다 뽑힌 부분에 지금도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다. 매일같이 이유도 없이 맞곤 했는데 도망 못 가게 하려고 그랬다는 얘길 나중에 일본 군인들로부터 들었다. 전쟁이 끝나고 46년 고향집을 찾았을 때 어머니는 딸이 죽은 줄 알고 제사를 지내고 있었고 아버지는 충격으로 중풍을 맞아 누워지내는 신세였다.

이용수 할머니 집안의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후 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독립운동을 해오던 오빠가 경찰에 끌려가 살해당하고 마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자식들 때문에 돌아가셨어. 전쟁이 우리 집안을 망쳐버렸지. 이라크 사람들이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는 것만 같아."

할머니는 지금도 '사람이 무섭다'. 전쟁 속에 사람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경험했기 때문인가. 이런 할머니가 이라크 전쟁 소식을 들었을 때 이라크 사람들이 어디론가 끌려가겠구나 싶었다. 할머니에게 전쟁은 '어딘가로 끌려가는 것. 끌려간 순간부터 인간이 아닌 것. 전쟁은 할머니에게 구체적인 공포', 그 자체다.

"그런데 이런 전쟁을 하러 우리 손주들을 보낸다잖아. 그것도 돈 때문에. 이걸 못 막으면 내가 무슨 염치로 일본 정부한테 계속 사과하라고 말할 수 있겠어. 일본이 우리한테 했던 일을 이번엔 우리가 이라크 사람들한테 하려고 하는데. 그러니 이건 꼭 막아야해."

(사진=평화바람)

할머니가 도보행진에 나선 것은 정부한테 호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시민들한테 호소하기 위해서다.
"김선일의 목에 칼을 대고 있는데도 외무부가 그날 당장 파병은 변함 없다고 했잖아. 죽여도 좋다는 소리지. 사람 목숨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거여. 그러니 정부를 어떻게 믿어. 우리가 믿을 건 정부가 아냐. 국민들이지."

일제시대 강제동원 피해자와 한국전쟁 민간인학살 유족들을 중심으로 한 전쟁피해자들은 '기어이 파병을 하려거든 우리를 밟고 가라'는 주제로 전국 도보행진을 벌이고 있다. 도보행진은 24일 부산을 시작으로 대구, 거창, 광주, 익산을 거쳐 대전, 평택,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다. 이제는 칠순 팔순의 노인이 대부분인 전쟁피해자들 이외에도 도보행진에는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부터 온몸을 전동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중증장애인 등 20여명이 동참하고 있다. 햇볕아래 나가면 금방이라도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무더위다. 노인, 어린이, 장애인.. 우연일까. 하필 가장 힘없고 약한 사람들이다.

"오죽하면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 나섰겠어. 우리 손주들은 우리 같은 아픔을 반복해선 안돼. 가려거든 우리를 밟고 가."

파병은 막을 수 있는 '재앙'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전쟁 피해자와 함께 하는 이라크 파병반대 전국 도보행진>
지난 6월 21일, 김선일 씨의 살해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이라크 파병, 이라크 전 참가가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 그의 죽음은 우리로 하여금 전쟁의 참상을 직접 피부로 겪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파병저지의 간절한 그의 호소와 국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이라크파병을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전쟁의 고통과 참혹함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전쟁피해자들이 있습니다. 일제국주의의 침략전쟁으로 비롯된 태평양전쟁피해자, 한국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와 가족들, 베트남 전으로 인한 휴유증으로 지금도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 이 모두가 그들이 원하든 원치 않았든 전쟁으로 인해 자신의 기본적인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박탈당하였습니다. 아직 전쟁피해자들의 문제가 해결되지도 못했는데 다시 전쟁피해자를 양산할 이라크침략전쟁에 동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이에 전쟁피해자들이 직접 나서서 다시는 전쟁피해자를 만들 수 없다는 일념으로 <전쟁피해자와 함께하는 이라크파병반대 전국도보행진>을 7월 24일부터 8월 2일까지 합니다. 이번 도보행진은 전쟁의 피해를 온몸으로 경험하신 태평양전쟁 피해자(위안부, 강제징용, 원폭피해자 등), 민간인학살 피해자, 베트남전쟁 피해자와 각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시민이 함께 합니다.


-. 주최: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평화유랑단 '평화바람', 강제동원진상규명시민연대, 국적포기필요없는나라만들기모임


-. 행사명: 전쟁피해자와 함께 하는 이라크 파병반대 전국 도보행진


“ 이라크 파병, 우리를 밟고 가라. ”


-. 동선 : 부산(24일 출발) → 경산, 대구(25일) → 고령, 합천(26일) → 광주(27일) → 익산(28일) → 대전, 천안(29일) → 평택, 매향리(30일) → 서울 (31일 ~ 2일)


-. 기간: 7월 24일 ~ 8월 2일


<< 세부일정>>


-. 거점도시 일정 :


▶7월 24일(토) 부산 - <대량살상무기 피해자의 날>

4시 서면 천우장 도보단발족식기자회견-> 5시파병반대집회 ->→행진(하야리아부대까지)
기자회견 : 4시 30분발족식 및 기자회견:“이라크 파병, 우리를 밟고 가라” -전쟁피해자와 함께하는 이라크파병 전국 도보행진“ 도보단을 발족하며.


▶26일 대구,거창 <한국전쟁민간인학살 피해자의 날>

10시 기자회견 ->3시 신원면 거창학살지순례->7시 거리선전전->8시거창읍 로타리 촛불집회

담당자 : 대구 -강제동원진상규명시민연대 박은희(019-532-1972)
거창 -거창민간인학살유족회 한대수(016-558-6288)


▶27일 광주 <우리민족 평화지기와 함께하는 날>

12시 5.18묘역참배 -> 3시 송정동 미군기지 ->6시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방문 ->7시 삼복서점 앞 촛불집회
담당자 : 이라크파병반대광주전남비상국민행동 이승철(016-624-8586)
남북공동선언광주전남실천연대 오경만(011-9433-5105)


▶28일 광주,익산 <일제피해자와 미군피폭자의 날>

10시 기자회견 및 공청회(광주) ->5:30~6시 15분 익산미군피폭유족과의 만남, 위령탑참배-> 7시 집회
기자회견:전쟁피해자들과함께하는이라크파병반대광주지역기자회견(10시-YMCA)

“일제강점하강제동원진상규명위원회구성에관한공청회”(10시 30분-1시)
담당자 : 광주 - 27일과 같음.
익산 - 익산미군피폭유가족협회 조광수(010-4653-1838)
전북민중연대 김종섭(017-659-5715)


▶29일 대전, 천안 <전쟁으로 인한 장애인과 함께하는 날>

11시 망향의동산 참배 ->3시 30분 서대전역 도보출발 ->7시 동광마트 촛불집회
담당자 -
천안 : 국적포기필요없는나라만들기모임 변상철(016-9288-9464)
대전 : 이라크파병반대 대전시민행동 박치현(016-421-0615)


▶30일 평택, 매향리 <미군기지 피해자의 날>

11시 K6미군기지 -> 매향리

담당자 - 국적포기필요없는나라만들기모임 변상철(016-9288-9464)


▶31일 서울 <전쟁피해자와 함께하는 평화의 날>

10시 보라매공원 기자회견 ->대림역 ->12시 열린우리당 ->2시 국회 ->공덕 ->4시신촌->6시 광화문

담당자 :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 최근호(018-385-0178)
국적포기필요없는나라만들기모임 변상철(016-9288-9464)


▶8월 1일 - 2일 서울

청와대 앞 48시간 릴레이 1인 시위

담당자 : 국적포기필요없는나라만들기모임 변상철(016-9288-9464)

-. 서울에서의 집회: 7월 31일 ~ 8월 2일

-. 행사 끝: 8월 3일, 파병군 수송기 이륙지

-. 중심 참가자: 태평양전쟁,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피해자

-. 행사진행방식: 릴레이식으로 전쟁피해상징 거점도시마다 도보행진 후 촛불집회에 합류 →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본부 주최 촛불집회에서 <전쟁피해자와 함께 하는 이라크파병반대 전국도보행진>의 취지와 이라크 파병반대 전쟁피해자 발언, 전쟁피해실태 사진전과 홍보물 전시

-. 하루 도보구간 길이: 약 20km~40km(피해자들은 건강상태에 따라 차량과 휠체어를 이용할 수도 있음)
덧붙이는 말

김보리 씨는 평화유랑단 평화바람 단원입니다.

태그

반전 , 파병 , 도보순례단 , 전쟁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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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남

    삼촌이 피난을 오다 포탄에 심하게 화상을 입어서 사회활동은 커녕 집 밖에도 못나가고 살아온지 53년이 흘렀습니다.
    인간답게 살 기본권리 마저도 상실한 삼촌의 삶이 아타깝습니다.
    그 분의 삶을 어디서 보상 받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