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은 안내려간다, 2선 준비 중이다"

총파업 27일차 플랜트노동자 포스코 2차 상경투쟁
시청점거, 광양제철소 완전 봉쇄에 이어 분노한 조합원 다시 서울로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건설노동자 총파업 투쟁이 29일차를 맞고 있는 가운데, 협상에 임하는 포스코와 포스코 건설의 변화가 없어 노조의 투쟁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3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서 포항지역노조 1,200여명과 전남동부지역노조 1,200여명의 조합원들이 파업 투쟁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5일 밤 10시 전면파업 27일차인 전남동부지역 건설노조 조합원와 포항건설 노조 조합원 200여명이 서울 포스코 본사 앞에서 2차 무기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2500대오의 1차 상경투쟁을 진행한 바 있다. 27일 상경농성 결과 그간 당사자성을 부정하며 면담을 거부해오던 포스코측은 면담자리에 나와 △단종과의 임금협상이 잘 이루어지도록 포스코가 나서겠다 △포스코 현장의 근로조건 실태와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해 나가겠다 △노조의 현장출입과 노조활동이 보장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상경투쟁 이후 진행된 2-3차례의 교섭에서 단종업체들은 “포스코나 포스코 건설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라는 답변을 일관해 교섭은 답보를 거듭했다.

급기야 지난 3일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포항시청과 광양시청에 대한 항의 집회도중 성난 조합원들에 의해 시청이 점거되기도 했다. 한편, 전남동부노조는 5일 새벽 6시부터 광양제철소로 들어가는 두개의 다리를 막는 현장완전봉쇄 투쟁에 돌입했다. 이에 경찰병력 27중대가 투입되어 해산을 종용하며 강제진압에 나섰고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해 광양에서는 한때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초긴장 상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현장에서의 투쟁에도 불구하고 변화되지 않는 교섭상황에 조합원들은 200여명의 상경단을 조직했고 8월 5일 밤 10시 포스코 앞에서의 노숙투쟁을 시작으로 무기한 노숙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이들은 6일 오전에 새벽 선전전을 진행하고, 오전 10시에는 포스코 앞에서 집회와 면담투쟁을 진행하였다. 또한 오후에는 인원을 나누어 청와대 앞에서 집회와 열린우리당 당사 항의 방문을 진행했다.

현재 노조의 주된 요구안은 △표준생계비에 근거한 현실임금 12만3천원 보장 △분배구조 개선(불법하도급 개선) △후생복지시설 설치 △노조활동 보장 등이다.

30년 일하고 연봉 1700만원

플랜트 노동자들은 정유, 화학, 발전소 등에서 용접, 배관, 제관 등 설비업무를 담당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평균연령 46세인 건설노동자들은 1년에 4개월 이상을 실업상태에 놓이면서 연봉 1,700만원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30년을 건설현장에서 플랜트 일을 했다는 한 조합원은 “아침 7시 출근해서 저녁 6시 퇴근하며 기계처럼 보낸 30년 세월이지만 요즘은 일이 적어서 실상 노조가 제시한 평균금액보다 더 적은 액수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플랜트 노동자들의 일당은 10년 전 7만 1500원이었던 것이 IMF 때 시급 4천 500원으로 떨어지고 이후 조금씩 오른 금액이 현재 지금 7만 8500원이다.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그야말로 일당쟁이. 이들의 파업은 철저한 무노동 무임금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올 들어 두 달 밖에 일하지 못했다는 한 조합원은 “대기업이야 무노무임 적용되어도 타결되면 타결금이다, 뭐다 해서 실제 완전 무노는 아니지만 비정규직인 우리들은 정말 하나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장기화로 가면 정말 장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화되는 것이 가장 걱정이라고 했다. 일당쟁이들이 한달 못 벌면 회복하기까지 1년은 걸린다고 했다. 그는 “사측은 그걸 아니까 시간을 끄는 걸 테고 우리야 조속히 이 싸움을 끝내야 할 상항”이라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시간에 끌려 그냥 접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1000원짜리 공사를 46원에 하라니

교섭대상인 단종업체에서는 "IMF 이후로 포스코가 발주금액자체를 낮추고 공사실행단가를 낮추고 있어, 포스코와 포스코 건설이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임금인상은 불가능하다" 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95%에 발주하던 금액을 77%로 저가발주하고 있고 저가 발주된 공사는 원청에서 또다시 20% 삭감되어 실제 공사는 설계가의 46% 선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이는 다른 업체에 비해 턱없이 낮은 비율이라는 것이다.

이상원 전남동부건설노조 조직국장은 이러한 상황을 “1000원짜리 공사를 46원에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포항제철에서 포스코 건설에 70%에 넘기면 지역업체에 60~70%, 다시 소장과 반장으로 내려오는 동안 1000원짜리 공사가 46원에 시공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조직국장은 건설현장을 “불법다단계”로 표현했다. 특히나 포스코건설의 장악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타 업종보다도 낮은 발주가에도 불구하고 300여개의 포스코 건설 하청업체로서는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 본전만 되면 공사를 받는 실정일 정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장 손쉽게 줄일 수 있는 임금에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고, 게다가 적은 노임으로 많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쓰다보니 결국 구조조정 문제까지 가게 되는 것이다.

바닥서 자는게 너무 자연스운 조합원들, 포스코 20년이 길들인 것

이 조직국장은 청와대 농성을 진행하고 돌아와 포스코 앞 여기저기에 누워있는 조합원들을 바라보며 “길바닥에 누워있는 자세들이 너무 자연스럽지 않나”고 기자에게 물었다. 이 국장은 “위험한 건설현장 아무데서나 누워 자는 게 습관화 되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국장은 “일반사람이라면 도심 한복판 길바닥에서 도시락을 먹는 게 꺼려질 만도 하지만 마치 자기 방에 있는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되는 것, 장기투쟁을 한 사람들도 아닌 그들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이 20년 포항건설에 길들여진 모습“이라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비정규 일용직노동자들은 여전히 도시락 먹을 휴게실이 없어서 길바닥에서 밥을 먹고 나무 뒤에서 옷을 갈아입고 땀에 절은 옷을 검은 봉다리에 싸서 다닌다. 작업 후 씻을 만한 장소도 비정규 일용직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 노조는 발주처인 포스코가 지난해만도 약 1조9천억 원의 순이익을 남겼음에도 현장의 비정규 일용노동자에 대해 기초적인 노동권조차 보장하지 않고 있는데 분노하고 있다.

지난 27일 상경투쟁도 진행했다는 한 조합원은 “이 웅장하고 께끗한 포스코 건물 보면 허파가 뒤집어 지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에어컨 밑에서 시원하게 쉬고 싶다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작업환경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무엇보다 열 받는 건 1차 상경 때 서울서 중심부라는 테헤란로에서 반나절을 진을 치고 난리를 치고 경찰과 실갱이를 했어도 어디 방송 하나 1분 1초도 나온 것이 없다는 사실”이었다고 했다. “그 사람들 카메라가 모두 고장난 게 아닐 텐데 이 포스코라는 기업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느꼈다”고 말하며 “일할 때는 현장에서 화가 나도 그런데로 또 일하고 했는데 파업하고 서울 와서 포스코라는 기업의 힘을 절감하면서 과연 이 기업을 이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포스코는 아직도 우리를 땅만 파던 일자무식으로 대하고 있다

상경투쟁 이후 몇 차례 교섭에서 단종업체들은 “포스코로부터 연락받은 사실이 없다”고 일관했다. 노조는 막상 서울까지 2500대오가 상경하자 포스코가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일단 달래 보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6일 오전 면담에서 포스코 관계자는 “하청업체에 전달했다. 다시 전달 하겠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노조는 “설사 포스코 말대로 업체에 전달했다 쳐도 현장에서 교섭이 그렇게 파행을 진행하는 데도 전달사항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역시 우리를 희롱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상경단의 한 조합원은 “포스코가 뒤에서 광양에서 먼저 올리면 죽인다고 하고, 포항이 먼저 올리면 죽인다고 했다는 건 지역에서 다 아는 얘기”라고 말하며 “세상이 바뀌었는데 포스코는 아직도 우리를 옛날의 땅만 파던 일자무식으로 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광양의 경우 82년 제철소가 생긴 이후로 노동자들이 조직적으로 사측에 대응하는 것이 처음이다. 2002년 노조를 만들었지만 2003년 단협도 싸움 없이 넘겼다. 이 조직국장은 “우리가 얼마나 부당하게 조직적으로 멸시당했는지 몰랐다”고 했다. 이번 파업을 통해 조합원들은 스스로 배우고 느끼고 매일 매일 더 결의를 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은 안내려간다. 2선 준비 중이다

전남동부지역건설노조는 5일 새벽 6시부터 광양제철소 앞다리를 원천봉쇄 했다. 상경단은 오후 4시에 광양을 출발했고 그 때 까지 경찰 4000여명과 대치한 상황이었다. 이 후 진행된 진압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다행히 부상정도는 경미하나 한창 대치 상황때는 조합원 가족들에게 동원 문자가 보내질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상경단의 조합원은 전했다.

윤갑인제 전남동부지역건설노조 위원장은 “현 집행부 1선에 대한 연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2선 대비책을 꾸리고 있다”고 전했다. 즉,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1선을 구속해도 다시 조직적으로 이 싸움을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겠다는 노조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조직국장 역시 “서울 상경단도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내려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올라왔다. 여기서 모두 구속되고 잡혀갈 때 까지 계속 할 각오들”이라고 전했다.

현재 급하게 상경하느라 아직 상경단의 구체적인 투쟁의 틀이 나와 있는 상태는 아니다. 이 조직국장은 “곧 상황에 적응하고 적절한 일정과 투쟁방향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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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wwswwl

    힘든 투쟁하시는 여러분 모두 파이팅 하세여

  • 거시기한 놈

    승리의 그날은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왜 당신들이 그렇게 투쟁대오에 나와야 되는지의 당위성만 확실하다면 반드시 승리할것이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

    부디 대오 흩어지지 마시고 꼭 자본을 핑계로 노동을 착취하는 놈들에게 한방 먹여주십시요 투쟁

  • 순천 망치

    오늘 광양 제철소 소본 앞에서 투쟁중 제철 복지 회관이란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그식당은 으리으리 했으며 공교 롭게도 우리를 그토록 인간적으로 보질 않는 제철 직원과 우리의 갈길을 사사 건건 막는 전경들과 점심을 먹었다 왠지 마음이 씁쓰레 하다 그들의 초호화판 식당이며 휴게실....우리는 나무밑이 식당이고 작업장이 휴게실 이었는데...그들은 우리들을 인간으로 보질 않았구나 절실히 느껴진다. (제철오너는 각성하고 노동 착취 중단하라 !!)

  • 골병든놈

    아무리 자본주의 국가 라지만 뼈빠지게 일했는데도 부채만 늘고 먹고 살기 힘드니 먼가 분배구조가 잘못된것 같다 포스코는 노동 착취 당장 때려치우라! 20년 이상포스코 에서 일했는데도 부채에 시달리며 파산 직전 까지간 우리 조합원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것이다. 너희들은 5.200 만원의 연봉 이지만 우리는1.700 도 않되는 그마져 일년에 4~5개월 놀아야 하니 우리는 어떻게 살란 말이냐? 이제 50살이 다되고 골병만 들었는데.....
    (건설노조 무시 하는 포스코는 각성하라!!!!) 포항의 쇗물을 그냥......

  • 포항 고로맨

    포....포탄 맞아 더질 놈들...
    스....스스로 자결하라.
    코....코구멍 속에 쇳물을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