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내에서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은 하나같이 자타가 공인하는 ‘범생’으로 불린다. 특히 이번 국감에서 각 상임위 별로 맹활약을 펼쳐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감일정을 빼먹는다는 것은 놀랄 일이다. 이런 가운데 재경위 부산 국감을 진행중인 심상정 의원이 15일 오전 부산본부세관 시찰 일정을 땡땡이 쳤다. 도대체 부산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부산본부 세관에서 승용차로 이십 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투쟁광장에 예정에 없이 국회의원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 금속연맹 사무처장이자 2003년 연맹 교섭대표로 한진중공업 단체교섭에 참여했던 심상정 의원이 금속연맹 금속노조 한진지회장이었던 김주익 열사 추모제에 참석한 것이다.
예정되어 있지 않은 참석이라 추도 발언 순서도 잡혀있지 않았으나 심삼정 의원은 개의치 않고 노동자들과 함께 팔뚝질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투쟁가요를 부르며 추모제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행사 이후에는 전국에서 모인 금속연맹 간부들로부터 “국회에 갔더니 왜 그리 얼굴이 좋아졌냐”는 농반진담반의 인사를 들으며 악수하기에 바빴다. 추모제가 끝난 후 식당으로 걸어가며, 맞은 편 자리에서 함께 식사를 하며, 오후 피감기관인 부산 기술신보로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심상정 의원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주익 열사와 금속연맹에 대한 이야기, 한참 진행중인 국정감사, 민주노동당이 처한 여러 가지 어려움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내 문제가 포함된 조금 민감할 수 있는 사안들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머뭇거림 없이 답변을 내놓았다. 다음은 심상정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한진중공업 상급 조직인 금속연맹 출신이다
심>작년 9월 30일 임기가 마치는 날까지 금속연맹 교섭 대표를 맡았었다. 임기가 끝난 후 17일 만에 김주익 열사가... 그저 참담할 따름이었다. 내 개인의 운동의 역사와 한진중공업노조의 역사는 함께 왔다. 내가 박창수 열사 진상규명위 상황실장일때 김주익 열사는 대의원이었다. 대의원이었던 김주익 열사가 지회장으로 산화해갈 때 까지 내가 짊어져야 하는 짐을 짊어지고 간 게 아닌가 싶다. 국회에 있어도 종종 김주익 열사와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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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참 심하던 손배가압류가 김주익, 배달호 열사의 죽음으로 좀 뜸해지는가 싶었는데 법원이 어제 효성 노조에 손배 70억을 때렸다
심>손배 가압류를 푸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노동운동 불신 발언을 비롯해 노동배제적 움직임이 계속되지 않았나? 현 정권은 이미 친자본 반노동 정책들을 쏟아놓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반노동자적 기조를 읽고 여기저기서 다시 고삐를 죄는 것으로 본다. 분명히 투쟁에 나설 때다. 혹여 다시 불행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싶어 걱정이다.
국정감사에서 심의원을 비롯해 다른 의원들이 애쓰고 있지만 실질적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심>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노동분야의 의회공간이 협소하다. 의회 밖의 대중투쟁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대중투쟁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듯 하다. 원내 전술은
심>재벌과 정부 정책의 도덕적 해이와 탈법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재경위에선 이른바 ‘개혁’적인 이슈를 제기 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또 있다. 증여세 문제, 환율방어 문제, PDP 티비에 대한 특소세 문제 등을 다각도로 집중 공략하고 있다. 특히 신화화되고 있는 삼성 문제도 마찬가지다. 당 차원에서 삼성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상임위 별로 다 걸려 있는 형편이다.
모당 의원실 보좌관에게 새벽 2시에 삼성에 재직중인 친구가 전화를 해 읍소한 일도 있다더라. 심상정 의원실에는 회유나 물밑 작업이 없었나
심>우리 의원실에도 전화가 몇 번 오긴 했는데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이나 반론 수준이었다. 아직은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
김혜경 당대표와도 이야기 했는데 여당과의 공조가 의미 없다는 지적이 많다
심>어차피 개별 공조라는 것은 국민들에게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 와중에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는 여당에서 일부라도 우리 정책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것이 공조였다. 곧 3당 수석부총무 회담(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민주당)이 있는데 일요일 있을 열린우리당 의총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
열린우리당 의총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당론을 확정할 거라던데
심>현재까지 국가보안법 폐지는 공조를 하되 대안은 일단 각당이 제출해 논의하는 것으로 진행해왔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현재처럼 이상한 이야기들을 계속하는 마당에 공조고 뭐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의원실이 노력하고 결과물을 내놓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러나 당과 유기적 연결이 부족한 것 같다
심>앞으로 시스템이 뒷받침되면 된다. 당 전체가 제도권 경험이 없어 의원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민주노동당 권력구조 개편을 하면서 이런 문제점들이 예견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적인 견지에서 의원단보다 최고의원 쪽에 무게 중심을 둔 게 아닌가? 막상 뚜껑을 여니까 균형추가 의회로 급격히 쏠리는 느낌이다
심>국감기간이고 언론이나 당원들의 눈이 의원단에 집중되기 때문에 더 심하게 보일 수도 있다. 국감이 지나면 어느 정도 나아질 것이다. 의원단이나 중앙당 모두 제도권 내 경험이 없음을 감안해야 한다.
바쁜 와중에 시간 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