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눈물이 아니라 희망의 씨앗입니다

11/28 이주노동자, 노동비자 쟁취 '380일 천막투쟁' 마치고 '현장 투쟁 결의'


추운 날씨, 명동성당 들머리가 눈물로 젖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숨과 아쉬움은 남지만, '현장 속의 투쟁'을 거듭 결의하며 눈물의 해단식을 가졌다. 이주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18일 '강제추방 저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 쟁취를 위한 농성투쟁단'을 구성해 1년이 넘게 천막농성 투쟁을 진행해 왔다.

서선영 민주노총 평등노조이주노동자지부 사무국장은 "96년 이주노동자들이 처음 투쟁을 시작했을 때의 요구가 '때리지 마세요'였다. 이후 노동자의 권리 요구 투쟁을 넘어 노동자 단결 투쟁을 요구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발전했고 앞으로도 더 전진, 발전해 나갈 것이다. 380여 일의 농성은 이주노동자들을 진짜 노동자로 만들었다"라고 자평했다.

자히드(방글라데시)는 "아쉽기는 하지만 지역으로 가서 열심히 활동하고 노동비자 쟁취를 위해 투쟁하겠다"라고 말하고 "동지들 사랑합니다. 투쟁"을 외쳤다.

"슬픈 눈물이 아닙니다. 희망의 씨앗입니다"

그간 농성투쟁을 전개해 왔던 30여 명에 이르는 이주노동자들은 한명 한명 집회 대오 앞에 서서 소감과 이후 결의를 밝혔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투쟁 구호와 한국말을 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 투쟁과 고난의 이력이 담긴 눈물은 집회 참석자들에게 곧바로 전염되어 곳곳에서 눈시울을 적셨다.

같이 농성을 해 왔다는 쏘냐는 "여기까지 온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 가스총, 그물총 ..마음속의 분노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분노들 가슴에 새기고 더 열심히 투쟁하자. 끝까지 함께 한 동지들, 이 자리의 동지들 정말 자랑스럽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농성장의 터줏대감이였던 김혁 이주농성장 상황실장은 "착찹하다. 눈에 보이는 게 많지 않고 성과로 얻은 게 없는 듯하다. 단속추방 하나도 제대로 막지 못했고 약속을 받아내지도 못했다. 이 동지들이 지역으로 간다는 것이 정말 두렵고 걱정된다"라며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연민이나 불쌍함으로 이주 동지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은 노동자로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한국의 노동자들에게 지속적인 연대를 부탁했다.

이 날 해단식은 천막농성 중에 쌓였던 많은 이야기들, 서로의 정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했지만 앞으로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의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확인하는 장이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농성장을 거점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존재를 사회적으로 알려내고, 산업연수생 문제를 노동비자, 노동3권 이라는 노동자 주체적 문제로 확산시켰던 선봉 투쟁의 소중한 성과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농성장 천막은 걷어지지만 우리의 투쟁이 의지가 줄어드는 것 은 아니다. 지역에서 더 열심히 투쟁하자"라는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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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 해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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