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 참여정부,열린우리당'

공동농성단, 세계장애인의 날 '장애인 차별철폐 투쟁결의대회'
국회 앞 상여 파손, 열린우리당 당사 진입 시도 저지당해

제12차 세계장애인의 날인 3일, ‘장애인 등의 이동보장법률 제정과 장애인 교육 예산 확보를 위한 공동농성단’(공동농성단)은 여의도 국회 앞에서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저상버스도입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장애인이동보장법률 제정과 장애인교육예산 6% 확보를 위한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더 이상 참여정부 믿지 말자, 열린우리당에 기대말자”

박영희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는 “국회는 장애인이동보장법률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들이 겪은 실망과 좌절을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주려 했다. 그런데 경찰은 퍼포먼스를 위해 준비한 상여를 집회장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막더니 결국은 폭력적으로 상여를 부수어버렸다”며 “언제나 장애인이 하려는 얘기는 들으려 하지도 않고, 폭력적으로 입을 막아 버린다. 장애인은 항상 이렇게 침묵으로 살아왔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박영희 대표는 또 “국회 농성장에서 매일매일 국회를 해바리기처럼 바라보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단지 힘없는 해바라기가 아니다. 우리는 그저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 쟁취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투쟁의 결의를 분명히 했다.

윤종술 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는 경찰이 상여를 부순 사건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는 가혹하다 못해 살기가 넘친다. 더는 참여정부 믿지 말고, 열린우리당에 기대말자”며 “동정과 시혜 받지 말고, 우리 손으로 장애인 권리 쟁취하자.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투쟁할 때만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국회 폐회 닷새 앞두고, “장애인이동보장법률 상정조차 되지 않아”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는 “16대 국회 때 여기 계신 분들이 이미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법을 만들어 정당들의 손에 쥐어졌지만, 내팽겨쳐 버렸다”며 “이번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장애인 이동보장법률을 발의했음에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상정도 안한 채 시간만 끌고 있다”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신석준 사회당 대표는 연대발언을 통해 “여러분 싸움이 비단 장애인만의 싸움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 철폐되면 세상이 바뀐다”며 “희망을 잃지 말고, 끝까지 투쟁해서 승리하자. 우리의 승리가 이 땅의 모든 차별을 철폐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며 장애인 차별 철폐 투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이 사기를 친 것”

이번 국회에서 장애인이동보장법률을 입법 발의한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도 무대에 올랐다. 현애자 의원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모두 17대 국회에서 장애인 의원을 내세웠지만, 두 정당 모두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는 법 제정에는 무관심하다”며 법률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현재 장애인이동보장법률 안은 정부 안과 현애자 의원의 안이 입법 발의된 상태지만, 정기국회 폐회를 닷새 앞둔 현재 상임위에 상정되지 않고 있다.

현애자 의원이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결국 열린우리당이 장애인을 앞세워 우리에게 사기를 친 것 아닌가”라고 묻자 참가자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현애자 의원은 이어 “이 정부가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해 최소한의 것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여러분과 함께 투쟁하겠다”며 연대의 의사를 밝혔다.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조차 장애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

류금신 씨의 노래가 이어진 후 167일 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정립회관 민주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소속 단식농성자 5명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현재까지 26끼를 굶었는데, 힘이 없어 말이 잘 안나온다. 이해해 달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단식농성자들은 “한국의 대표적인 장애인복지시설인 정립회관에서 관장연임제와 4차례에 걸친 장애인들에 대한 폭력과 인권유린을 해결하기 위해 장애인들이 167일 동안 싸우고 있다”며 정립회관 투쟁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이어 “장애인 복지시설의 민주화는 장애인 복지의 시작”이라며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조차 장애인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어떻게 장애인 인권이 보장될 수 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국회의원들, 문 닫고 놀아도 월급 챙겨가면서..”

투쟁발언을 한 송정문 경남여성장애인연대 대표는 “움직일 수 없고, 교육받을 수 없고, 먹고살 수 없어 오늘 아침 경남에서 이곳까지 올라왔다”며 “장애인들에게 세상은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송정문 대표는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협의 없이 민생법안들 단독처리 안한다 하고, 한나라당은 민생법안 때문에 임시국회 열지 않겠다고 한다”며 “결국 두 당은 회기 내에 장애인이동보장법률안 처리 안 하겠다는 이야기 아닌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 송정문 대표는 “장애인들은 몸이 아파 하루만 쉬어도 월급이 깍인다”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말 한마디 기분 나쁘다고 국회 문 닫아 버리더라. 그들은 그렇게 문 닫고, 놀아도 월급은 꼬박꼬박 챙겨간다”며 냉소했다.

‘근조 참여정부, 열린우리당’

이날 국회 앞 결의대회는 박준 씨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4시경 모든 순서를 끝마쳤다. 집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국회 앞에서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까지 행진을 하였다.


경찰의 방해로 당초 계획했던 상여는 이날 행진에 등장하지 못했다. 대신 참가자들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영정을 들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학부모들은 하얀 소복 차림으로 검정 리본을 달았고, 장애인들 역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에 의해 살해당한 자신들의 권리를 상징이라도 하듯 한손에는 국화를, 가슴에는 ‘근조 참여정부, 열리우리당’ 리본을 달고 행진을 진행하였다.

1시간 40여 분을 행진한 참가자들은 5시 40분 경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 도착하였다.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 도착하자 휠체어를 탄 몇몇의 장애인들이 기습적으로 열린우리당 당사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당했다. 경찰은 이날 열린우리당 정문을 에워싸고, 열린우리당에서 영등포시장 역으로 향하는 도로를 완전히 봉쇄했다.

“정화원, 장향숙 의원 얼굴 한 번 내비친 적 없다”

열린우리당 당사에 도착한 후 공대위 대표단 4명(윤종술 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 박영희 이동권연대 공동대표 등)은 요구안을 전달하러 열린우리당으로 들어갔고, 다른 참가자들은 6시 경부터 자유발언을 진행하며 정리 집회를 가졌다.

‘기림이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부모가 자유발언 도중 “내 자식도 보통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닐 수 있었으면... 내 자식도 일터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내 자식도 다른 이들처럼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며 한 맺힌 절규를 해 참가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김혜미 서울 장애인교육권연대 대표는 “엄마들은 우리가 죽어도 아이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세상, 내가 죽어도 이 사회가 우리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세상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며 “우리 아이들의 생존권이 이 투쟁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김혜미 대표는 또 “열린우리당에서도, 한나라당에서도 장애인 이름을 단 국회의원이 나왔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투쟁할 때 얼굴 한 번 내비친 적 없다”며 한나라당 정화원 의원과 열린우리당 장향숙 의원을 비판했다.


“장애인을 팔아 정치인과 야합하는 집단과 갈라서야”

이날 마지막 발언을 한 박경석 공동농성단 공동집행위원장은 “오늘의 투쟁을 기억하자”며 “이제는 싸우지 않는 자들, 정부에 빌붙어 장애인을 팔아 정치인과 야합하는 장애인 집단과 갈라서야 할 때”라고 강조한 뒤 “비정규직 노동자 등 차별받고, 소외받고 있는 이들과 연대로 내년은 더 힘차게 조직하고, 투쟁하자”며 결의를 밝혔다.

한편, 윤종술 공동대표에 따르면 이날 열린우리당은 15, 16일 양일 중 공동농성단과 이부영 의장과의 면담 일정을 잡기로 약속했다.

저상버스 도입의 의무화와 장애인교육 예산 6%확보를 위해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제12차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이하며-

오늘, 12월 3일은 UN이 정한 제 12차 세계장애인의 날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땅의 정부가 장애민중을 기만하기 위해 만든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하며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듯이, 오늘도 이렇게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투쟁에 나서고 있다.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이동할 수 있는 권리,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는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권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은 그러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차별과 억압의 삶을 살아야만 했다. 이동을 하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고 대중교통이라고 하는 버스를 이용조차 할 수 없으며, 전체 장애인의 51.6%가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차별의 무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할 것이다.

장애인계는 지난 2001년부터 지속된 피땀 어린 투쟁의 성과를 모아 이번 17대 국회에 저상버스 도입의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장애인,노인, 임산부등의 교통수단 이용 및 이동보장에 관한 법률’을 입법 발의하였다. 그러나 건설교통부는 저상버스의 도입을 단지 권고조항으로 처리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안을 마련하여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짓밟으려 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부모․교사 등 장애인 교육주체들로 구성된 장애인교육권연대는 지난 7월 국가인권위원회를 점거하고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진행하며 교육인적자원부와 7개의 요구사항에 대해 합의한바 있으나, 전체 교육예산 대비 1.9%에 불과한 현재의 장애인 교육예산이 6%이상으로 대폭 증액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약속은 또 하나의 기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세계장애인의 날인 오늘은 ‘장애인등의 이동보장법률 제정과 장애인교육예산확보를 위한 공동농성단’이 국회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지 꼭 40일째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 및 각 정당들은 공동농성단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은커녕 어떠한 기본적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우리는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의 인권은, 장애인의 이동권과 교육권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현실을 알려내기 위하여 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을 상징하는 영정을 들고 상여를 맨 채 행진을 진행하고자한다. 또한 이후 소위 참여정부라고 하는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계속해서 장애인의 인권을 철저히 기만한다면 우리는 더욱 강력하고 굳센 투쟁에 나설 것이며, 이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기필코 쟁취해 낼 것이다.

2004년 12월 3일
장애인등의 이동보장법률 제정과 장애인교육예산확보를 위한 공동농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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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 이동권 , 교육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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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자보애독자

    대자보에서 존 기사 잘 보았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