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 거듭하는 여의도동 1번지

악법과 파병연장안 통과엔 양당 손발 척척
대통령은 아르빌 방문으로 맞장구

2004년 정기국회 폐회를 하루 남겨둔 오늘, 국회와 국회 앞의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8일 국회는 오전 일찌감치 한나라당 의 법사위 전체회의장 점거로 막을 열었다.


한나라 기세등등, 열린우리 전의상실

원내대책을 숙의중인 한나라당 지도부
열린우리당 지도부의 국가보안법 처리 유보 방침 발표에도 불구하고 법사위 재상정을 두려워 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도시락을 시켜먹어가며 하루 종일 법사위 전체회의장을 지켰다. 그러나 이틀 전의 몸싸움 때와 달리 확연히 ‘전의’를 상실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법사위 위원장 석을 둘러싸고 희희낙락 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비아냥 거릴 수밖에 없었다.

티격태격 거리기는 예산특위도 마찬가지였다. 예산안의 구체적 사업 검토는 예결위내의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행해지는데 계수조정소위원회가 하루 밖에 열리지 못한 것, 그나마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이 임시국회를 열기 위해 예산안 처리를 미적거린다고 주장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한나라당이 예산안 처리를 방해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파병연장안 국방위 통과, 대통령은 아르빌 방문으로 맞장구

아르빌 현지의 노무현대통령
사진출처-AP통신
물론 그렇다고 해서 거대양당이 하루종일 손발을 맞추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먼저, 국방위에서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을 ‘무리 없이’ 처리했다. 열린우리당의 임종인, 박찬석 의원이 반대의사를 표시했지만 찬성 10, 반대 2로 국방위를 통과해 내일 본회의에 상정됐다.

한편 파병연장동의안에 반대하는 84명의 의원들은 9일 오전 10시 전원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또한 이 날 국방위에선 한 편의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게 “정기국회 내에 파병연장동의안을 통과시킬 의지가 있는 거냐”고 정부의 의지와 노력 부족을 질책했다.

그러나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의 질책은 부적절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파병연장동의안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그 어느때 보다 확고하다는 평가다. 유럽을 순방한 노무현 대통령은 프랑스에서 돌아오던 중 예정 없이 이라크 아르빌 현지의 자이툰 부대를 방문했다.

자이툰 부대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자이툰 부대원들의 노력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강화됐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노무현 대통령의 깜짝 이라크 방문은 지난 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이라크 방문에 비견될 만하고 나란히 전범민중재판의 피고가 될 만하다는 평가다.

악법 일사천리 통과에는 손발 척척

오후 본회의가 열리면서 거대 양당의 호흡은 더욱 척척 들어맞았다. 국가보안법이 쟁점인 법사위, 과거사 법안으로 한판 활극이 벌어진 행자위의 모습과는 다르게 본회의장을 매운 의원들은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각 상임위를 거쳐 올라온 60여 개 법안이 일사천리로 처리됐다.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교위를 무난하게 통과한 ‘기업도시특별법’도 십여 명의 반대표만을 기록에 남긴 채 통과됐고 국회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평택 팽성 주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 없이 미군기지의 평택이전을 기정사실화 하는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시 등의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도 통과됐다.

장군 출신 김용갑 의원의 지휘 하에 법사위를 점거하며 국가보안법을 훌륭히 사수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저녁 6시 현재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한편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처리유보와 임시국회 개원을 맞바꾸는) ‘대타협’을 받아들이라고 한나라당에 촉구했고 한나라당은 느긋한 표정이다. 이제 열린우리당이 내놓을 카드는 더 이상 없다는 분석이다.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내일, 여의도동 1번지 대한민국 국회에서 과연 어떤 드라마와 대반전이 벌어질지 짐작할 길이 없다.
태그

정기국회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태곤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소립자

    악법이란 악법은 손발맞춰 모조리 통과시키고, 파병연장안까지!!

    그러면서 국가보안법은 미적거리고.

    그놈의 알량한 개혁법안들 조차 언제 처리할지 감감무소식!!

    잘난 놈들이다.
    개새끼들!!!!!!!!!!!!!!

    예나 지금이나 우리 민중의 손으로 하나하나 해결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