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노사문화대상? 신노동탄압대상?

노동탄압 규모대로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수상

16일 노동부는 KT와 애경 P&G를 포함한 10개 업체를 ‘신노사문화대상’ 수상 업체로 선정 발표했다. 노동부가 신노사문화대상’ 을 지난 2000년 처음 선정해 시상한 이래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으로는 KT와 LG석유화학이 올해 최초로 뽑혀 눈길을 끈다. 그러나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KT가 대통령상을, 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이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사실이다.

노동자 인권탄압 백화점 KT, 대통령상 수상

미디어참세상 자료사진

지난 14일 전국 34개 인권단체들의 연대모임인 인권단체연석회의는 ‘KT 상품판매 전담팀 인권백서’를 발간하며 기자회견을 열어 KT가 상품판매팀 직원들에게 무리한 영업활동을 강요하며 미행, 감시등 노골적 차별과 인권침해를 가한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함께 발표된 KT상품판매팀 노동자 검진결과에 따르면 검사에 응한 188명의 노동자중 45%가 정신과 치료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검진을 담당한 배기영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소견서에서 “이러한 결과는 명예퇴직을 종용받는 과정에서의 극심한 스트레스와 부당한 발령과 차별, 다른 직원들에게 인사나 식사도 함께 하지 말라고 하는 등의 이른바 ‘왕따’ 등의 소외, 미행 감시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KT는 2003년 9월 국내 단일 기업으로서는 최대 규모, 전 직원의 12.6%에 달하는 5,505명의 노동자들을 명예퇴직 시켰다. 또한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인권단체 연석회의는 ‘상품판매전담 직원에 대한 관리의 최종목표는 퇴출’이라는 KT 내부 연락 문건, 회사 직무 분류표상 상품판매직이라는 직무가 존재하지 않는 점을 근거로 상품판매팀은 퇴출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결국 KT사측의 명예퇴직 요구를 거부한 직원들은 고스란히 상품판매팀으로 발령해 퇴출 작업을 진행해왔다는 설명이다.

어떻게 이런 업체가 신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할 수 있냐는 지적에 대해 노동부는 “인권침해가 확정된 사실이 아닌 만큼 대통령상 수상기업을 재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KT 상품판매팀 노동자들 중 3명은 이미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회사측의 미행 감시를 비롯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이 인정되어 산재판정 승인을 받은바 있다.

노동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모델케이스로 기대해'

한편 노동부는 KT의 대통령상 선정 이유를 “‘勞使不二’의 정신으로 상생의 노사관계를 모색하여 노사협력관계 구축에 노력 그 결과, 2001년 이후 무분규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립적 노사관계를 협력적 관계로 전환시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모델케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또한 지재식 KT노조 위원장이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수상 소감은 더 들어볼만 하다. 지재식 위원장은 “노조와 회사는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수없이 인내하고 노력했다. 이 같은 결과 올해 초 ‘고용보장 선언’이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소감을 말했다.

노동탄압 규모 작아서 국무총리상?

15일 하이닉스매그나칩 본사 앞 파업출정식
사진출처-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하청지회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의 차이인 탓인지 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이 일으키고 있는 물의의 규모는 KT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작다. 하이닉스 청주공장의 하청노동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하이닉스 청주공장의 국무총리상 수상 발표 하루 전인 지난 15일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날 대치동 하이닉스매그나칩 본사 앞에서 가진 파업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은 이 사태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질적 사용주인 하이닉스 매그나칩 반도체가 직접 교섭에 응하는 것”이라 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또한 이미 지난 11월 24일에 금속노조 하이닉스매그나칩사내하청지회는 청주지방노동사무소에 작업지시와 노무관리가 실질적으로 원청업체인 하이닉스와 매그나칩에 의해 이루어지는 점을 근거로 불법파견 진정서를 접수 시킨 바 있다.

한편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하이닉스의 우의제 사장은 “국내 신노사문화 제1호 기업으로서 열린경영,투명경영을 실천하고 상호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한 경제신문을 통해 수상소감을 밝혔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시상

노동부가 생각하는 ‘노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의 노사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는 ‘신노사문화대상 기업’의 현실이 이러한 가운데 “비정규 문제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KT와 하이닉스에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대신해 직접 상을 수여한다.

그리고 이 자리에는 온갖 경영 난맥상에도 모자라 구사대 투입, 직장폐쇄에 이어 초유의 방송재허가 거부의 위기에 처해있는 iTV의 대주주사 동양제철화학 회장인 이수영 경총회장도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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