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밀실 합의, 주요 쟁점 한나라에 무게추

국보법은 23일 다시 논의, 민노당은 또 왕따 신세

파병연장동의안, 예산안 30일 처리 밀실합의

거대양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한 4자 회담 결과물이 나왔다. 내일부터 임시국회는 일단 ‘정상적’으로 열릴 계획이다. 오전 10시부터 국회귀빈식당에서 벌어진 4자 회담은 저녁 8시가 가까워서야 끝이 났다. 당초 오늘 오전이라고 정해졌던 협상시한을 훨씬 넘긴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4개항목의 합의안을 내놓았다.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임시국회 회기를 12월 30일까지로 한다 △12월 29일과 30일 본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하며 새해 예산안,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은 30일에 처리 한다 △이른바 4대개혁 법안 가운데 국가보안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은 회기 내 합의처리 한다 △국가보안법은 이틀 후 4자 회담을 다시 열어 처리한다 △상임위에서 현재 처리된 법안은 즉시 법사위로 넘긴다

양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표들은 최대쟁점이었던 ‘4대개혁 법안’과 이른바 한국형 뉴딜 3법, 파병연장동의안과 예산안 처리 등을 주로 논의했다.

회담 시작 직전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면 우리가 같이 그만둔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던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말 대로 결국 ‘결론’을 내린 것이다. 양당 간의 합의에 따라 파병연장동의안은 30일에 처리될 예정이고 공무원노동자의 노동3권을 부정하고 1.5권을 인정하는 공무원노조특별법은 즉각 법사위에 상정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동의 없이 쟁점 법안 처리 않기로 합의, 국보법 연내 처리도 불확실

한편 쟁점 법안들을 ‘합의 처리한다’는 합의는 실질적으로 한나라당이 승리한 대목이라 평가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쟁점사안들에 대해 개별 상임위에서 협의 후 합의가 안되면 표결로 처리한다는 입장이었고 한나라당은 합의가 안 되면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즉 ‘협의’와 ‘합의’를 두고 양당이 지금까지 줄다리기를 해 온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법안은 하나도 처리하지 않겠다는 것이 오늘 회담의 주요 결과물이라 요약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을 제외한 나머지 쟁점법안은 결국 한나라당의 동의가 없으면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가 됐고 국가보안법에 대한 논의는 모레로 미뤄졌다. 오늘 회담 결과의 무게중심이 일방적으로 한나라당에 쏠렸기 때문에 이틀 후 국가보안법 논의에서는 한나라당이 일정 부분 양보할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지만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의 표결처리에 합의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열우당에 '간곡하게 제안'한 민노,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

한편 20일 오후부터 국회에서 ‘야합저지, 개혁관철’을 내걸고 농성을 진행 중이던 민주노동당은 결국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던 꼴이 됐다. 국보법 연내 폐지를 내걸고 농성을 하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야 전권을 지도부에 위임했다손 치더라도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에 마지막으로 간곡하게 제안한다"며 "한나라당과의 야합 시도를 중단하고 즉각 국가보안법 폐지연내 처리를 비롯한 개혁과제를 민주노동당과 손잡고 연내에 관철하자. 이것 외에 어떠한 방식도 개혁과제 실현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애타게 호소한 민주노동당은 다시 한 번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외면당했다. 게다가 오늘 양당대표들이 내놓은 합의문의 제목은 양당 대표 회담 합의서가 아니라 ‘여야 4인 대표회담 합의서’이다.

지난 4월 총선 이후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사이가 틀어질 때면 민주노동당에 손을 내밀어 지렛대로 사용하다가 헌신짝 처럼 내버리기를 반복했다. 정기국회 막바지와 임시국회 회기 내에 한나라당과 갈등이 격화되자 열린우리당은 다시 개혁공조를 들먹였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야합 조짐을 보이자 이번에는 민주노동당이 다급해져 ‘개혁공조’를 제기했으나 결과는 또 마찬가지로 나타났다. 최근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국가보안법과 민생문제에 대한 노선 전환의 논의가 제기되기도 했으나 실질적 결과물을 낳지는 못했다.

오히려 국보법 철폐에 당력을 집중하는 과정에서 민생사안이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며 노선전환을 주장하는 ‘노선전환, 서민경제를 살리자’는 글을 진보누리 게시판에 올린 이재영 정책실장은 20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글 작성과 게재경위에 대해 해명을 요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과 진보가 연대해 수구에 맞서자?

여당은 내부적으로 가장 중요 쟁점으로 생각한 이라크 파병연장동의안과 예산안 처리를 얻어낸 대신 이른바 개혁 법안은 한나라당 동의 없이는 하나도 처리하지 않겠다고 합의했다. 한나라당은 어차피 동의할 파병연장동의안과 예산안을 십분 활용했다. 게다가 내일 모레 2차 4자회담에서 국보법 표결 처리가 합의될 가능성도 극히 낮다. 그들만의 리그인 국회로도 모자라 국회 안에서도 다시 그들만의 리그를 열어 밀실 거래로 민중들의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이 범민주진영을 형성해 수구세력인 한나라당을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개혁세력'과 '수구세력'의 굳건한 연대 앞에 이제는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12월 21일 여야 4인 대표회담 합의서

1. 임시국회 회기는 12월 30일까지로 하며, 29일 30일 각 본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한다. 새해 예산안과 이라크 파병 연장 동의안은 30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

2. 4개 쟁점법안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합의처리를 원칙으로 하며, 회기 내 처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3. 국가보안법 문제는 4인 대표회담에서 다룬다. 다른 3개 쟁점법안과 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국민연금법, 예결특위 상임위화 문제 등의 처리는 해당 상임위 또는 특위에서 논의하되, 여야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쟁점 사항은 4인 대표회담에서 다룬다.

4. 상임위에서 처리된 법안은 국회법 제59조 단서의 ‘긴급하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보아 즉시 법사위에서 처리한다.

2004년 12월 21일
열린우리당 의장 이부영, 원내대표 천정배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원내대표 김덕룡
태그

국가보안법 , 파병연장동의안 , 밀실합의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태곤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