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수하동 철거 용역의 횡포에 여성 철거민이 맞서고 있다 |
살점이 에이도록 추웠던 지난 1월10일, 두 달여 동안 비닐 천막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던 을지로 입구 삼각, 수하동 철거민들과 용역업체 직원들 사이에 격렬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공방은 삼각,수하동 철거민들이 종로구청 앞에서 열린 청진6동 철거민 대책위 결의대회에 참가한 사이, 삼각,수하동 농성 천막에 용역반원들이 기습적으로 쳐들어와 비닐 천막을 부수고 난방용 나무를 가져가면서 시작되었다.
소식을 들은 전국 철거민연합 소속 철거민들과 삼각,수하동 철거민 60여 명은 청진6동 결의대회를 마치고 삼각,수하동 농성장 앞으로 모였다. 이곳에 모인 철거민들은 농성 천막이 산산히 부서진 것을 보고 분노 했으며 주변에 있는 용역반원을 향해 똥탄을 던지며 철거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철거민 대부분이 나이 많은 여성과 50대 남성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내 젊은 남성 중심의 용역반원에 밀리기 시작했고 용역반원들은 돌과 소화기 등을 던지며 앞으로 전진해와 전철연 방송 차량의 뒷 유리를 완전히 부수기도 했다.
경찰은 공방이 진행되고 15분여 만에 기동대를 투입해 양측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러나 경찰 투입은 용역반원이 농성천막을 부수고 나무를 탈취해 갔을 때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철거민의 원성을 샀다.
전철연 방송차량 뒤 유리창을 향해 의자를 던지고 있는 용역 |
전철연 방송차에 소화기를 던지고 있는 용역 |
11월7일 강제 기습 철거, 사용할 수 있는 물건까지 전부 탈취
삼각,수하동 재개발 지구는 을지로2가 5지구 재개발구역내 5,150평 되는 구역이다. 지난 2003년 9월, 76명의 지주들 중 60여 명이 (주)미래로RED에 3,000여 평의 토지를 매각하면서 본격적인 재개발이 시작되었다.
세입자 대책위에 따르면 (주)미래로RED는 건물 세입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점포를 비우라는 통보를 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세입자들에게는 2004년 2월부터 한 사람씩 명도 소송을 걸어 승소 판결을 확보해 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여 년 동안 삼각,수하동에서 장사를 해온 상인들은 특별한 대책도 없이 이주비용 100-300여만 원만 받고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IMF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하루하루 벌어 가계를 꾸려 나가던 상인들은 당장 장사를 중단하면 먹고 살 일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또한 많은 상인들이 점포에서 숙식도 해결하고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이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세입자들은 세입자대책위를 만들어 시행사에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보려 했지만 시행사는 단 한 차례도 대화나 협의를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지난 2004년 11월7일(일요일) 새벽 4시 시행사 측은 주민들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 강제집행을 기습적으로 진행했다. 통상적으로 일요일 강제집행은 하지 않았으나 삼각,수하동은 일요일 새벽4시에 이뤄졌다.
또한 강제집행 과정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상가 내에서 잠자고 있는 사람에게 소화기를 뿌리고 저항하는 사람을 머리채 까지 잡고 질질 끌어내기도 해 세입자들의 인권 침해는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했다는 것이다.
15분 간의 격렬한 공방이 있은 후 뒤늦게 출동한 기동대가 양측 사이를 막아섰다. 철거민들은 "용역깡패들이 우리 물건을 강탈해 갈때는 가만히 있더니 지금 출동하는 이뉴가 뭐냐"며 분개했다. |
“재개발, 청계천 복원과 맞물려 인권도 싹쓸이”
세입자대책위 박수용 위원장(54세)은 “시행사 측이 고용한 용역깡패가 매각하지 않은 점포의 영업장 입구 골목을 봉쇄하고 시행사가 영업방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면서 “이외에도 명도 소송이 진행 중인 세입자의 점포에도 들어와 전부 쇠망치로 파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세입자 박모 씨(57세)는 “시행사의 개발로 서울시도 손안대고 코를 푼 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명도소송이 끝나지 않은 점포까지 강제로 집행하고 인권이 짓밟혀도 경찰이 무시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삼각,수하동 재개발 지역이 청계천인근이다 보니 청계천 복원에 민간 자본으로 번듯한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어 시행사는 시행사 대로 시장은 시장 대로 자기 업적을 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곳 재개발에는 세입자와 건축 폐기물만 쓸려나가는 개발독재의 잔재가 남아 있습니다.”
박씨는 “주민들은 매월 월세와 세금을 내고 힘겹게 살아 왔는데 지주들은 한마디도 없이 시행사에 땅을 팔아 버렸다”면서 “이곳 사람들은 빚도 있고 아직 외상값도 있으며 수입과 지출을 아슬아슬하게 맞춰가면서 살아 온 것은 그나마 이곳에 터전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무작정 나갈 수 없는 사연을 하소연 했다.
박씨는 또 “대부분의 세입자들이 어렵고 선량하게 살아 왔는데 재개발에 대한 대책을 세울 시간도 주지 않고 무조건 나가라면서 강제집행을 해 버렸다”면서 “삶의 균형을 깨뜨리고 나서 법적인 하자가 없으면 다인가? 강제 집행으로 막대한 손실과 가게를 부숴서 오도 가도 못하고 길거리 노숙자 신세가 되어버렸다”고 분개했다.
박수용 세대위위원장은 △입주단지 조성 보장 △상가임대 입주권 우선보장 △가수용 시설 보장 △강제집행으로 인한 영업피해 손실보장 △거주자 임대아파트 보장 등이 세대위의 요구사항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