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교섭, 해법은 무엇인가'

미디어참세상 정세토론회, 세 교수 큰 시각차 속 열띤 토론 진행
'노동운동 위기 진단'과 '사회적 교섭' 주제 두고 격론

최근 노동운동 최대의 현안은 '사회적 교섭' 문제이다. 돌발 변수로 등장한 야당에 의해 비정규법안이 표류된다 해도, 예정된 노사관계 로드맵으로 완성될 노동유연화 전략의 중심 축에 ‘사회적 교섭’이 놓여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대응 양태에 따라 이후 노동운동의 판도를 바꿔 놓을 ‘사회적 교섭’에 대한 정세토론회가 세간의 이목 속에 개최됐다.


미디어참세상은 18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숭실대 백마당에서 “사회적 교섭, 해법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정세토론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조운동이 처한 일촉즉발의 상황을 객관화해 현안에 대한 민주노조 운동의 지혜롭고 단결된 대응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로 열린 정세토론회였다. 4시간에 걸쳐 격론이 벌어진 토론회는 △노동운동 위기 논쟁 어떻게 볼 것인가 △사회적 교섭 기구에 대한 평가 등을 핵심적으로 다루었다.

참석자들의 숫자는 예상보다 적었지만, 발표자들을 중심으로 발표와 질의 응답,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유영주 미디어참세상 편집장이 사회를, 이병훈 중앙대 교수, 장상훈 경상대 교수, 노중기 한신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참가하였다.

민주노조운동의 지혜와 단결, 대중적 논의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파행 운행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교섭’ 논쟁, 시시각각 변하는 비정규 법안 그리고 노동유연화의 총괄적 법안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노사관계 로드맵까지 올해 노동운동에게는 험난한 난관이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민주노조운동 각 세력의 지혜와 단결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디어참세상은 긴급 정세토론회 개최 배경에 대해 △민주노조운동이 부딪히고 있는 현안과 쟁점에 토론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냄으로 자본과 보수언론의 왜곡을 바로 잡는다 △민주노조운동의 주요 현안을 되짚어 봄으로써, 발전을 위한 토론 지형의 재설정에 기여한다 △22일 대의원대회와 비정규법안 저지 투쟁에서 민주노조운동의 지혜롭고 단결된 대응을 대중적으로 논의하는 장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토론회 제2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쟁점과 해법’은 발표자를 섭외 하지 못해 반쪽짜리 토론회로 진행되었다. 제2부 순서에서 여러 현장조직의 대표와 다양한 의견을 가진 대의원의 목소리를 들어본다는 취지였으나, 현장조직들이 주어진 주제에 대해 발언 부담을 많이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디어참세상은 참석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1부 토론회만을 개최하는 데 대한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또한 1부 토론회 참석을 약속했던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도 이날 오후에 긴급 소집된 민주노총 상집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노동운동의 위기인가 계급 운동의 난관 봉착인가

패널 발제의 핵심 내용은 ‘현재의 민주노조 진영이 위기(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것이다. 포괄적인 정세 분석 속에 패널들은 민주노조운동이 ‘위기(난관)’에 처해 있음을 공통적으로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난관)가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원인 분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향과 과제 설정은 확연하게 구분됐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민주노조운동이 계급적 입장에서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현실의 과제를 “차이를 극복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인으로는 △87년 이후 억압을 돌파해 낸 민주노조의 성과에 기반한 조건 △기업단위 노조의 경제투쟁 중심의 전투적인 노조운동이 IMF 이후 산별노조적 과제 직면 △민주노조운동 확립기에 적용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등 이 세 가지 조건이 공통적으로 결합해 난관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장상환 교수는 “IMF 이후 노동운동이 변화된 상황에 대한 대응이 너무 늦었다”고 지적하며 “민주노총 집행부 등에 집행부, 임원 싹쓸이 행태가 다양한 의견 수렴을 막는다”라며 “민주노조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없게 만드는 취약한 구조”가 또 다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민주노조운동의 환골탈태”를 주장하며 “노동계 스스로의 변화, 방식, 전술과 더불어 관점의 변화”를 요구했다. 이병훈 교수는 “노동운동이 절박한 위기 상황을 맞았다”고 설명하며 △노동계 양극화 방관, 정당성 상실 △시민단체가 사회운동의 의제와 담론으로 영역 확장 △민주노조운동의 세계화 시대에 따른 전략과 대안의 부재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그는 위기 극복 대안으로 “노동계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산별노조 건설”을 제기하며 작년 보건노조의 첫 산별 교섭, 금속의 교섭 등을 성과적인 예로 들었다.

유영주 미디어참세상 편집장
위기론과 관련한 격론이 진행되는 가운데 유영주 편집장은 “현재 위기의 핵심 원인과 출발은 자본의 공세에 있다"고 말했다. "자본의 위기가 노동에 전가되는 것으로, 구조조정과 개방정책, 노동유연화 공세가 위기의 배경을 이루는 것이다. 비정규법안과 로드맵 추진은 노동유연화를 법제화하는 위험천만한 것이다”라며 이병훈 교수의 의견에 “정부와 자본의 이러한 공세를 너무 축소해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서로간의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난 가운데 패널의 이후 토론 주제는 자연스럽게 노동운동에 대한 평가와 사회적 교섭으로 압축됐다.

“노동운동 도대체 뭐 했냐”, “노동운동의 노력을 폄하 하지 말라”

위기 진단에 대한 판단 차이는 IMF 이후 민주노총을 주축으로 한 노동운동의 대응 전략에 대한 가치 평가에서 갈라지고 있었다.

이병훈 교수는 “민주노총이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것이 아니다. 격차 불평등, 현실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동운동이 효과적으로 뭘 하고 있었느냐 지적이다”라며 “현재의 노동운동은 고립된 연대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리고 “노동운동도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변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라며 ”교섭과 투쟁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가야 한다. 교섭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투쟁하고 투쟁 성과로 교섭을 만들어 내야 한다. 노동운동이 기회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중기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이병훈 교수가 반론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노중기 교수는 ‘너무 통탄의 목소리를 내지 말아달라“며 반론을 제기했다. 노중기 교수는 “민주노총의 중요한 책임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주노조운동만을 거론하며 ‘반성하라’ 하는 것은 국가와 자본의 공격 등 위기의 구조적 순서와 뿌리를 간과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리해고 반대투쟁,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반대투쟁 및 97년 총파업과 비정규 법안 개악 저지 투쟁 그리고 노동조합들의 산별노조 건설의 예를 들면서 ‘조건상 기업별 노조의 한계 때문에 충분하지 못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노중기 교수는 ‘노동계는 98년 노사정위원회에 참석했고, 110여 개에 이르는 합의사항들을 도출해 냈다. 그러나 노동기본권 관련한 조항들은 20개도 되지 않았을 뿐더러 그나마의 조항들마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예를 들었다. “노동계는 노사정위에 참여했을 때도, 발전 투쟁과 같이 쟁점이 된 투쟁에서 노사정 교섭을 해 왔음에도 합의된 내용은 지켜지지 않았고, 투쟁의 결과는 조직된 정규직들에게만 귀결되는 조건에 놓였었다”라고 말을 이었다.

노사정위에 대한 한 목소리 “한계가 정말 많은 기구” 그러나..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노사정위의 한계에 대해서 이구동성이었다. 그러나 사회적 교섭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노중기 교수는 “합의 이후에 이행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 노사정위, 그리고 현재의 조건은 내부적 필요성이 아닌 국가와 자본이 참가를 압박하는 상황으로 민주노총의 자주성이 침해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로드맵과 계류중인 비정규 법안, 일상적으로 대규모적인 구조조정, 노동운동에 대한 강경파가 득세한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의 상황 등을 거론하며 민주노총의 사업방침인 ‘전술적 참가론’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며 본인은 “민주노총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
이에 장상환 교수는 “준비를 더해 정부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쳐 사회적 교섭에 임하는 것이 옳다”라고 주장했다. 장상환 교수는 “사회적 교섭을 제대로 하려면 노동계 내부의 힘을 최대한 결집해야 하는데 대의원대회는 그렇지 않았던 조건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집행부가 좀더 신중하게 의견을 통합해서 안을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그는 “사회적 교섭에는 정부의 행위가 결정적인데, 노동기본권 자체를 부정하며 가압류나 노동계 분신, 비정규 악법 등을 입법화하며 노동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 정부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하며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할 수 있는 노동계의 실천”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이병훈 교수는 “노사정위의 한계 그리고 짜여진 틀은 인정한다. 그러나 현실의 양극화가 더 많은 고통을 주고 있는데 왜 민주노총만이 참가냐 불참이냐를 놓고 순수한 노동운동으로 고결한 척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자본가는 돈을 벌기 위해 온갖 짓을 다 하는데 운동하는 사람들은 순수성만 다지고 고결함만 외치냐”고 지적하며 “교섭이 필요하면 교섭을 해야 한다. 사회적 교섭에 아쉬운 것은 정부나 자본이 아니라 노동계”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
나아가 노중기 교수와 이병훈 교수는 노동운동의 양극화의 원인의 한 축으로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들었다. 투쟁의 성과가 조직된 조합원들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에 포괄되지 못하는 영세, 비정규 노동자들의 경우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전사회적으로, 업종으로 성과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산별노조가 서둘러 건설되야 한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토론회에 참석한 장귀연 씨는 “오히려 현실의 산별은 산별노조라는 체계에 집착하게 되면서 연대성의 위기를 도외시하는 현상들이 드러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보건의료노조와 서울대지부의 갈등을 한 예로 들었다. 그녀는 “산별 교섭도 이러할 진데 사회적 교섭을 한다고 해서 연대성 확장을 담보할 수 있을 같지 않다”는 개인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엇갈린 짝사랑, 정부에는 신자유주의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다

패널들이 의견을 모았던 다른 사항은 현재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으로 ‘강경대응’이 판세를 잡고 있다 지적이다. 그러나 또다시 결론은 엇갈렸다. 노중기 교수는 “강경파가 득세인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기구에 나선다는 것은 조건이 불리하다”고 불참을 주장한데 비해 이병훈 교수는 “정부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활용해 정책적으로든, 교섭적으로든 성과를 끌어내자. 왜 노동자들은 정부와 자본을 분열시키는 시도를 하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장상황 교수는 “민주노총과 노동운동가 신뢰할 수 있는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본의 중층적 공격 단일한 대항을

4시간에 이르는 토론회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포괄적인 공통 의견보다는 세부적인 의견들의 대립각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패널들은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추가적인 논의의 자리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마무리 발언을 했다.


장상환 교수는 “정부가 법안을 폐기하고 다른 법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며 사회적 교섭과 관련해서는 “민주노총은 노동계가 좀 힘을 모을 수 있는 안을 정밀히 만드는 노력을 즉시 해야 한다”고 제언했고 노중기 교수는 “국민파, 중앙파, 좌파 등 다 노동운동의 동료다. 이론적 입장이 다르고, 정치적 판단은 다르지만 다른 시각에서 기여를 많이 하고 있다”며 “냉정하게 정세를 보며 연대와 단결의 기풍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이병훈 교수도 “권력 다툼이나 당파적 모습 보다는 엄중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입장이 다르더라도 실천을 두고 보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며 “민주노총이 새로운 시도를 해 봤으면 좋겠다”는 마무리 첨언을 빼놓지 않았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라은영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